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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매천 황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8.06 17:28:56‘대원군 시절 살인에 염증을 느낀 포도청의 형졸들이 죄수의 얼굴에 백지 한 장을 붙이고 물을 뿌렸다. 죄수는 곧 숨이 막혀 죽었는데 이를 도모지라고 한다.’ 구한말의 역사를 편년체로 정리한 ‘매천야록’에는 ‘도무지’라는 단어의 유래가 이렇게 나와 있다. 도모지(塗貌紙)는 조선시대 대역죄인을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고안한 형벌로 물을 묻힌 한지를 얼굴에 몇 겹으로 쌓아두면 한지가 마르면서 코와 입에 달라붙어 -
[만파식적] 군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8.05 17:25:15고대 아시리아인들의 사원에는 그리스의 예술문화도시 코린트를 포위 공격하는 사나운 개들을 부조한 조각 그림들로 장식된 곳이 많다. 기원후 1세기에는 로마의 정치가이며 박물학자인 플리니우스가 개를 여섯 종류로 구분한 기록이 있다. 집 개, 목양견, 조렵견, 군견, 후각 사냥개, 시각 사냥개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1만8,000년 전의 중석기, 빙하시대 말기에 인연을 맺었다. 군견(軍犬)은 최소한 역사시대 -
[만파식적]우드스톡 페스티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8.04 18:25:141969년 8월15일부터 사흘 반나절 동안 뉴욕 북부 베델 평원에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 페스티벌이 열렸다. 우스드톡 뮤직·아트 페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이벤트는 음악뿐 아니라 행위예술·마술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포함된 축제였다. 마이클 랭 등 행사를 계획한 기획자 4명은 뉴욕 북서쪽 우드스톡의 월킬을 행사 장소로 섭외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로 우드스톡에서 70㎞ 떨어진 베델 평원에서 축제를 열어야 했다.‘3일간의 -
[만파식적]와인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8.01 17:45:522008년 봄 홍콩 중심가의 와인 매장 곳곳에 존 창 당시 재무장관을 칭송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세금이여 안녕! 고마워요 존!’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에는 와인 가격 인하를 알리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홍콩을 아시아의 와인 허브로 만들겠다며 40%에 달하던 와인세를 철폐한 당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홍콩 정부는 주세 폐지로 막대한 세수 감소가 예상됐지만 와인 경매와 무역 활성화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
[만파식적]PC운동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31 18:24:25마블코믹스의 영화 ‘블랙 팬서’는 가상의 아프리카 최첨단 문명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워 크게 성공했다. 제작비 등 3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13억달러를 벌었고 아카데미상에서도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3관왕을 달성했다. 부산에서 상당 부분이 촬영되면서 한국 관객도 539만명에 달했다. 이 영화는 특히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운동의 정신을 반영해 성공했다는 점에 -
[만파식적] 스톡홀름 증후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30 18:24:03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의 황홀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폐허가 된 성에 도착한 미녀는 저주에 걸린 야수를 만난다. 아버지 대신 성에 갇히게 된 미녀는 야수를 비롯한 성 안의 모든 이들이 장미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저주를 풀지 못하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임을 알게 된다. 성에서 도망치려던 미녀는 위험한 상 -
[만파식적]백색테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29 18:19:171947년 2월 타이베이시 노점에서 담배를 팔던 한 여성이 단속반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항의하는 시민을 향해 경찰이 발포해 한 명이 숨지자 시위가 확산됐고 장제스 국민당 정권은 무력 진압했다. 이후 3개월여 동안 많은 대만인이 학살됐는데 서방 언론은 적어도 3,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6년 집권 후 장제스 국민당 체제에서 벌어진 학살을 백색테러로 규정하고 공 -
[만파식적]아멜리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28 17:37:261937년 7월, 세계 일주 비행에 올랐던 여성 파일럿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실종 소식을 보고받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즉각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대대적인 수색을 지시했다. 교신이 끊긴 남태평양 하울랜드섬 인근에서 물자와 인력을 총동원한 수색이 진행됐다. 400만달러가 투입된 당시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작업이었다. 하지만 보름 이상 남태평양 일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그녀의 행적은 물론 비행기 파편조 -
[만파식적]신장위구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22 17:29:3617세기 초 남·북 몽골을 복속시킨 청나라는 서몽골마저 합병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1752년 서몽골의 영웅 아무르사나가 왕위계승에서 밀려 청나라에 귀순했다. 이때다 싶은 건륭제는 아무르사나를 앞세워 서몽골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아무르사나가 약속을 깨고 다시 세력을 키우자 건륭제가 공격해 완전히 토벌해 버렸다. 정벌 후 건륭제는 직접 통치하면서 1759년 새로 얻은 땅이라는 뜻에서 신장(新疆)이라고 선 -
[만파식적]마흐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15 17:37:29올해 초 이탈리아 여성 축구 팬들 사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탈리아 슈퍼컵 결승전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압둘라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됐지만 여성들은 입장권을 구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관중석의 일부 구역은 아예 남성만 입장할 수 있었고 여성 팬은 남성 보호자를 동반하고 가족석에 들어가야만 했다. 몇 해 전 여성의 야외 경기장 출입이 허용됐지만 ‘마흐람’ 제도로 여성 -
[만파식적] 강제입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14 18:06:35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10여년간 수천명의 미즈라힘(중동 출신 유대인) 아기가 사라졌다. 처음에는 출산 도중 죽었다는 병원 얘기를 믿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슈케나지(유럽 출신 유대인) 가정에 강제입양됐다. 아슈케나지는 미즈라힘을 열등한 존재나 개조의 대상으로 봤다. 2001년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라진 아기가 대부분 병으로 죽었다고 결론지었다.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2016년 재조사 끝에 이스라엘 정부는 수 -
[만파식적]조지아 와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11 18:31:30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 지도자들이 회담을 가진 크림반도 얄타의 리바디아 궁전. 일주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친 연합국 지도자들과 각국 사절단은 합의를 자축하는 만찬을 가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서기장이 앉은 테이블 중앙에는 흑해산 철갑상어·비프 마카로니 등 입맛 당기는 음식들이 올라왔다. 메인요리의 풍미를 더 해줄 와인도 -
[만파식적] 와튼스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10 18:31:27‘자기의 지혜를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사립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를 설립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격언이다. 이 말은 펜실베이니아대 캠퍼스 바닥에 조각돼 있다. 1740년에 개교한 펜실베이니아대는 흔히 ‘유펜(UPenn)’으로 불리는데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인 아이비리그에 속한다. 윤리적 삶을 강조하는 이 대학은 일찍이 ‘도덕성이 배제된 법은 쓸모없다’는 교훈을 정 -
[만파식적] '뉴 에비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09 17:32:121978년 6월 영국 런던의 번화가인 웨스트엔드의 한 뮤지컬 극장.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유명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쓴 ‘에비타’가 무대에 처음 올려졌다. 에비타는 1940년대 아르헨티나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의 부인 에바 페론의 애칭을 타이틀로 삼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뮤지컬이다. 후안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에바가 대통령 궁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부르는 노래인 ‘아르헨티나 -
[만파식적] 오리나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7.08 17:50:13‘나무나무 무슨 나무/따끔따끔 가시나무/열아홉에 스무나무/일 년 사철 사시나무/십리 절반 오리나무’ 한식 청명 즈음에 불리는 나무타령의 한 대목이다. 나무 이름을 소재로 한 민요는 전국 각지에서 전승돼 내려오는데 지방마다 나무 종류와 사설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리나무는 대부분의 나무타령에 등장한다. 십리의 절반 거리인 오리(五里)마다 심긴 나무라는 뜻에서 오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지만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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