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하고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등 북한이 활발한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발언이나 북한 매체들의 보도 등 직접적인 메시지 외에 전용기 탑승 등에서 드러나는 숨은 메시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에 방한해 한중, 미중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 만큼 사전에 소통 차원에서 방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30일 밝혔다. 최 외무상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지난 27일 베이징에 도착, 29일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도 면담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이 리 총리를 만나 이달 초 시진핑 국가주석·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고위급 교류 활성화에 합의한 점을 언급하며 "조중(북중)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북한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도 북중정상회담 결과를 상기하며 "전통적인 중조친선협조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는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하여 중요한 공동인식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도 "조선측과 함께 접촉과 협조,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여 사회주의 위업을 적극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 인민에게 더 큰 복리를 마련해줄 용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최 외무상이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북 대화 재개를 추진해 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자연스럽게 남북 교류나 북한 비핵화 등의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절대 없다’고 거듭 강조해 온 북한으로서는 중국측의 의사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최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향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임무를 부여받은 만큼 전용기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북한 고위급이 전용기를 이용한 것이 공개된 마지막 사례는 현재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지난 2013년 인민군 총정치국장 신분으로 방중했을 때 정도다.
이 가운데 김선경 북한 외무부 부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 불가를 재차 강조했다. 김 부상은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권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강조했다. 연설 내용만 보면 특별할 것이 없지만, 김성 주유엔 대사가 아닌 김선경 부상이 연설에 나섰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 대사보다는 직급이 낮은 김선경 부상(차관급)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지 않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너무 격이 높은 인사가 나설 경우 북미 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김 부상은 이날 연설에서 여전히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부상은 "자주, 평화, 친선은 북한의 변함없는 대외정책적 이념"이라며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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