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10대’가 빠른 속도로 늘며 학생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진행해 현황파악을 하는 한편 조기 대응을 위한 정서 검사도 확대한다. 학생 자살 원인을 심층 분석하는 심리부검제 역시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30일 이러한 내용의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학생 마음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립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0~19세 환자 수는 2019년 5만 3000명에서 2023년 8만 1000명까지 급증한 상황이다.
개선안은 △고위기 학생 집중 대응 △어디서나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위기학생 조기발견 및 예방 교육 확대 △위기요인 파악 및 학생 맞춤형 대응 강화 △학생 마음건강 보호 기반 강화 등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우선 가장 도움이 시급한 고위기 학생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학내 상담실 위(Wee)클래스 전문상담 교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 긴급지원팀'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빠르게 지원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긴급지원팀은 현재 56개에서 2030년까지 100개 팀으로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 병의원 진료·치료비를 지원하던 '학생 마음바우처'의 지원 범위도 내년부터 외부 전문기관 상담비까지 확대한다. 또한 내년 3월부터 보호자 협조가 어려운 정서·행동 위기학생 대상 상담·치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긴급지원 제도’가 새롭게 시행된다.
아울러 2030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100% 배치하고, 학교 내 상담을 통해 위기학생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200명의 '학교 상담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는 전문상담 순회 교사 및 전문상담사 등 총 8900여명의 상담인력이 학교 현장에 배치돼있다.
비대면 상담 경로도 확충된다. 교육부는 24시간 비대면 문자 상담 서비스인 '다들어줄개'에 전화 상담망을 추가하고 이용 대상도 학부모까지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관련 데이터 활용도도 높인다. 학생이 전학하거나 상급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심리지원이 연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상담 기록 서식을 표준화하고, 정보시스템으로 수집·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자살 방지를 위한 대책이 새롭게 마련됐다. 학교 교사가 학생의 자살 원인을 추정해 작성하는 학생 자살사망 사안보고서를 개선하고, 전문가가 유족의 진술과 기록 등을 통해 자살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심리부검제가가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초·중·고교 자살 학생 수는 193명(고등학생 117명·중학생 71명· 초등학생 5명)이다. 연간 자살 학생 수는 2020년 148명에서 점차 증가해 지난해 221명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정기 선별검사 체계를 더 촘촘하게 운영하고 수시 검사 도구인 '마음이지(EASY) 검사'를 활성화해 검사 데이터를 조기 대응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학교를 거치지 않고 학생 스스로 검사할 수 있는 '마음이지(EASY) 셀프(Self) 검사'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위기학생 현황·마음건강 저해요인·학내외 지원 기반 등을 조사하는 전국 단위 실태조사도 늦어도 2028년까지 시행한다.
다만 여전히 정부 차원 정서 검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앞서 좋은교사운동과 강경숙 국회의원실은 최근 3년간 자살한 학생 가운데 학교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으로 선별된 비율이 10.9~19.9%에 불과했다며 위기 학생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별 검사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마음이지(EASY) 검사조차 지난해 활용한 학생 수가 6만 580명으로 사용률이 1%에 그친 상황에서 ‘셀프 검사’를 추가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심지어 올해 마음이지 검사를 받은 학생은 총 1만 9090명으로 연간 사용률이 0.38%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날 교육부 대책과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역대 정부가 학생 자살 대책을 꾸준히 마련, 실천했음에도 여전히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학생 자살 원인 1위인 ‘가정문제’와 ‘정신과적 문제’는 정형화된 정책적 접근이나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별화·구체화된 대책 마련과 위기 학생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자아 존중감을 길러주기 위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날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며 "이번 개선 방안으로 예방부터 회복까지 학생 중심의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해 단 한 명의 아이도 마음의 상처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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