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객차 안에서 익숙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된다. 29년간 안내 방송을 맡아온 강희선 성우가 암 투병으로 하차하면서다.
2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객차 내 자동 음성 안내 방송은 총 26종으로,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여성 성우가 녹음해 송출해 왔다. 한국어 안내 방송은 1996년부터 강희선 성우가 전담해왔다. 방송 문안을 보고 강 성우가 직접 스튜디오에서 음원을 녹음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강 성우가 암 투병을 하게 되면서 목소리를 더는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강 성우는 지난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투병 사실을 알린 바 있으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 속 ‘짱구 엄마’ 봉미선 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 성우는 지난 8월 안내 방송 자리에서 물러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따라 성우 녹음을 대체할 기술로 인공지능 음성 합성(TTS)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성우 개인의 건강 문제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안내 방송이 제때 교체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안정적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 음성 합성은 성우 목소리를 흉내내 실제 사람과 유사한 억양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새 문안이나 역명 변경이 있을 때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실제 성우 녹음에는 약 2500만 원이 들고 방송까지 2~3주가 소요되지만, AI 합성은 500만~1250만 원 수준의 비용과 하루 이내의 제작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미 한국철도공사(KORAIL)와 신분당선, 신림선, 김포골드라인 등 일부 철도 노선에서는 AI 음성 안내가 도입돼 운영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도 우선 6호선과 한국철도공사와 공동 운행하는 3·4호선에 시범 도입할 방침이다.
해당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AI도 편리하겠지만, 사람 목소리에는 감성이 담겨 있다. 친근한 성우 목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다니 아쉽다”고 했다. 또 “강희선 성우 목소리 좋았는데, 얼른 쾌차하시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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