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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美 내셔널 몰(National Mall)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10.15 17:40:001790년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포토맥강 북쪽 유역을 새 수도 부지로 정한 뒤 이듬해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피에르 샤를 랑팡에게 도시 설계를 의뢰했다. 랑팡은 바로크식 도시계획을 본보기로 삼아 광장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설계를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워싱턴DC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광장이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다. 길이 3㎞, 폭 483m에 달하는 거대한 직사각형 잔디광장인 내셔널 몰의 중앙에는 워 -
[만파식적] 수자기(帥字旗)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10.14 17:35:222007년 4월 한국 문화재청이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신미양요 때 미군이 강화도에서 강탈해 간 어재연 장군의 장군기 ‘수자기(帥字旗)’를 반환받는 데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박물관장이 보낸 답변은 ‘불가’였다. 대통령 명령과 의회 입법 때문에 수자기를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빼앗아 온 250여점의 깃발을 돌려줄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었다. 반환이 힘들다는 것을 확인 -
[만파식적]반스앤노블의 몰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10.10 17:30:00한 여자가 있다. 그는 동네에서 어머니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작은 아동 전문 서점을 운영하지만 주변에 대형 체인 서점이 생기면서 한순간에 존폐의 기로에 선다. 할인 행사에 서점 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음료까지 제공하는 대형 서점의 막강한 힘 앞에 조그만 서점의 사장은 그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을 대상은 오직 e메일로만 연락하며 호감을 키우던 익명의 남자. 하지만 그가 대형 서점의 주인이라는 -
[만파식적]베르사체의 몰락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9.26 17:25:201997년 7월15일. 미국 마이애미의 초호화저택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잔니 베르사체가 자신의 집에서 앤드루 커내넌의 총에 맞아 50세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것이다. 범인은 동성애자이자 연쇄살인범으로 경찰에 쫓기다 8일 만에 자살해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의 돌연한 사망 직후 베르사체그룹이 마피아의 자금세탁에 관여했다는 풍문이 나돌았고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
[만파식적] ‘노맨(No-man)’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9.18 17:30:00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하지만 그가 1912년 한 참모를 만나지 못했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참모의 이름은 ‘루스벨트의 그림자’ 또는 ‘오른팔’로 불리는 루이스 하우. 하우는 남들처럼 루스벨트를 떠받들기만 하지 않았다. 언제나 냉철한 현실인식과 신랄한 비판으로 자신의 상관을 당혹스럽게 했다. 하우가 지적하는 문제에 답을 내놓지 못하면 어떤 연 -
[만파식적] 익명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9.09 17:30:00독일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는 익명을 “붓을 칼처럼 휘두르는 살인미수”라고 표현하며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냈다. 틀린 말은 아니다. 1936년 1월28일 당시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맥베스 부인’에 대한 익명의 평론이 실렸다. ‘노래 대신 비명 소리만 들렸다’는 비판 일색의 글이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양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이오 -
[만파식적] 바나나공화국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9.05 18:41:52‘마지막 잎새’로 잘 알려진 미국작가 오 헨리는 원래 은행원이었다. 문학에 소질이 있던 그는 은행을 다니면서 주간지 롤링스톤을 창간했다. 초기에 잡지 판매가 잘되는가 싶더니 이내 내리막길을 걷다가 결국 사업을 접고 말았다. 더욱이 횡령 혐의로 고소까지 당해 철장 신세를 지게 된다. 다행히 장인이 대신 낸 보석금으로 풀려난 그는 1896년 남미 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로 도피해 반년 정도 살았다.미국으로 돌아온 -
[만파식적] 병역특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9.04 17:30:41유신체제가 들어서기 1년 전인 1971년 정근모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이 박정희 대통령과 마주앉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 출범과 관련해 우수 대학원생들을 끌어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정 장관이 내놓은 카드는 입학생에 대한 병역면제. 반공을 국시로 내건 박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허락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흔쾌히 받아들였다. KAIS가 국내 최고 과학기술 요람이 되는 기틀을 마련한 순 -
[만파식적] 바닐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29 17:30:00지난해 8월 영국 런던의 고급 젤라토 체인 오도노스(Oddono’s) 매장 앞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당분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팔 수 없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일대의 기상악화로 시장에서 바닐라 재고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바닐라 가격은 전년에 비해 500% 폭등한 상태입니다. 공급이 양호해질 때까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메뉴에서 제외하니 양해 바랍니다.”천연 바닐라향을 쓰는 다른 유럽 젤라토 -
[만파식적]한반도 태풍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22 17:30:00태양과 가까운 적도 부근은 열에너지가 넘쳐나고 반대로 극지방에는 부족하다. 게다가 밤 ·낮의 교차와 계절의 변화로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는 제각각이다. 태풍은 이런 열에너지의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적도의 더운 공기가 수증기를 빨아들여 폭풍우를 동반하면서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이 태풍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태풍은 생체조절 역할을 하는 셈이다. 태풍의 영어 단어 타이푼(typhoon)은 그리 -
[만파식적]시베리아횡단철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15 17:30:00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한 권의 보고서가 등장했다. 러시아 도로교통부가 내놓은 이 보고서의 제목은 ‘위대한 시베리아철도’. 360장의 사진과 4장의 시베리아 지도, 3개 도시를 철도로 연결하는 계획이 담긴 기획안에는 마차로 몇 달 걸리는 극동지역 여행을 단 며칠 만에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람회 참가자들의 눈길이 한곳에 쏠렸다. 계획의 일부로 포함된 예니세이 철교는 ‘유럽과 극동을 잇는 교두보’ -
[만파식적] 중국의 출산장려 우표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12 17:30:00‘홍등’ ‘붉은 수수밭’ ‘귀주 이야기’로 친숙한 중국 영화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2013년 중국 내에서 출산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어기고 4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최소 7명의 자녀를 낳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당국의 조사까지 받은 장 감독은 다자녀 출산을 시인했고 현지 언론은 그가 최소 17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물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중 -
[만파식적] 71년 돼지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08 17:30:00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88’를 아내가 유난히 즐겨봤다. 그냥 보는 정도가 아니라 몰입하고 공감했다. ‘응팔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한참 후에야 이유를 알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동네 절친 5인방, 덕선·정환·선우·택·동룡이 집사람과 같은 1971년생 돼지띠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일상과 흡사한 모습이 그려졌으니 안 빠져 -
[만파식적] 황복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8.01 17:30:0020여년 전 중견업체를 운영하던 동향 선배가 초대해 몇몇이 함께 임진강변의 황복집에 간 적이 있다. 종이 두께 정도로 얇게 썰어 나온 회를 미나리와 무순을 얹어 먹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회를 난생처음 느꼈다. 그때 가본 곳이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에 있는 임진나루로 과거에는 한양과 개성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지금은 옛 정취가 많이 사라진 대신 황복을 비롯해 메 -
[만파식적]그래픽 노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7.25 17:30:00얼마 전 동네 서점에 들렀다가 ‘행진하라(March)’라는 제목의 낯선 만화책(?)을 접하게 됐다. 표지에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만화치고는 거창한 구호까지 적혀 있었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존 루이스의 일대기를 만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는데 그의 치열한 인생역정도 그렇거니와 독특한 그림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흑백의 어두운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거칠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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