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개한 통합특별시 인센티브안에는 ‘통합의 적기를 놓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입법 및 향후 재원 마련 등 난관이 산적해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 선출되기 전까지 행정 통합의 기반을 갖춰놓아야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합특별시에 대한 인센티브안을 공개하면서 “바로 지금이 통합의 적기이고,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이번 인센티브안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파격적인 지원안이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재정 지원 규모다. 정부는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까지 각 통합특별시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전·충남, 광주·전남이 각각 7월 출범을 목표로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이다. 이대로 두 곳의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면 4년간 최대 40조 원의 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두 통합시의 이름은 각각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로 잠정적으로 정해졌다.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전남도의 올해 예산 11조 7000억 원 중 기초연금, 인건비, 지방채 상환 등 정해진 지출을 제외한 가용 예산은 9000억여 원에 불과하다”면서 “통합을 준비 중인 지자체들에 10여 년치 예산에 맞먹는 규모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지방 통합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통합 지방정부 재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행정 통합 교부세(가칭) 및 행정 통합 지원금 신설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은 “지방에 ‘한 손에는 자율성, 한 손에는 책임’을 주는 방향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지역민의 삶이 나아져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자가 90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는 중앙정부 지출을 효율화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교부세는 향후 제정될 통합특별시 특별법에 의거해 신설되고 이는 각 통합특별시가 기업 유치 등 정해진 용도로만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특별시를 ‘메가시티’로 키우기 위해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도 부여한다. 부단체장을 4명까지 두되 직급도 차관급으로 격상하도록 했고 소방본부장·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도 1급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실·국 설치 등 보다 자율적인 인사 운영도 보장한다.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할 뿐만 아니라 국가 소속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업무도 이관할 방침이다. 이관 대상은 앞으로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지방환경청·중소기업지방청·지방고용노동청 등이 거론된다. 다만 행정 통합 추진 지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해양수산청 지방 이양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항만 도시 육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 항구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행정 통합이 6·3 지방선거의 핵심 키워드로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 충남·대전통합특별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인 결단을 360만 시도민과 함께 전폭 환영한다”며 “대전·충남 통합특별시가 성공적으로 출범해 대한민국 균형발전에 새로운 표준이 되는 그날까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민주당 의원들도 “통 큰 지원 방안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정부의 결단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당이 통합 법안을 발의할 때는 미동도 없다가 선거를 앞두고 지극히 정치적 멘트에 가깝다”며 “정치적인 표 계산을 먼저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지역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특히 여야가 6·3 지방선거의 핵심 승부처로 꼽는 대전·충남 출마자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장철민·장종태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문진석·박수현·조승래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여전히 거명된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역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지만 김 지사의 경우 통합 단체장 선출 시 불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강원과 대구·경북 등에서는 지역 통합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인 허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가면 5극 3특 체제의 3특 중 강원특별자치도는 통합특별시의 혜택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당 경북도당 위원장인 임미애 의원도 “대구·경북은 이 논의를 어떻게 다시 끌어 나갈 수 있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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