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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사 "하마스 성폭행,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 확인"
국제 국제일반 2024.03.05 13:53:50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각각 인질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와 증언들을 유엔이 다수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쟁 기간 양측 여성들이 성범죄를 당했다는 정황과 주장은 있었지만 공식기구에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밀라 패튼 유엔 성폭력 특사는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이뤄진 이스라엘 지역 최소 3곳에서 하마스가 인질들에게 '강간과 성적 고문'을 자행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패튼 특사는 이날 보고서에서 "일부 인질이 강간과 성고문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분쟁 관련 성폭력을 당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발견했다”며 “이런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특사팀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4일까지 이스라엘과 서안(웨스트 뱅크) 지구를 방문해 이스라엘 인질에 대한 하마스의 성폭력 의혹을 조사했다. 공격 당시의 생존자, 목격자, 석방된 인질 등 3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스라엘 관련 기관들과 33차례 회의도 가졌다. 특사팀은 당시 노바 음악 축제 현장, 레임 키부츠, 232번 도로 등 가자지구 국경 인근 최소 3곳에서 강간과 성고문, 기타 잔인하게 여성을 대우한 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하마스가 공격한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 대부분이 여성이며 이들이 완전한 나체거나 허리 아래로 옷이 벗겨지고 손이 묶인 채 머리에 총은 맞은 상태였다며 이를 하마스의 성폭행 행위 근거로 제시했다. 패튼 특사는 특히 음악 축제 현장은 잔인한 집단 사살의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패튼 특사는 이스라엘 서안지구 방문에서 이스라엘 보안군과 정착민들이 구금, 가택 급습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성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전쟁 불안·감산 연장에…"국제유가 연말 90달러선 넘을 수도"
국제 정치·사회 2024.03.04 17:50:24지난해 말 6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80달러를 넘어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자발적인 감산 조치를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수급 우려를 키우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석유 수출국들이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할 경우 유가가 90달러 선도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3일(현지 시간) 자발적 원유 감산 조치를 2분기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 규모를 유지해 산유량을 900만 배럴로 제한할 계획이다. 러시아 역시 1분기 하루 50만 배럴을 줄인 데 이어 6월까지 47만 1000배럴을 추가로 감산한다. OPEC 내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평균 산유량을 각각 22만 배럴, 16만 3000배럴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쿠웨이트·알제리·카자흐스탄·오만 등도 감산 유지에 동의했다.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 연장 조치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북미산 원유를 대표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분 가격은 1일 2.19% 오른 배럴당 79.97달러로 거래를 마쳤는데 4일에는 장중 80.37달러까지 치솟으며 수급 불안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69달러 선으로 진정세를 보이던 WTI 가격은 최근 3개월 동안 16% 가까이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 5월분 가격은 1일 배럴당 83.55달러로 지난해 11월 6일(83.70달러)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날 장중 83.97달러까지 올랐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수급 불안이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원유선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항로로 우회하고 있다. 이에 해상 운송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물류비 역시 폭등하고 있다. BBC는 “운송 항로를 바꾼 선박들의 배송 시간이 3~4주 늘어났으며 일부 기업들의 컨테이너 임대 가격은 (홍해 사태 이전보다) 30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한 데 이어 러시아 유조선의 발을 묶는 등 제재를 강화하는 점도 공급망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전쟁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 산유국들이 연말까지 감산 조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국제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주 “브렌트유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85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2분기 배럴당 95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주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기존 85달러에서 87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지지세 속에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70~9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자 민간인 학살 배경은 AI…이스라엘군 투명성 공개하라"
국제 정치·사회 2024.03.04 14:20:09가자지구 전쟁으로 민간인 사망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동원한 인공지능(AI) 무기가 과잉 학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학교, 구호단체 사무실, 예배 장소 등의 타격 목표물을 골라낼 때 ‘복음(Gospel)’이라는 이름의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기계학습을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공격할 수 있는 목표물을 가려낸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1월 성명을 통해 복음 시스템이 정확도를 높이는 것 외에도 “자동화를 활용해 빠른 속도로 표적을 생성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은 이런 AI 기능을 통해 전투가 시작된 후 27일간 1만 2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공격에 대한 최종 결정은 사람이 내리며 명령 체계에 있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군의 이런 AI 활용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비영리 인권단체 함례(7amleh)는 최근 성명에서 “전쟁에 자동화된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최고로 사악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최대 인권단체인 이스라엘민권협회도 지난해 12월 자동 표적 시스템과 관련해 더 높은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군에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AI 전쟁의 정책과 현황 등을 추적하는 미국 인사들도 이스라엘이 본래 목적을 왜곡해 표적 목록을 확대하는데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외교 정책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센터의 낸시 오카일 대표는 “이스라엘이 ‘파워 티켓’이라고 부르는 목표물을 잡으려고 AI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정밀 타격을 위해 AI를 사용한다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또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와 관련해 안보 또는 인식상 중요성이 있는 표적을 파워 티켓이라고 부르는데, 오카일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파워 티켓 지정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폴리티코는 이처럼 이스라엘군에 AI 투명성을 높이라는 지적이 이스라엘의 최우방국 중 하나인 미국 정치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논평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AI 사용에 대해 언급하기를 피해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전쟁에서의 책임있는 AI 사용’을 촉구하며 제안한 국제 논의 구상에도 동참하지 않은 상태다. 영국 보안업체 ‘트레일 오브 비트’의 하이디 클라프 이사는 “AI 시스템의 높은 오류율 기록을 고려할 때, 목표물을 부정확하고 편향적으로 자동화하는 것은 무차별적 표적 공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
EU도 홍해 대응 합세…이탈리아, 후티 미사일 격추
국제 정치·사회 2024.03.04 11:14:06이탈리아가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상에서 쏜 미사일을 격추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홍해 도발 대응에 합세하는 모습이다. 가디언은 3일(현지 시간) EU 해상 방위군으로 투입된 이탈리아 구축함 카이오두일리오가 전날 후티 미사일이 6km 이내로 진입한 순간 타격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후티의 테러 공격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우리 경제가 달린 해상 교통 안전을 노린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가디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직접적인 무력 행사를 피해온 이탈리아가 이례적으로 해상 개입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유럽 국가들은 홍해를 건너는 자국 상선들이 후티의 공격 타깃이 되자 속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EU는 지난달 19일 미국과 영국이 다국적 함대를 꾸려 진행 중인 ‘평화의 수호자 작전’과 별개로 상선 보호를 위한 ‘아스피데스’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이에 그리스가 군함 파견에 나섰으며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역시 가세했다. 가디언은 “이탈리아는 아직 홍해에서의 역할을 완전히 설정하지 않았지만 다음 주부터 제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후티는 지난주 드론으로 독일 군함 헤센과 프랑스 군함 랑게독 등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후티는 이탈리아의 미사일 격침에 대해서 “이탈리아는 군용 및 산업용 선박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우리 조국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 선박의 홍해 항해를 저지하는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배들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후 가자지구의 주민 지지를 선언하고 11월부터는 세계 주요 무역로인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서방 선박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후티 공격을 받고 가라앉던 영국 벌크선 루비마르호가 2일 결국 침몰하면서 기름과 비료 유출에 따른 환경 재앙 우려가 커졌다. 후티 측은 “예멘은 더 많은 영국 선박을 침몰시킬 것”이라며 “(영국은) 예멘을 공격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협조하는 미국과 손잡은 불량배 국가”라고 비난했다. -
가자 휴전 협상 재개했지만…이스라엘 "협상장 안 간다"
국제 국제일반 2024.03.04 10:31:46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표단이 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스라엘이 협상단 파견을 거부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이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의 가자지구 2인자 칼릴 알하이야가 이끄는 협상단은 카이로에 도착했다. 이집트 관영 매체인 알카히라 뉴스는 현재 하마스 대표단 이외에 중재역을 맡은 미국과 카타르 대표단도 카이로에 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6주 휴전과 노약자·여성·병자 인질 석방을 포함하는 협상안을 내부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카이로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는 "하마스는 생존한 인질 명단과 교환대상 보안 사범 수 등 우리가 요구한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오늘 대표단을 카이로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관리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석방을 원하는 팔레스타인 포로가 누구인지, 인질 1명당 몇 명이 석방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하마스 측에서는 이스라엘의 항구적 휴전 동의 없이는 인질 석방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하마스의 고위 소식통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와 피란민의 가자지구 북부 귀가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인다면서 "월요일(4일)까지 협상 타결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협상 관계자들은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최소 일주일째 연락두절 상태여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다고 해도 합의를 이행해야 할 인물을 접촉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신와르가 하마스 정치 지도부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인질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와르는 이달 11일께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기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침공하면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봉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이스라엘,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4자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6주간의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이 협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협상이 타결되면 이달 11일께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과, 한 달 뒤 이어지는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까지 휴전할 것으로 보인다. -
이스라엘 "가자 구호트럭 참사, 공격 아닌 압사"
국제 국제일반 2024.03.03 20:51:45이스라엘군은 3일(현지시간) 최근 구호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민간인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 아닌 압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이 구호 트럭에 몰려드는 상황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건에 대한 초기 검토를 마쳤다”며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을 공격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발생한 사망 또는 부상의 주요 원인은 압사”라고 말했다. 트럭에 사람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압사를 막으려는 경고 사격이 있었고, 이후 다수의 약탈자가 이스라엘 군인들에 접근, 위협을 가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군인들이 ‘다수의 개인’을 향해 대응 사격했다고 부연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한 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기리 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구에 의해 사실 확인 작업과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며 “조사의 투명성을 위해 추가로 확인된 사항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전쟁 상대는 하마스이지 가자지구 사람들이 아니”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구호 활동을 하고 인도주의 통로를 열며 일방적인 인도적 전투 중단을 실행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에 주민 수천 명이 몰렸다. 하마스 측 보건부는 당시 이스라엘군의 구호 트럭 공격으로 112명이 죽고 750여 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
하마스만 동의하면 된다지만…복잡해지는 ‘라마단 휴전’ 셈법
국제 정치·사회 2024.03.03 18:52:02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100명 이상 사망하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10일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미국은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동의했다”며 하마스만 동의하면 당장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낸 ‘구호 트럭 참사’가 가뜩이나 민감한 휴전 협상을 안갯속으로 빠뜨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임시 휴전 제안을 기본적으로 수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다친 사람과 노약자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가자지구는 오늘부터 당장 6주 동안의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협상안은 이미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여기에 서명했으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자신만만한 모습과 달리 휴전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구체적인 합의안을 아직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쟁 종식 시기와 가자지구 내 병력 철수 등에 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추가 협상이 열릴 수 있지만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9일 가자지구에 도착한 구호 물품 트럭에서 민간인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 구호 트럭 참사도 임시 휴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참사가 ‘인파로 발생한 압사와 교통사고’라고 해명했지만 하마스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무분별한 발포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참사 다음 날인 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인질이 70명을 넘어섰다는 발표를 한 것도 휴전 협상의 셈법을 꼬아놓았다. 하마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추정한 인질 사망자 수보다 2배 이상 많아져 협상 윤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군인·민간인 등 약 240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일부 외국인을 포함한 100명 이상이 11월 말 석방됐으니 130여 명의 인질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70여 명이 이미 사망했다면 남은 인질은 60여 명에 그치는 셈이다. 구해야 할 인질이 줄어든 상황에서 “완전한 승리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 구호 트럭 참사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욱 싸늘해진 것은 휴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더 많은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며 항공 물품 지원에 나선 것은 의미심장한 변화다. 미국은 지난 수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더 많은 원조를 허용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줄곧 거부당해왔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을 움직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
美 당국자 "이스라엘은 이미 서명…휴전협상 타결 하마스에 달려"
국제 정치·사회 2024.03.03 11:01:01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협상이 하마스의 서명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라고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6주 휴전 제안을 기본적으로 수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마스가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가자 지구에서는 오늘부터 당장 6주 동안의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대상은 병자와 다친 사람, 노약자와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협상안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여기 서명했으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도착한 구호 물품 트럭에 몰리던 주민들에게 발포, 수백 명이 사상한 참사로 인해 휴전 협상이 타격을 입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1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으로 인질 130여 명 중 70여 명이 사망했다는 모호한 발표를 하면서 협상까지 가는 길이 복잡해졌다. 만약 하마스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추정한 인질 사망자 수보다 두 배 이상 많아질 수 있기에 협상 윤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1200명이 사망하고 군인과 민간인 등 약 240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일부 외국인을 포함한 100명 이상이 11월 말 석방됐다. 이스라엘과 미국, 카타르, 이집트는 가자지구 6주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 논의를 이어 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이다. -
美부통령, 이스라엘 전시내각 인사 회동…"휴전 등 논의"
국제 국제일반 2024.03.03 09:50:15카멀라 해리스(사진) 미국 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전시 내각 인사와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임시 휴전 등을 논의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만나 임시 휴전,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가자지구 내 원조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리스) 부통령은 라파에 거주하는 15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의 지속적 테러 위협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간츠 대표도 성명을 내고 4일 해리스 부통령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간츠 대표는 성명에서 "회담에서 전달할 메시지를 조율하기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여행 의사를 직접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힌다. -
쇠고랑 찬 새…뼈 들고 있는 새…의사들 '의새 챌린지'로 정부 비판
사회 사회일반 2024.03.02 08:14:23의사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새’ 인증을 하고 있다. 각종 SNS에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이미지와 함께 글을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박민수 보건복지부2차관의 ‘의새’ 발언 이후 의사들이 정부를 풍자하는 이른바 ‘의새 챌린지’에 나선 것이다. 박민수의 ‘의새’ 발언 이후 ‘의새 챌린지’ 인증 글이 SNS에 수백개 올라오는 등 ‘의새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의사 단체도 의새 챌린지에 동참했다. 젊은의사회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의새 이미지를 올렸다. 전공의 집단 이탈 기간을 쉬는 시간으로 규정한 젊은의사회는 “넌 쉬면서 뭐할꺼야?”라는 질문에 “다이어트” “군의관 친구 근무지 가서 이탈시키기” 등으로 답변했다. ‘의새 챌린지’ 이미지는 다양하다. 의사 가운을 입거나 청진기를 멘 새들은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하거나 수술실에서 집도하고 있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앵무새가 응급실 앞에서 쇠고랑을 찬 모습도 등장했다. 지난달 29일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전공의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를 풍자한 것이다. 해당 이미지에는 “필수의료 의새, 사람을 살리고 싶어 필수의료를 선택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실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결국 교도소로 잡혀가고 있다”라는 글이 함께 게재됐다. 병실에 수 많은 새들이 가득찬 이미지를 올린 이는 “나도 따라서 한 글자 써본다. 몇십년 고생하고 아직도 공부 중인데…아마 죽어야 끝나는 공부일텐데…복지부 차관이 ‘의새’란다”라고 적었다. 뼈를 들고 있는 ‘의새’ 사진을 올린 한 의사는 “oo도 유일의 소아정형외과 교수가 이제 응급실도 봅니다. 당직하고 다음날 쉬냐구요? 농담도…”라고 적었다. 의사 스스로가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인 의새를 쓰게 만든 배경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있다.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박 차관의 ‘의사’ 발음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새’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라고 들린 것이다. 박 차관은 다음날 브리핑에서 “단순한 실수이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해명했다. 박 차관의 해명에도 분개한 의사들은 의새 챌린지를 시작했다. 의새 챌린지에 참여한 한 의사는 “의새 챌린지는 의료계 현장을 전혀 모르는 박 차관과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다수가 SNS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좋은 대정부 투쟁 방식이다”고 말했다. 챌린지를 넘어 대한의사협회는 박 차관 사퇴론을 주장했고, 박 차관을 모욕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의사도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새 챌린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보다 지배적이다.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6%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답했다. 신장병 환자 보호자 A씨는 “의사들이 떠난 환자들은 하루하루 위태로운 생명을 이어가는데, 의사들은 장난만 치는 것 같다”며 “의사 스스로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모양새 같다”고 꼬집었다. 췌장암 환자 박모씨는 “의사들이 말실수로 꼬투리만 잡고 있다. 의료계에 불신이 쌓인 환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마스(의사+하마스)’ ‘의주빈(의사+조주빈)’ 등 비하하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새 챌린지에 대한 쓴 소리가 나왔다. 전직 의협 집행부 출신의 한 의사는 “의새 챌린지는 오히려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행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대 증원에 반대 근거를 내세워야 할 때, 갈등만 부추기고 있어 아쉽다”며 “의사 비하 단어는 오히려 의사를 자극한다. 서로 비하하는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구호트럭에 주민 몰리자 발포…이 "넘어지고 짓눌려100여명 사망"
국제 국제일반 2024.03.01 11:07:57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전쟁과 봉쇄로 굶주림에 내몰린 주민들이 구호트럭에 몰려들었다가 이스라엘 발포로 아비규환이 되면서 100명 넘게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은 주민은 소수이고 사상자 대다수가 트럭에 치이거나 인파에 짓눌려 발생했다며 맞서고 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가자지구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이 구호품을 실은 트럭 행렬을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벌어진 상황과 관련해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측의 설명이 엇갈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통치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의 아슈라프 알키드라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수송 트럭 30대가 가자지구 북부에 들어서자마자 차에 실린 물자를 꺼내려는 주민 수천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밀려 쓰러진 주민 수십명이 밟혀 사망했고, 혼란에 빠진 운전사 일부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트럭에 치여 숨진 주민도 적지 않다고 이스라엘군은 말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총을 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위협을 느껴 경고사격을 한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도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고사격에도 물러서지 않거나 위협적 행동을 한 주민에게만 직접적인 사격이 가해졌다는게 하가리 소장의 주장이다. 최근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민간인이 숨진 이번 참사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 목소리를 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 트럭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추악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들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면서 "절박한 처지에 놓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은 시급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외교부는 구호품을 기다리는 주민에게 총격을 가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고,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 카타르 정상과 이 '비극적이고 걱정스러운 사건'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 지역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와의 휴전 논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제구호기구들도 이스라엘 비난 대열에 동참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 오후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
[해외칼럼]해리스 부통령은 준비된 구원투수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03.01 05:30:00일반적으로 부통령은 외교정책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외교 문제에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4년 전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이력서에는 외교 분야의 경험이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와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했지만 외교정책 분야에서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 백악관에 들어간 후 그는 활발한 현장학습을 통해 현 행정부의 손꼽히는 외교통으로 거듭났다. 그의 이 같은 변신과 성장은 2024년 대선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줬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미국 정부를 대표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다. 국제 안보 정책을 논의하는 연례회의에 그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전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2022년 뮌헨안보회의 데뷔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는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머뭇거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 당시 러시아는 수백 대의 탱크와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집결시키는 중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일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회담을 마쳤다. 후일 그는 필자에게 “솔직히 그때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다시 본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뮌헨안보회의에서 그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키이우는 자유로운 도시로 우뚝 서 있다”고 강조했다. 본회의 연설에서 그는 미국의 적극적인 국제 문제 개입을 강력히 옹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제 무대에서 그는 더 이상 어리숙한 풋내기가 아니다. 뮌헨안보회의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의 비공식 면담에서 하마스에 의해 가자에 억류된 인질들의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3만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의 공격을 장기간 중지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임기 초반까지만 해도 까다로운 국제 문제에 대한 그의 언급은 요즘과 같은 묵중한 권위를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부통령 자격으로 16차례 해외 방문에 나서면서 외교 현안을 파악하고 각국 지도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세계의 지도자들이 해리스 부통령과 별도의 회담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는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한 지 하루 뒤인 2월 13일 해리스 부통령과 회동했다. 수십 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의 이력으로 볼 때 외교정책에서 현 행정부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든 필요한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로 나설 만한 충분한 외교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는 지난 수개월 동안 해리스의 외교력을 물고 늘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유엔대사를 지낸 헤일리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설령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고령 탓에 결국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둔 선제공격인 셈이다. 또 공화당 유권자의 83%가 해리스 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를 염두에 둔 ‘계산된 도발’이다. 그러나 같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유권자의 86%는 그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낙태와 투표권 등 주요 쟁점안을 중심으로 민주당 유권자들의 결속을 이뤄내기 위해 그를 적극 활용하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자신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해리스 부통령이 언제라도 군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그에게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는 지금 ‘격동의 시기’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는 전화에 휩싸였고, 중국은 대만을, 러시아는 유럽을 넘보는데 공화당은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긴 채 모른 척한다. 우리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은 수두룩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
"이스라엘 탓 안보 약화" 응답 미국인 늘어…전쟁 피로감에 중립 포기
국제 국제일반 2024.02.29 21:43:58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11월 차기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는 28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이달 16∼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성인 1039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미국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작년 9월 진행한 같은 조사(64%)에서보다 8%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이스라엘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27%에서 31%로 4%포인트 증가했다.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게 옳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7%에서 11%로 역시 4%포인트 늘었으나 이같이 답한 응답자는 전원 민주당 지지자나 무당층이었다고 CCGA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5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의 여파로 미국도 무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 중도에 머무르기보다는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입장을 지닌 미국인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민주당 내 진보 성향 계파와 중도 성향 계파 간의 분열상이라고 CCGA는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과반수(62%)가 여전히 '중립'을 주장했으나 이는 작년 9월 조사(74%)에서보다 12%포인트나 낮았다. 반면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는 13%에서 19%로, 팔레스타인 편을 들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는 11%에서 18%로 증가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중립' 선호 비율은 41%에 그쳤고, 전체의 56%가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공화당 지지자는 2%에 불과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유독 계파 간 차이가 두드러지는 데는 지지자를 구성하는 집단이 공화당에 비해 더욱 다양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실제 CCGA와 여타 기관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나이가 젊거나 유색인종인 미국인일수록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경향이 크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군사원조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작전에 써선 안 된다는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강화한다고 답한 비율도 50%에 그쳐 5개월 전 조사(64%)에서보다 14%포인트 감소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때문에 안보가 약화한다는 응답은 32%에서 43%로 늘었다. CCGA는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이스라엘이 미국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같은 기간 76%에서 64%로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
[사이언스] 전쟁판 바꾼 AI 드론…"통제 못하면 재앙"
산업 IT 2024.02.28 17:46:13인공지능(AI)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등 현대전에서 AI 무기 체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갈수록 AI 무기 체계가 발전하면서 전쟁의 게임체인저로까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속도대로 AI 무기가 발전하면 자칫 인간의 생사 결정권마저 AI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AI 무기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24일로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AI를 탑재한 드론 공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는 드론이 건물 안이나 은폐·엄폐물 너머의 목표물을 찾아 타격할 정도로 발전했다. 군인들은 먼 곳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인터넷과 통신을 바탕으로 AI 드론을 조종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텔레그램에 “해상 공격용 드론으로 크림반도 부근의 러시아군 대형 상륙함을 격침했다”고 밝힌 게 한 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하루 300대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는 1대당 400달러(약 50만 원) 정도에 만들 수 있는 주력 ‘FPV 쿼트콥터형 드론’의 생산 규모를 올해 100만 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캐나다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800여 대의 공격용 드론은 1대당 약 1억 2000만 원 가까이 되지만 대체로 저렴한 드론이 주를 이룬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 장관은 “승패는 드론의 양과 기술 수준, 운용법에 달렸다”고 했다. 러시아도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을 활용하면서도 자체 드론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을 군수산업에 도입하는 것이 더 향상된 군사 장비의 개발과 제조 다음 차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레이더망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스스로 조절하며 목표물을 타격하는 AI 미사일을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습하거나 목표물을 타격할 때 AI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빅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수많은 전투기와 드론, 무인 헬리콥터에 목표물 대상과 공격 시기 제안, 우선순위 지정, 탄약량 계산 등을 해준다. 군인은 배낭에 드론을 넣고 다니다가 드론을 띄워 정찰·공격을 할 수도 있다. 지상에서는 경로가 설정된 자율주행 소형무인장갑차를 통해 정찰·수송은 물론 기관총 공격까지 할 수 있다. AI는 역으로 드론 공격을 격퇴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드론 공격에 대해 소총·기관총에 부착된 AI 광학 조준기로 자동 포착해 저격수처럼 명중시키는 기술도 최근 도입했다. 총 500㎞ 길이로 추정되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망 지도를 만들 때도 터널에 드론군을 투입해 지형을 파악했다. AI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AI 무기 체계 구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자율비행 능력을 갖춘 대규모 드론 무기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AI 군사화’를 언급한 뒤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최성환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 부문 전문위원은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우주에서 표적을 식별하는 것은 물론 내년까지 무인 수상함을 포함하는 AI 함대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일찌감치 육해공에서 AI 무기 체계 시스템 구축에 나선 중국을 의식해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AI 기술이 드론·로봇·미사일·전투기·함정·무인잠수정 등 무기 체계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가 작전 계획을 짜고 공격도 하는 상황에서 자칫 인간에 대한 생사 결정권을 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공군의 한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AI 드론이 최종 결정권자인 조종자를 오히려 공격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줬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킬러로봇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의 일부 장면이 현실에서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10여년 전부터 ‘치명적인 자율무기 시스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무기 체계의 AI와 자동화’를 우려하는 결의안을 152개국의 찬성으로 총회에서 채택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도·벨라루스 등 4개국이 반대하고 중국·이스라엘·이란 등 11개국은 기권해 실효성은 회의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시 주석과의 미중정상회담에서 핵무기의 AI 접목 금지 안건을 포함했으나 얼마나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무기 개발이 무한 경쟁으로 치달으면 자칫 공멸할 수 있어 AI 무기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서 AI 연구를 안전하게 뒷받침할 윤리적 토대와 원칙·기준을 마련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바이든 "내주 휴전" 기대에도…하마스, 휴전안 거부
국제 국제일반 2024.02.28 11:13:28다음주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희망이 무색하게 하마스 측이 하루만에 휴전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대변인 바셈 나임은 NYT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하마스 측이 휴전 협상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어떤 새로운 제안"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다른 하마스 관리인 아흐마드 압델하디는 레바논 방송사 알 마야딘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이 우리의 요구를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여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인질 석방 조건으로 살인죄 등으로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고 영구 휴전을 약속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여전히 좁혀야 할 간극이 크다”며 “휴전과 이스라엘군 철수 등 주요 쟁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협상안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넉 달째 이어지는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일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 등 4개국이 파리 회의에서 40일간의 휴전 및 여성, 노약자, 미성년자 인질 석방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마련했고 이를 하마스가 검토 중이라고 27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인 26일 수일 안으로 협상이 타결돼 휴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협상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관측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날 AP 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과의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협상이 타결되기를 원하지만, 하마스가 과도한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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