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과 한강공원, 주요 관광지가 주말마다 러닝 인파로 북적인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 달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각종 마라톤 대회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예산 논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러닝 열풍은 더 이상 단순한 운동이 아닌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에서 2022년 27%, 2023년 32%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전국 러닝 동호회와 크루 모임도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스타그램에 본인의 러닝 기록과 인증샷을 남기는 러닝 문화가 2030 세대 사이에서 ‘힙한 취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수요가 늘자 전국 지자체들도 마라톤 대회를 앞다퉈 신설하거나 후원하고 있다. 연맹에 공식 등록된 전국 마라톤 대회는 35개에 불과하지만, 지자체가 지원하는 비공인 대회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400개가 넘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복수응답) 중 달리기가 6.8%를 차지했다. 이들 대회는 별도의 참가비를 받으면서도 지역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돼 “혈세 낭비” 논란도 불거진다.
◇ 주말마다 도심 통제…시민 불편 불가피
문제는 대회가 난립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주말마다 도심 주요 도로가 통제되면서 교통 불편이 반복되고, 준비 부족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전주마라톤에서는 폭염 속 관리 미흡으로 참가자들이 탈진해 대회가 중도 중단됐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 5~7월 길가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45명 중 절반 이상(56%)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였다.
경찰도 잇따른 대규모 행사에 대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28일 서울시 주관 ‘서울걷자페스티벌’이 율곡로 일대에서 열리면서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자 등 1200명이 배치돼 차량 우회와 소통 관리에 나선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주말 집회와 가을철 축제가 겹치면서 도심 곳곳에 교통 정체가 불가피하다”며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고 부득이 차량을 이용할 경우 실시간 교통 정보를 확인하며 경찰 안내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마라톤 대회의 양적 팽창보다 안전 관리와 차별화된 기획으로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지역 정체성을 담은 특색 있는 대회로 발전시키고, 교통·안전 문제를 최소화하는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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