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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김생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16 17:44:46고려 학사 홍관은 중국 송나라에 사신으로 가 있던 중 송나라 관리 양구와 이혁을 숙소에서 만났다. 홍관이 마침 갖고 있던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 한 첩을 보여주자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왕희지의 친필을 여기서 보는구나”라며 크게 놀라워했다. 홍관이 “이것은 신라인 김생이 쓴 글씨”라고 거듭 말하는데도 두 사람은 “왕희지를 제외하고 어찌 이 같은 신묘한 글씨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끝내 믿지 않았다. 삼국사기 -
[만파식적] 채털리부인의 사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15 16:39:211927년 이탈리아 피렌체. 영어로 출간될 소설의 원고를 타이핑하던 여성이 갑자기 이를 거부했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국인 작가는 우여곡절 끝에 자비로 초판 100부를 찍었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2파운드씩 받고 팔았다. 뜻밖에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점차 입소문이 퍼지며 공급이 달리자 해적판 출판업자들이 등장했다. 런던뿐 아니라 뉴욕에서 해적판이 15달러에도 날개돋친 듯 팔려 -
[만파식적]합스부르크 왕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14 18:40:1116세기 말 아드리아해의 무역항 트리에스테에서는 ‘타라 은화’가 통용되고 있었다. 당시 상인들이 커피를 거래하는 데 사용했던 타라 은화에는 지배자였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쌍두 독수리 문장과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아랍 상인들은 커피를 팔아 건네받은 은화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만든 은화의 신용도가 높아 유럽 각국은 물론 아라 -
[만파식적]쏘가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13 17:43:11정도전이 고려 말 자신의 집에서 이색·권근·하륜 등 신진 사대부들과 떠들썩한 잔치를 벌였다. 권문세족 토벌 얘기 등으로 밤늦게야 잔치가 끝나자 정도전이 같이 있던 지인에게 “경치 좋은 단양에 내려가 머리를 식히고 오면 어떻겠는가”하고 물었다. 경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인에게 정도전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같이 낚시나 하고 오세. 쏘가리 낚시 한번 하고 오면 피로가 풀릴 것 같아서 말일세.”조선 개국 공신 -
[만파식적] 상춘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12 22:15:50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을 진행한 청와대 상춘재(常春齋)는 ‘봄이 늘 계속되는 집’이라는 뜻을 가졌다. 역사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춘재 자리에는 조선총독부 관사의 별관으로 지어진 일식 목조건물 ‘매화실’이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를 ‘상춘실’로 이름을 바꿔 사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7년 12월 이를 철거하고 이듬해 3월 같은 자리에 천연 슬레이트 지붕의 양식 목조건물을 -
[만파식적] 자유의 메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9 17:43:102017년 1월. 퇴임을 1주일여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깜짝 수여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바이든은 오바마가 “임기 내 마지막 자유의 메달을 수여한다”고 밝히자 손수건을 꺼내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자유의 메달은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 훈장으로 미국에서 민간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국적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세계 평화와 음악·영화·스포츠·문 -
[만파식적]키프로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8 18:45:36클레오파트라 7세는 300여년간 이어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이었다. 고대 그리스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로마의 영웅 50여명의 이야기를 남겼는데 이 가운데는 클레오파트라와 염문을 뿌린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일화도 담겼다. 탁월한 미모로 유명한 그녀는 안토니우스와의 결혼을 통해 시리아 등 오리엔트 지역의 통치권을 넘겨받는다. 안토니우스가 파르티아 원정으로 획득한 -
[만파식적]버핏의 변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7 17:40:501966년 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평생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와 의기투합해 숨겨진 우량주 발굴에 나섰다. 그가 별도의 투자회사까지 설립해 눈독을 들인 곳은 볼티모어의 ‘호치스차일드 콘’이라는 백화점이었다. 자생력이 강한데다 수학적·경제적으로 타당한 인수가격, 현금을 많이 창출해주는 기업이라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버핏은 1989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백화점 인수를 ‘뼈 -
[만파식적] 먼로독트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6 17:32:3418세기 들어 유라시아 동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러시아는 1741년 마침내 베링해를 건너 알래스카를 집어삼켰다. 러시아의 욕심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1821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는 자국민들에게 베링해협에서 북위 51도(캐나다 남부)에 이르는 북아메리카 서북 연안의 상업·어업 활동을 허용한다는 칙령을 내렸다. 아메리카에 대한 열강들의 영역 확보 경쟁에는 프랑스도 가세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얼마 안 -
[만파식적] 울릉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2 17:50:00지증왕 13년인 512년 신라의 이사부 장군이 배를 타고 우산국(于山國)에 상륙했다. 이사부는 72.9㎢에 불과한 이 작은 섬을 손쉽게 정벌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바다와 험준한 산악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예상외의 거센 반발에 고심하던 이사부는 번뜩 떠오른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 섬에 맹수 한 마리 없다는 것을 알고 나무로 사자상을 만들어 불을 뿜어대는 무력시위를 한 것. ‘항복하지 않으면 이 맹 -
[만파식적] 날치기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5.01 18:23:52‘날치기’는 본래 ‘남의 물건을 잽싸게 채어 달아나는 짓’으로 소매치기 수법이다. 날치기라는 단어는 1950년대 중반부터 국회의 변칙 안건 처리를 비판하는 용어로 쓰였다. 1956년 2월 자유당의 기습 작전으로 지방자치법이 처리되자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회에서 “협잡·날치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 세력이 여야 합의나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하는 것을 날치 -
[만파식적]상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4.29 17:35:032,300여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무령왕은 과감한 추진력을 지닌 군주였다. 신하들은 오랑캐 옷차림인 호복(胡服) 착용을 반대했지만 그는 소매가 좁고 길이가 짧아 실용성이 있는 호복을 자주 입었다. 춘추전국시대 대부분의 왕은 수레를 타고 다니기 좋아했지만 그는 말을 타고 직접 선두에서 기병을 지휘하고는 했다. 무령왕은 후계자를 선정할 때 뜻밖의 선택을 한다. 왕비가 낳은 아들 대신 후궁 맹요가 낳은 열두 -
[만파식적] 익산 미륵사지석탑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4.28 18:08:24“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불교의 동량이 돼 정재(淨財)를 희사해 사찰을 세우시고…원하옵나니 대왕 폐하의 수명은 산악과 같이 견고하고 치세는 천지와 함께 영구하며…왕후의 신심은 수경(水鏡)과 같아 법계(法界)를 비추시고 불멸하시어…모든 중생들 함께 불도를 이루게 하소서.”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익산 미륵사지석탑을 보수하다가 발견한 금제 사리봉안기에 새겨진 글 -
[만파식적] 야반도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4.25 18:04:05중국 전한시대에 사마상여라는 문인이 있었다. 당시 대단한 재산가인 탁왕손의 딸 탁문군과 사랑하는 사이가 됐지만 부부의 연을 맺지 못했다. 탁문군은 비록 열 일곱 살에 청상과부가 됐지만 부잣집 외동딸이었고 사마상여는 나이도 많고 돈도 벌지 못하는 건달이었다. 두 사람은 어느 칠흑 같은 밤 탁왕손의 눈을 피해 줄행랑을 쳤다. 기록상 세계 최초의 연애 커플인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사랑은 이렇게 야반도주로 시작한다. -
[만파식적]러 루스키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9.04.24 18:27:022007년 1월 인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곧바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 후 6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푸틴은 개발사업이 부진하다며 시장을 해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특별회견에서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서 개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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