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과연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나요?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실적이 악화되는 것이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요? 중국을 아는(知道)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국을 이해(理解)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중국인 지인이 기자에게 건넨 조언이다. 최악으로 치닫던 한중 관계가 바닥을 치고 점차 복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진단인 만큼 더욱 무게가 실렸다. 지난 4년간 베이징특파원으로 근무했던 기자 역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기에 그의 충고에 생각이 많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말 중국에 들어와 가혹할 정도의 3주간의 격리를 거쳐 중국에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4년간 중국 현지에서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낀 중국의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국은 팬데믹을 거치며 고속 성장 시대를 벗어나 5% 성장이 뉴노멀이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지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미중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동안 미국의 리더는 달라졌지만 중국은 3연임을 통해 장기 집권 체제를 단단히 구축한 시진핑 일극 체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중국의 첨단기술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걸음마 수준이던 휴머노이드 로봇은 축구를 하고 격투기를 하며 공중제비를 도는 실력으로 단기간에 업그레이드됐다. 외국의 도움 없인 자생이 힘들다던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은 이제 ‘기술 자립’의 성과를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국내부터 글로벌 브랜드를 압도한 실력으로 해외시장까지 장악했고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자율주행차 역시 중국 곳곳을 누비며 기술력을 끌어올려 중동·유럽 등에서도 운전자 없이 달리는 중이다. 우리에게는 연례행사 수준인 우주를 향한 로켓 발사도 중국은 닷새에 한 번씩 쏘아올리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이렇듯 급변하는 중국 현지의 소식을 전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시선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 중심의 사고로 중국을 바라보면서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발원지라며 혐오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 딥시크가 화제가 됐을 때도 ‘톈안먼 사태에 답변을 못 한다’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애써 무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격투기를 하는 로봇이 허공에 주먹을 가르다 쓰러지고 달리기를 하는 로봇이 넘어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보며 사람처럼 행동할 수준이 아니라고 깎아내리곤 했다. 외국의 첨단기술을 도둑질해 얻은 기술이 진짜 실력이 될 수 있냐며 되묻곤 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 역시 사뭇 달라졌다. 일반 중국 인민들은 여전히 한국을 배울 점이 많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 관료나 기업인들로 범위를 좁히면 그런 인식은 많이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으로는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사실상 중국을 배제한 외교를 펼쳤던 한국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한 후 두 달여 만에 다시 정상회담을 통해 빠르게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도 중국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며 살길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친중(親中)·반중(反中)을 넘어 지중(知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현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찾기 위해서는 지중으로도 부족하다. 중국 전문가들은 해중(解中)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이 ‘트럼프 2기’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고 있는 것도 상대의 전략을 꿰뚫어 보고 그들의 의도까지 이해한 뒤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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