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첩보를 받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42년 6월 정부 주도의 비밀 프로젝트에 서명했다. 이 계획의 암호명은 ‘맨해튼 프로젝트’.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존 폰 노이만, 리처드 파인먼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로 최초의 우라늄 농축 원자폭탄인 리틀보이와 플루토늄 핵폭탄 팻맨이 완성된다.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원자폭탄은 전쟁의 역사는 물론 과학 문명의 흐름마저도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됐다.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이 80여 년 전 원자폭탄 개발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첨단 반도체 칩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완성해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EUV 노광기 개발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선전의 한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인 이 계획이 ‘중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로 불린다고 전했다.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첨단 반도체 필수 장비로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 노광기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의 최종 관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TSMC·인텔 등 세계 주요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은 모두 이 장비를 사용한다. ASML은 2001년 EUV 노광장비 시제품을 만든 뒤 상업용 칩 생산에 성공하는 데 18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이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체 개발 EUV 노광기로 첨단 반도체 칩을 양산하는 시점을 2030년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은 우리나라가 절대 우위지만 인공지능(AI) 칩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생산 인프라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첨단산업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첨단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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