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여배우 ‘틸리 노우드’의 데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AI가 인간 배우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며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영국 배우이자 코미디언, 제작자인 엘린 반 더 벨던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취리히 서밋’ 패널 토론에서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AI 제작사 퍼티클6(Particle6)의 자회사 시코이아(Xicoia)가 틸리를 첫 번째 창작물로 선보였으며, 이미 여러 글로벌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벨던은 “처음 틸리를 선보였을 때는 ‘저게 뭐지?’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앞으로 몇 달 안에 틸리를 대리할 에이전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계약이 성사되면 노우드는 전통적으로 인간 배우와 협력해온 연예 기획사의 대행을 받는 최초의 AI 여배우 중 하나가 된다. 제작사 측은 그를 “차세대 스칼렛 요한슨이나 내털리 포트먼 같은 배우”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할리우드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화 ‘스크림’의 주연 멜리사 바레라는 “이런 짓을 하는 에이전트에게 고용된 배우들은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란다. 역겹다”라고 비판했고, 아역 배우 출신 마라 윌슨은 “노우드를 만들기 위해 합성된 수백 명의 여성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우피 골드버그 역시 “수천 명의 배우 요소를 합성해 만든 것과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성명을 내고 “창의성은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며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다. 이는 무단으로 연기를 도용한 결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벨던은 “노우드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창작물, 예술 작품”이라며 “과거의 많은 예술처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그 자체가 창의성의 힘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관객이 원하는 것은 배우의 맥박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라며 “합성 배우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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