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중국과의 잠재적인 충돌에 대비해 방산업체들에 미사일 생산량을 2배에서 최대 4배까지 늘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방무는 현재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중국과의 충돌 시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 '군수품 생산 촉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차례 회의를 열어 미사일 제조사들에 증산을 압박해 왔다. 소식통들은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이 일부 기업 경영진과 주 단위로 통화하는 등 이례적으로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가 미사일 제조사 경영진들을 소집해 처음 위원회 회의를 연 것은 지난 6월이다.
당시 회의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했으며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 전통 방산업체는 물론,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 등 신규업체들, 로켓 추진체와 배터리 부품 제조사들도 참여했다.
WSJ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미사일 제조사들은 이 회의에서 향후 6개월, 18개월, 24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현재의 2.5배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상세히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군 당국은 이들에게 신규 민간 자본을 유치할 방안과 다른 제조업체에 기술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대함 미사일, SM-6 미사일, 프리즘(PrSM) 미사일,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 등 12종의 주요 미사일 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은 제조사 록히드 마틴이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국방부는 공급업체들이 궁극적으로 매년 동일한 수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생산량의 4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위원회와 관련한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군사력 확대와 군수품 생산 촉진을 위해 특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노력은 방산업계 리더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선 정부의 증산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사일 1기를 조립하는 데는 2년이 걸리고, 새 공급 업체 미사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시험하고 인증하는 데만도 수 개월간 수억 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증산을 위한 예산이 충분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5년간 군수품 보급을 위해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추가 지원하는 감세법안에 지난 7월 서명했으나,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공격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수백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군수 전문가 톰 카라코는 "기업은 구매자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물품(미사일)을 만들지 않는다"며 "기업은 정부가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지원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무기 생산 확대 능력에 대해 우려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패트리엇 등 고가 요격 미사일 사용량이 급증했으나, 신규 미사일 주문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과정에서 고성능 미사일 수백 발을 발사해 미사일 재고가 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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