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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가을에서 겨울까지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2.01 11:11:54가을에서 겨울까지 - 김준태 作사랑하라고 찬바람이 붑니다 서로의 시린 어깨를 부비라고사랑하라고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서로의 시린 발등을 덮어 주라고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떠나가서도 산들은 봉우리마다 흰 눈을 쌓아 올립니다 서로의 숨결과 얼굴을 잊을까 봐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날아가서도 새들은 숲의 가지인들 쉬지 않고 날아갑니다 행여 노래가 흐르는 길 벗어날까 봐마음과 향기 또한 슬픔에 바래질까 봐 잎 -
[시로 여는 수요일] 꽃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1.24 13:29:56꽃-이안 作 나비가 앉았다고 모두 꽃은 아니라네개똥 위에 앉은 네발나비여,똥 속에 숨어 사는 꽃도 있나니!</b> 네발나비여.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져 있고, 다리는 세 쌍 여섯 개라는 건 유치원 다니는 처조카도 줄줄 외는데, 너는 겸손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다리 두 개를 선뜻 진화의 조물주에게 반납한 것도 모자라 오늘은 꽃을 마다하고 개똥에 앉았구나. 어떤 사람들은 너를 '개똥 속에 숨은 꽃의 향기를 맡는 선지 -
[시로 여는 수요일] 뺨의 도둑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1.17 11:06:15뺨의 도둑-장석남 作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열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훔치고 간과 허파를 훔쳤다 허나 날이 새는데도 너무 많이 훔치는 바람에 그만 다 지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녀가 나의 붉은 뺨을 열고 들어왔다 봄비처럼 그녀의 손이 쓰윽 들어왔다 나는 두 다리가 모두 풀려 연못물이 되어 그녀의 뺨이나 -
[시로 여는 수요일] 팔베개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1.10 11:49:55팔베개- 홍해리 作</b>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생(生)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
[시로 여는 수요일] 재료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1.03 10:26:32재료들-최문자 作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륵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b> 걱정 말아요. 눈물은 다시 어머니가 되어 나타날 거예요. 꺼끌꺼끌한 이별은 포근한 사랑이 되어 나타나고, 비린내는 향기로운 -
[시로 여는 수요일] 와불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0.27 11:33:52와불-강상기 作 일어나세요 종말 같은 세상 외면할 텐가요천지개벽 기다리는 중생을 지치게 하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일어날 수가 없다네 왜 그렇죠?내가 일어서는 날은 중생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네와! 불이십니다</b>처음엔 나도 벌떡 일어서려 했지. 아무리 돌부처라지만 어찌 중생의 아픔 모르겠는가? 석공은 이리도 큰 퉁방울 눈에 나팔 귀를 새겨놓지 않았나? 와서 비손하는 사연마다 아프지 않은 게 없더군. 천 년 -
[시로 여는 수요일] 방석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0.20 11:36:03 -
[시로 여는 수요일] 냉장고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0.13 20:03:35 -
[시로 여는 수요일] 한 통에 천 원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10.06 20:28:12 -
[시로 여는 수요일]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9.29 13:49:14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가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 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이야기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 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 있다주머니 -
[시로 여는 수요일] 달북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9.22 14:14:59-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달로 화상통화하던 시절이 있었 -
[시로 여는 수요일] 사람의 바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9.15 20:11:39사람의 바다-이경 作어떤 돈은 맡아보면 확비린내가 난다비 오는 날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날비에 젖고갯비린내에 젖고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돈이 있다등록금을 주려고찬물에 씻어도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비린내가 있다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돈이 헤엄쳐 온사람의 바다가 보인다빳빳하게 깃을 세우고 -
[시로 여는 수요일] 시골길 또는 술통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9.08 20:27:55시골길 또는 술통-송수권 作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바퀴살이 술을 튀긴다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술통들이 뛰어내린다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술통이 제 흥에 겨워 뛰었단 말이지. 풀 비린내가 근육질 다리로 바퀴살을 돌렸단 말이지. 자갈들이 무료해 -
[시로 여는 수요일]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9.01 20:15:18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이영숙 作낙타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짐꾼 앞에 무릎 꿇고 등을 주지만사자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그 누구에게도 몸을 굽히지 않는다채찍을 기억하는 낙타는채찍 안에서 자유를 찾지만정글을 기억하는 사자는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는다낙타는 짐꾼을 기억하며 무릎을 꿇고사자는 초원을 기억하며 무릎을 세운다사자는 절대로 짐을 지지 않는다채찍과 짐꾼을 기억하며 무릎 꿇는 낙타는 슬프다. 채찍은 아프 -
[시로 여는 수요일] 아내의 잠
오피니언 사외칼럼 2015.08.25 20:42:32아내의 잠-장철문 作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아내는모로 누워 잠을 잔다웅크려 잠든아내의 잠은 혼곤하다잠든 아내와 함께아내의 피로도 함께 누워 쉬고 있다나의 삶도 저렇게 누워서아내의 눈앞에쓰러져 잠들 때가 있을 것이다아마도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그런 까닭일 것이다이 혼곤함을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우리가 아는 까닭일 것이다아내의 아버지와어머니의사랑과 원망도저기 저렇게 누워 있다몇만 년의 유전이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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