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도주 우려가 없는 고령 피의자에게 파출소 내에서 장시간 수갑을 채운 경찰의 조치가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에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권고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8월 전원위원회에서 경찰관이 도주 우려가 없는 고령 피의자에게 장시간 수갑을 사용한 것은 신체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소속 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수갑사용과 관련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진정인의 어머니인 피해자 A씨는 지인의 밭으로 착각해 다른 사람의 감나무에서 감을 땄다가 절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장에서는 수갑을 채우지 않았지만, 파출소 도착 직후 A씨는 의자에 고정된 채 약 2시간 동안 한쪽 손목에 수갑을 찬 상태로 대기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고령이고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부당하게 신체 자유를 제한당했다”며 지난해 1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조사와 서류 작성에 약 2시간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전화 통화, 식수, 화장실 이용은 보장했다”며 “최근 피의자 도주 사례가 잦아 상급기관으로부터 수갑 사용 지침이 하달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고령임을 고려해 한쪽 손목에만 수갑을 채운 뒤 약 1시간 20분 후 해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고령이었고 도주나 폭력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장시간 수갑을 채운 것은 범죄수사규칙과 경찰청 수갑 사용지침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살·자해·도주·폭행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며 경찰 장구 사용의 엄격한 원칙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해당 경찰서장에게 사례를 소속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수갑 사용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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