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APEC을 매개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도 감지된다. 다만 남북 간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단절돼 있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통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채널A에 출연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깜짝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상상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아직은 그냥 상상의 영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될 개연성이나 조짐이 보이는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APEC을 전후로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PEC 계기 북미 정상 접촉 가능성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미 정상 간 만남을 강력히 기대했다. 정부 공식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제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셈이다.
조 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 대표부에서 진행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북미 대화) 요청을 환영했고 북한과 다시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미 정상회담 촉구 이유로는 ‘국제 정세 불안’을 꼽았다. 조 장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가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며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군사적 충돌에 대해 똑같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핫라인이라도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7일 방중해 베이징에서 나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최 외무상은 이달 초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 당시 수행을 담당한 인물이다. 최 외무상은 방중 기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할 계획인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방한과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전략적 소통도 이뤄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북미 회담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또 7년 만에 유엔총회에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만큼 뉴욕에서의 북미 간 접촉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