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7번 아이언 로프트 각도는 몇 도인가요?”
과연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골퍼들은 얼마나 될까. 7번 아이언은 보통 골프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잡는 클럽이다. 골퍼들이 가장 편하게 다루는 클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7번 아이언의 로프트 각도에 대해서도 사실 잘 모른다. 다른 아이언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언은 멀리 보내기 위한 용도의 클럽이 아니다. 정확한 거리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거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로프트 각도다. 브랜드마다 7번 아이언의 로프트 각도는 다르다. 여기에 더해 같은 브랜드 제품이어도 모델에 따라 다르다.
핑골프의 경우 현재 6종류의 아이언을 시판하고 있다. 7번 아이언 기준으로 페이스가 가장 서 있는(로프트 각도가 가장 작은) 모델은 G730으로 26.5도다. 블루프린트 T와 S 모델의 7번 아이언은 로프트가 33도다. 같은 업체의 7번 아이언인데 최대 6.5도나 차이 난다.
타이틀리스트가 새롭게 내놓은 T 시리즈 아이언은 4종류다. 7번 아이언 로프트만 놓고 보면 29도(T350), 30.5도(T250), 32도(T150), 33도(T100)다. 미즈노도 미즈노 프로 시리즈 4종류를 올가을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로프트 각도는 29도(M-15), 32도(M-13), 34도(S-1, S-3) 등 3종류다.
그렇다면 같은 7번 아이언들에서 모델에 따른 비거리와 백스핀 등의 차이는 얼마나 날까. 우리는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기 위해 핑 본사 피팅 스튜디오를 찾았다. 총 6종의 모델을 두 사람이 5회씩 시타했다. 아이언의 특성을 고려해 전체 거리(비거리+굴러간 거리)가 아닌 비거리(캐리)를 비교했다.
▲최대 20야드…30도 경계로 큰 격차 보여
실험 결과 로프트 각도가 비거리에 실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무게도 변수로 작용했다. 백스핀은 헤드 구조 등에 따라서 약간의 변화가 있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로프트 각도와 일치했다.
참가자 A의 경우 로프트가 가장 서 있는 G730(26.5도) 모델로 가장 멀리 날렸다. 평균 152.6야드를 때렸다. i530(27.5도) 모델로는 147.9야드, G440(29도)으로는 148.5야드를 날렸다.
로프트 각도가 30도를 넘어가자 비거리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i240(31.5도) 모델의 비거리는 142.5야드로 큰 폭으로 감소했고, 33도인 블루프린트 T와 S로는 각각 138.3야드와 135.3야드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델에 따라 비거리 차이가 최대 17.3야드나 난 것이다.
백스핀의 경우에도 30도 이하 모델에선 5000rpm(분당회전수)이 넘지 않았다. 반면 30도가 넘어가자 블루프린트 T를 제외하고 두 모델에선 5000rpm이 넘었다.
참가자 B의 데이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프트 26.5도인 G730 아이언으로 가장 멀리(174.9야드) 때렸다. 그 다음으로는 i530(27.5도·174.6야드), G440(29도·165.5야드), i240(31.5도·163.8야드), 블루프린트 T(33도·158.0야드), 블루프린트 S(33도·155.0야드) 순으로 비거리가 감소했다.
비거리 감소는 로프트 각도가 커지는 순서와 일치했다. 가장 멀리 날린 클럽과 가장 짧게 날린 클럽의 거리 편차는 약 20야드나 됐다. 핑의 연구에 따르면 로프트 각도 1도가 변하면 비거리는 2~3야드 변하는데, 이번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공 구조에선 백스핀 감소…무게도 거리에 영향
몇 가지 특이점도 발견했다. 참가자 두 명 모두 i530 모델의 백스핀이 가장 낮았다. 실험을 진행한 김의진 핑 테크팀 과장은 “i530 아이언은 단조 페이스와 주조 몸체를 결합한 중공 구조 헤드 모델이다. 낮은 무게중심과 높은 반발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백스핀이 적게 발생한다. 타구감도 약간 튕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같은 33도 로프트인데 블루프린트 T와 S 중에서 T 모델의 비거리 성능이 약간 높았다는 점이다. 두 명의 데이터에서 공통적으로 블루프린트 T가 블루프린트 S보다 3야드 멀리 날아간 것으로 나왔다.
참가자 A와 B는 “T 모델이 좀 더 무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실제로 머슬백인 T 모델은 총중량 약 425g에 스윙웨이트는 D2다. 캐비티 스타일의 S 모델은 총중량 약 410g에 스윙웨이트는 D1이다. 김 과장은 “T 모델이 약간 무겁다. 다루는 데 조금 버거울 순 있지만 제대로 스윙을 하면 볼을 더 멀리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우원희 핑 테크팀장은 “최근 7번 아이언의 로프트 각도를 보면 29~30도가 중간 정도다. 이보다 로프트 각도가 서 있으면 비거리 성능이 뛰어나게, 그보다 로프트 각도가 누워 있으면 컨트롤 성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했다고 보면 된다. 제품을 구매할 땐 이런 모델별 특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호기심 해결소의 결론은 이렇다. 7번 아이언은 일종의 ‘기준 클럽’이다. 자신의 기준을 잘 알고 있어야 클럽을 구매할 때도 나름의 비교가 가능하다. 하이브리드나 웨지를 구성할 때도 일정한 거리 편차가 나도록 세팅할 수 있다. ‘내 클럽의 7번 아이언 로프트 각도 정도는 알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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