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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적자 5개월새 15조 늘어…보험료 올려 연내 매듭지어야"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1.12 17:53:17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질의를 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5분의 시간 동안에도 국민연금에 3억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아 제도 개선 없이는 적자가 쌓이기만 하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발언이다. 실제로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하루 기준으로 885억 원, 매년 32조 3000억 원의 적자가 쌓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를 넘기면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연금 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월 말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누적된 국민연금 적자만 약 1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 개혁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연금법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사하자는 입장이다. 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중 과반인 14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4대 개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국회가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니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안을 발표하라 해서 내놓았는데 두 달이 넘도록 공방전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안을 발표했다. 2028년 40%까지 떨어질 예정인 소득대체율은 올해와 같은 42%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 고갈 시점을 연장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 조절 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 개혁에서 다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데 집중하는데 사실 추계 기간 내에 기금 소진이 있으면 안 된다”며 “일단 기금이 소진되고 나면 급여 지출을 가입자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지출은 2080년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9.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제는 지출이 많다는 점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수입이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을 불문하고 연금 전문가 모두 이번 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측도 무작정 급여만 올리자는 게 아니다. 보통 정부 재정 투입이나 보험료 인상을 전제한다”며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15%안에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보험료율(9%)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19.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보험료율 인상은 연금 재정 안정화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합의가 된 안건부터 먼저 처리하는 단계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연금 개혁은 고차방정식이어서 모든 개혁 안건을 한번에 합의하려다 보면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합의가 진전된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먼저 마무리 짓고 이를 바탕으로 구조 개혁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 개혁까지 다 논의하기에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큰 틀의 개혁을 먼저 한 뒤 크레딧 제도나 수급 연령 상향 등의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 역시 “보험료를 13%로 인상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소득대체율도 결국 21대 국회 막판에 논의했던 대로 42~44% 범위 내에서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의견을 좁힌 적이 있기 때문에 여건만 마련되면 모수 개혁은 의외로 금방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영업·청년일자리 대책 시급…연금개혁, 지금이 마지막 기회"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4.11.10 17:47:19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자영업 경기와 청년 취업률 개선 등은 정부가 시급히 성과를 내야 하는 분야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올해 5월부터는 감소 폭이 매월 10만 명대를 넘겼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매월 20만 명 이상씩 늘어 고용률이 2년 반 사이 46.1%에서 47.4%로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자영업자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9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만 2000명 늘며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자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은 0.7%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윤 대통령 취임 첫 달인 2022년 5월 말보다 0.5%포인트 치솟았다. 그사이 정부가 새출발기금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저리 대환대출 등 각종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확대했지만 여전히 빚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연금은 매일 885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 것이 없었고 국가 재정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 개혁은 이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사명감을 갖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소득공제액 5조 원…“미래로 환류해 노후 소득 강화하자”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5 18:38:13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받는 소득공제 혜택을 노후 소득으로 환류할 경우 보험료 인상 부담은 덜면서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5일 경제학계에 따르면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충북 제천시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한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며 “그리고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 급여에는 소득세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입자들이 받고 있는 세 혜택을 연금 기금에 적립하고 그만큼 연금 소득세를 감면받으면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노후 가처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연간 국민연금 소득공제액은 약 4조 9198억 원이다. 실제로 강 연구위원의 추계해 본 결과 국민연금 소득공제 혜택을 환류하면 노후 연간 연금수령액이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DB)이어서 가입 기간 중 소득공제액을 납입해도 급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연금소득세 감면액을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 상승으로 분류하면 노후 소득이 개선된다는 이야기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 연간 연금수령액이 1012만 원인 가입자는 소득공제액을 환류할 경우 연금수령액이 1047만 원으로 35만 원 늘었다. 이 경우 실질 소득대체율은 34.73%에서 35.35%로 0.62%포인트 상승했다. 연금 수령액 개선 효과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연 소득 8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경우 연금수령액 상승폭이 117만 원까지 달하는 것으로 추계됐다. 반면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인 가입자의 연금수령액 상승분은 4만 원에 그쳤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며 “소득공제액을 기금에 적립하면 연금을 수급하기 전까지 복리 효과로 기금 재정에도 도움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 연구위원은 “현행 국민연금 소득공제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구조”라며 “소득계층별 연금소득세 비과세 혜택 규모를 조절하면 역진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적자 1000조 느는데…"국민연금 더 받자"는 野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3 18:21:16조국혁신당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하자는 내용이다. 2093년 국민연금의 누적 적자가 10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가 나타날 수 있어 오히려 ‘국민연금 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조국혁신당 의원 12명 전원이 참여했다. 원내 정당이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혁신당이 제출한 연금 개혁안은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단 56%의 지지를 받았던 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연금 개혁안은 21대 국회에서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개혁의 반쪽에 불과하다”며 “조국혁신당은 연금 개혁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이 든든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국혁신당 안대로 연금 개혁안이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이 오히려 더 악화한다는 점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상 보험료율을 1%포인트 올릴 때 소득대체율을 2% 인상하면 재정 효과가 같은 것으로 본다”며 “(조국혁신당 안은) 보험료율을 4%포인트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 올려 재정 안정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법안대로 개혁할 경우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는 1004조 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안에는 정부가 재정 안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을 제안했던 자동 조정 장치도 빠졌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연금과 함께 기초연금 개편 방안도 발표했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기초생활보장 급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대신 지급 기준을 ‘노인 소득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바꾸는 내용이다. 빈곤 노인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동수로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연금 개혁을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복지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 합의안을 만들어주면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
복지부 차관의 호소 “매일 연금 적자 885억 누적…빠른 개혁이 좋은 개혁”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21 10:48:35“가장 빨리 맞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듯, 연금개혁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올해 안에 연금개혁을 꼭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에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저출생 고령화 충격을 맞닥뜨리게 되면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는 취지다. 이 차관은 2007년 연금개혁 당시 소득대체율만 조정(70%→40%)하고 보험료율(9%)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보험료율 ‘마의 10%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이 차관은 “연금개혁 기회의 창이 열린 올해 꼭 마무리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차관은 “국민연금 설계에 참여했던 서상목 전 보건사회부 장관에 따르면 제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한 것은 선진국들이 대부분 그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며 “보험료율은 3%에서 시작해 15%로 서서히 올리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07년 2차 개혁 당시에도 보험료율 인상을 시도했지만 기초연금만 도입되고 소득대체율을 축소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2007년 당시 보험료율을 올렸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는 의미다. 이 차관은 현행 보험료율 수준으로는 재정 안정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대체율 40%만큼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19.7%를 내야 한다”며 “현재 10.7%포인트만큼 부족한 상태이고 이는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1147조 원인 적립금은 2056년에 모두 소진되고 우리 후세대들은 월급의 28%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차관은 “국민연금 개혁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누적되는 부채는 885억 원”이라며 개혁의 시급성을 부각했다. 그는 “올해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2028년에야 찾아온다”며 “내년 이후에는 지방선거(2026년)와 대통령선거(2027년)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11월부터 연금개혁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출산크레딧, 출산 시 바로 주면 재정 부담 42조 줄어"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18 15:22:36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지원 시점을 앞당기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2093년까지 약 42조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출산크레딧은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이를 출산 시점에 지급하는 것만으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복지부는 출산 크레딧을 출산 직후 지급하는 것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18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행 ‘사후지급’ 방식을 유지할 경우 2026년부터 2093년까지 출산 크레딧에 소요되는 재정은 150조 7775억 원이었다.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당장 2026년에 필요한 예산은 55억 원에 불과하지만 2050년 1조 2235억 원, 2060년 2조 691억 원으로 늘어 2093년에는 4조 6613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사전지급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2026년부터 2093년 사이 필요한 재정은 108조 9989억 원이다. 현행 제도보다 41조 7786억 원 줄어든 수치다. 2026년 7709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대부터는 1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2093년에도 재정 소요가 2조 원을 넘지 않아 전체 비용은 감소했다. 이같은 차이는 출산 크레딧이 지원 시점의 국민연금 A값(가입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해 출산한 만 30세 여성의 경우 현행 사후지급 제도 하에서는 35년 뒤 당해년도 A값을 기준으로 지원하지만 사전지급시 올해 A값(약 299만 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원받는다는 이야기다. A값은 가입자들의 평균 임금 상승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지원 시점이 이를수록 재정 부담이 적어지는 구조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출산 직후 지원하면 당장 재정 투입은 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도움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임금상승률보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더 높지 않겠느냐”며 “나중에 지급하는 것보다 미리 기금에 재정을 투입해 투자 수익을 더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정부는 둘째 아이 출산시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셋째는 30개월, 넷째는 48개월분의 보험료가 지원된다. 정부는 지난달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출생 순위와 무관하게 첫째부터 12개월분의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
국민 53%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반대"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15 17:49:20국민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적정 대체율은 41.97%로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42%)과 비슷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다.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연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국민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데 반대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30~34세(46.4%)를 제외한 모든 나이대에서 과반이 소득대체율 변경에 부정적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합의를 전제로 44%로 인상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대체율 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국민들은 보험료율 인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79.7%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보험료율을 높이는 데는 45.5%만 동의한다고 답했다.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하는 응답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보험료율이 얼마냐는 질문에 40%가 ‘10%(1%포인트 인상)’를 선택했다. 정부가 제안한 13%를 수용할 수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23.4%에 불과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들은 모수 조절에 따른 재정 효과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당장 월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월 소득 150만 원 미만 응답자들 중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는 비율은 44.1%인 데 비해 월 소득 450만 원 이상 그룹에서는 50.2%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계층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보다 개방적이었다는 의미다. 석 교수는 “보험료 인상에 어려운 국민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올라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금개혁안과 함께 제시한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비율은 10.6%에 그쳤다. 22.1%는 지급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수급액 인상을 지지하는 비율도 20.7%에 그쳤다. 응답자의 66.7%는 현행 급여 수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수급액을 낮추자는 비율도 12.6%다. 현재 정부는 2027년까지 기초연금 수급액을 40만 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만 59세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는 방안에는 응답자의 62.8%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만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연장하자는 주장에도 53.5%가 공감했다.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활동을 최대한 오래 지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이후인 5~6월에 만 18세 이상 59세 미만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국민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
“예산 낭비는 ‘페카토 모르탈레’…지역화폐법 등 선심 악법 근절해야” [청론직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0.07 17:15:27이달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거대 야당이 강행 처리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공공정책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출신의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에 대해 “전형적인 선심 악법”이라며 “국가 예산 낭비는 근절해야 할 ‘페카토 모르탈레(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규정했다. 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이 해당 부문의 의료 수가 책정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돼 있다”면서 “적정 수가 책정에 의료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는데도 정치권에서는 현금 지원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역사소설에는 ‘페카토 모르탈레’라는 말이 나온다. 이탈리아 말로 ‘용서받지 못할 죄’라는 뜻이다. 용서받지 못할 죄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공직자가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가들이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용서받지 못하는 죄인 것은 예산을 흥청망청 낭비하면 나라가 망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미 국가들이 예산 낭비로 나라가 거덜 난 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세금 제도의 문제점은 뭔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역대 어느 정권도 세제 개혁다운 세제 개혁을 한 적이 없고 언제나 땜질식 처방에 머물렀다. 세제는 정치인과 이익집단들의 정치적 이권 추구에 의해 점차 누더기가 됐고 누더기가 된 세제가 경제성장을 저하시켰다. 경제성장의 저하는 낮은 세수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요즘의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확대의 주된 요인도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조세정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납세자, 정당, 행정 관료, 이익집단 등이 모두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세제를 확립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익을 앞세우면서 조세정책을 논의하는 데서 문제들이 생겼다. 세제 개편과 관련한 정책 논의를 들여다보면 행정부와 입법부, 여야 정당, 각종 이익단체 등이 모두 세제 개선보다는 개악에 경쟁적으로 힘쓰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두 선전 구호로 가득한 주장을 발표하는 데만 관심을 가질 뿐이어서 중병을 앓고 있는 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두고 거대 야당이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증권거래세는 원래 도입하지 말았어야 했던 악세(惡稅)이므로 즉각 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로 대체해야 한다.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4국과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에 대해 각기 다른 세율로 과세하는 이중소득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계기로 이중소득세를 도입해 금융자산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새롭게 검토해보기를 제안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21년 만에 정부에 의해 발표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다.개혁안에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행 42%로 유지하고,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기금 소진 시기가 2072년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했지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따로 없다. -어떤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인가. △정답도 없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 보내며 연금 개혁을 나 몰라라식으로 팽개쳤던 문재인 정권에 비하면 큰 성의를 보였으나 개혁의 핵심 문제를 연기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런 식이면 20년 후 또다시 보험료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 올리자는 식의 개혁안이 분명 나올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도 관련 전문가들도 그간의 논란과 논쟁에 지친 탓인지 빨리 덮고 넘어가자는 태도만 보였지 역사에 책임을 지는 자세와 성의는 없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금 소진을 막는 모수적 개혁의 핵심은 평균 수익비를 1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물론 학계나 전문가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가입자가 낸 돈에 비해서 수급하는 연금액의 비율을 ‘수익비’라고 하는데 현재의 평균 수익비는 1.8이다. 연금 수급자 모두가 평균적으로 자신이 낸 돈의 1.8배를 받는다는 얘기다. 이러니 재정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종국적으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정부가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일 것이라 했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일부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5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하면서 1%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 목표 수익률보다 1%포인트 초과 수익을 올리는 것은 가능할 수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하는 거대 기금의 경우 향후 50년간 매년 1%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수익률을 1%포인트 더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면 기금운용본부의 전문가들이 벌써 시도했을 것이다. -기금 운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금 운용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하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두 제도가 기금 운용을 옥죄고 있다. 두 제도 모두 문재인 정권 때 도입되었는데, 하나는 스튜어드십코드이고 다른 하나는 주주대표소송제이다. 두 제도는 복지부의 관여나 영향력 행사가 강화되는 제도로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첩경이다. 시민단체나 노조가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라는 조직이 기금운용본부 전문가들 위에 군림하는 형국이니 기금 운용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번져 안타깝다. 모든 문제를 과학과 논리를 토대로 논의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가 지향해야 할 정책의 내용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정책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의료 개혁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가. △특정 진료 과목별 의사 공급의 부족이나 기피는 해당 의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응급실 부족을 포함해 의료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의 대부분이 해당 부문의 의료 수가 책정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돼 있다. 노인들의 집 냉장고가 갖가지 약으로 가득 차 있는 것도, 과잉 진료가 횡행하는 것도 모두 수가 책정과 깊게 관련돼 있다. 의료 현장 실태 전반을 면밀하게 종합 분석해 적정 수가의 책정에 의료 정책의 초점이 모아지도록 해야 한다. -의료 개혁이 표류하고 이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헌신적이지 못하고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박봉에도 몸을 불살랐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헌신적인 공직자들이 그리울 정도다. 지금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스스로 이름을 걸고 헌신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공무원 수가 117만 명(행정부 공무원 국가직 75만 명, 지방직 39만 명, 입법부와 사법부 등 헌법기관 공무원 3만 명 등)에 달한다. 과연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117만 명의 공직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도록 채찍질하고 동기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아쉬움이 있는 것인가. △많은 일을 하기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을 선도해야지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한다면 국민을 설득하며 이끌고 나가야 한다. 국민은 돌팔이 의사가 아닌 명의(名醫)를 원한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해줄 수는 없다는 것, 국민은 각자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귀에 따갑도록 이야기해야 한다. -국내외 역대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집필 중이라고 들었다. 훌륭한 지도자상은 뭔가. △위대한 국가 지도자들을 보면 시대적 소명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확실히 규정하면서 만난을 무릅쓰고 매진하는 열정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위대한 지도자 대다수는 책을 열심히 읽는 책벌레였고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딱 한 가지 개념은 ‘자유’였다. 지도자 대부분이 자유를 위한 투사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어쩌다 대통령이 되고 어쩌다 당 대표가 되고 어쩌다 국회의원이 된 지도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He is… 1947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영국 요크대와 일본 히토쓰바시대 객원교수,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 조세정책 50년’ ‘기적의 한국 경제 70년사’ 등이 있다. -
[기고] 퇴직연금 성장 이끄는 ‘푸른씨앗’
사회 사회일반 2024.10.07 05:30:00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적립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노후 소득 관점에서의 역할은 충분하지 못하다. 지난달 4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퇴직연금의 구조 개혁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도입 사각지대와 저조한 투자 수익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도입 사각지대 문제는 고용·노동시장의 양극화에서 비롯됐다. 기존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했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 여력이 그대로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운영에도 투영된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사업장 도입률은 26~2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94.3%를 차지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이 23.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노동비용보다 퇴직급여 등의 비용 격차가 더 크다. 직접노동비용의 경우 10~29인은 300인 이상 대비 65.5% 수준이나 퇴직급여 등의 비용은 38.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년 대비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통해서만 해소할 수 있다. 이러한 퇴직연금의 도입 격차 해소는 총체불임금의 40%를 차지하는 퇴직금 체불 예방 효과에도 큰 역할을 한다. 저조한 수익률은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 결과다. 위험자산의 글로벌 분산투자 미흡이 핵심 요인이다. 2023년 말 기준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2.07%(원리금보장형 2.01%, 실적배당형 2.75%)이다. 동 기간 물가 상승률이 2.2%임을 감안하면 위험자산에 투자한 실적배당형 수익률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현행 실적배당형은 사업자가 펀드 상품을 제시하면 근로자가 자신이 운용할 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위험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9월부터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적 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을 선보였다. 도입률을 높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면제(올해 가입 시 4년 간)하고 최저임금의 130%(월 268만 원) 이하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부담금의 10%를 3년간 지원한다. 근로자에게도 사업주와 동일한 금액을 3년간 지원하며 이로 인해 퇴직급여가 10%만큼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수익률 개선 측면에서도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다수 사업장을 통해 공동으로 조성된 규모화된 기금을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자산 운용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 개인 투자에서 나타나는 행태적 편향을 극복함으로써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 성향도 완화할 수 있다. 종국적으로 수탁자 역할을 하는 기금제도운영위원회를 둬 전문적인 의사 결정과 체계적 자산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개인 투자 대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돕는다. 실제로 푸른씨앗의 2년간 누적수익률은 12.95%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97%에 이어 올해 9월 연환산 수익률은 6.94%로 기금형제도의 장점을 잘 보이고 있다. 주요국 정부가 고용, 기업 복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퇴직연금 분야에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은 푸른씨앗과 동일한 목적으로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을 도입했다. 1%의 부담금을 국가에서 지원한 결과 가입률이 2011년 47.6%에서 2021년 79.4%로 크게 높아졌다. 일본 정부도 중소기업퇴직금공제제도를 도입해 기금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입자의 자산 운용 지시권을 회수한 대신 43개월 이상 가입 시 1% 상당의 최저 수익률을 보장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공적 퇴직연금기금인 푸른씨앗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푸른씨앗의 빠른 확산을 위해서는 초기에 재정 지원 대상을 확대해 도입률을 높여야 한다. 장기 유지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가입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사회적 부담을 덜기 위해 지금 뿌리는 작은 씨앗이 더 크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
국민연금 가입자 수 올해 상반기만 33만 감소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10.03 18:37:01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33만 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붐’ 세대가 꾸준히 은퇴하는 데다 청년 세대의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감소로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면 기금 재정이 더욱 악화한다는 점에서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6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5만 58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입자 수(2238만 4787명)보다 32만 8941명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2232만 5597명)과 비교하면 26만 9751명 감소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것은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인 만 59세가 되는 1965년생 인구는 총 81만 6721명이다. 반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만 18세 인구는 44만 1605명에 불과하다. 청년 세대의 경우 일정 연령에 도달해도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므로 실제 신규 가입자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2년 말 2249만 7819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40년에 1843만 명, 2060년에 1251만 명, 2093년에 861만 명으로 줄게 된다. 반면 올해 6월 기준 682만 2178명이 된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점점 늘어 2060년께 1569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개혁을 연내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현 상태를 유지하면 재정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향의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제안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자동 조정 장치를 가동할 경우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기자의 눈] ‘국회안’ 안보이는 연금정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9.30 18:01:12“정부안만 발표하면 될 것처럼 말하더니, 국회 논의 속도가 더뎌 걱정입니다” 연내 국민연금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돌아온 한 정부 관계자의 반응이다.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에 맞춰 자동조정장치 도입·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 등이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되도록 국회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나온 우려다. 정치권에서도 연금 개혁 논의가 당장 본격화되긴 어렵다는 기류가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양당 지도부가 합의해야 할 사안 아니겠느냐”며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후 연말을 코앞에 두고서야 부랴부랴 여야가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모습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은 자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양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연금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논의 기구도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정치권은 대안 없이 갑론을박 되풀이 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정부안 발표’를 일관되게 요구해오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정부안 비판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부안대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 하면 연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부각하는 식이다. 자동조정장치 없이 어떻게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이상 늦출지를 제시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임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퇴직연금 강화를 노후 소득 보장 강화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구체적인 각론을 내놓지 못했다. 관계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해 회의를 열고도 “장기적 방향성에 공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식의 설명만 늘어놓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선진국들의 경우 정당들이 각자의 안을 가지고 오랜 시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며 “정부안이 나왔으니 국회도 각자가 생각하는 안을 내놓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 -
50대, 낸 돈의 2.6배 받는다…보험료 증가 속도 빨라도 이익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9.26 05:30:00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돈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하면 20대는 약 1억 8000만 원을 내고 3억 원 가까이를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입액의 약 1.7배를 받는 것이다. 반면 50대는 개혁 후에도 납입액의 약 2.6배를 수령해 중장년층의 보험료 증가 속도가 빠르더라도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 개혁 추진 계획 팩트 체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수령액)은 지금 수준인 42%를 유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년간, 20대는 0.25%포인트씩 16년에 걸쳐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의 추산에 따르면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2005년생은 40년의 가입 기간 동안 1억 7640만 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반면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1975년생이 총 납부하는 보험료는 1억 3860만 원이다. 수령액의 경우 20대는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 25년 동안 2억 9861만 원을, 50대는 3억 5939만 원을 받는다. 20대는 낸 것에 비해 1.69배를 받는 데 비해 50대는 2.59배를 타는 셈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는 그동안 9%의 낮은 보험료율을 부담한 데 비해 20대는 연금 개혁에 따라 가입 기간 대부분 13%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세대별로 기여와 혜택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금 개혁에 따른 나이대별 보험료와 연금수령액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내는 돈과 받는 돈이 달라지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 발전에 따라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과 연금 수급시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이 꾸준히 변해왔기 때문이다. 1975년에 태어나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A씨와 2005년에 태어나 곧 만 20세가 되는 B씨를 비교해보자. A 씨는 1995년에 만 20세가 됐다. 당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6%, 소득대체율은 70%였다. A 씨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연금 제도는 조금씩 개선됐다. 1998년에는 보험료율이 9%로 인상됐다. 소득대체율은 1999년 60%로, 2008년 50%로 한 번에 10%포인트씩 떨어진 후 매년 0.5%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올해 연금 개혁이 정부안대로 통과하면 보험료율은 4년 동안 매년 1%포인트씩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42%로 고정된다. A 씨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35년이 되면 국민연금공단은 이 같은 이력을 모두 고려해 A 씨의 연금액을 책정한다. 현행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라지만 실제로 각 가입자들이 연금을 받을 때 적용받는 수치는 천차만별이라는 의미다. 1995년부터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A 씨가 적용받는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50.6%다. A 씨가 1995년부터 2035년까지 낸 평균 보험료율은 생애 평균 소득의 9.6%다. 반면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2005년생 B 씨는 당장 9.25%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보험료율은 매년 0.25%포인트씩 올라 2040년 13%에 도달한다. 추가적인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B 씨의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내내 42%다. 따라서 B 씨는 가입 기간 동안 평균 12.3%의 보험료를 내고 만 65세가 된 뒤에는 생애 평균 소득의 42%를 연금으로 받는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5년 만 30세가 되는 1995년의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42.6%, 만 40세가 되는 1985년생의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45.1%다. 국민연금에 언제부터 가입했느냐에 따라 기여(보험료 납부)와 혜택(연금 수령)이 상당 폭 차이 난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해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할 경우 20대의 생애 총보험료는 576만 원 감소했다. 반면 50대의 경우 288만 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율을 8년 동안 연간 0.5%포인트씩 인상하는 상황과 비교한 결과다. 석 교수는 “제도에 누적된 세대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과거 세대는 부모 봉양에 사적 비용을 상당히 썼다면 미래 세대는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등 각자의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제도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자동 조정 장치 도입에 따른 효과도 연령에 따라 다른 것으로 추계됐다. 연령에 따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모두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액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된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 조정 장치는 가입자 수 감소와 기대여명 증가에 맞춰 연금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함에 따라 내년에 20대가 되는 2005년생의 총연금액은 2억 8492만 원에서 2억 5339만 원으로 11.1% 감소했다. 2005년 30대가 되는 1995년생의 연금액은 2억 9247만 원에서 2억 5326만 원으로 13.4% 줄었다. 이들은 2060년 이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동 조정 장치 도입 시기는 급여 감소 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자동 조정 장치 발동 시기를 보험료 수입이 연금 지출보다 적어지는 2036년, 기금 고갈 5년 전인 2049년, 기금 고갈을 앞둔 2054년 세 가지로 나눠 제안했다. 40대와 50대는 발동 시기에 따라 삭감액이 달랐다. 내년에 40대가 되는 1985년생의 경우 자동 조정 장치가 2036년부터 작동하면 급여액이 1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동 시기가 2054년이면 감소 폭은 10.7%로 줄어든다. 1985년생은 2050년부터 연금을 받아 첫 4년간 연금 삭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50대에 진입하는 1975년생은 2036년에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될 경우 연금 급여액이 15.6% 감소한다. 금액 기준으로 2054년부터 발동할 경우 감소 폭이 2.7%에 그쳤다. 2040년부터 연금을 수령하므로 2054년부터 자동 조정 장치가 작동하면 첫 14년간 연금을 삭감하지 않게 돼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는 자동 조정 장치가 발동돼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더라도 낸 것보다는 많이 받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연금액 인상률의 하한을 0.31%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연금 급여 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일부 가입자들은 낸 것보다 덜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금 상승률이 0.31%”라고 설명했다. -
국민연금, 50대는 낸 돈의 2.6배 더 받는다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9.25 17:41:03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돈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하면 20대는 약 1억 8000만 원을 내고 3억 원 가까이를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납입액의 약 1.7배를 받는다. 반면 50대는 개혁 후에도 약 2.6배나 많이 수령하는 만큼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 개혁 추진 계획 팩트 체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2005년생은 40년의 가입 기간 동안 1억 7640만 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반면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1975년생이 총 납부하는 보험료는 1억 3860만 원이다. 수령액의 경우 20대는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 25년 동안 2억 9861만 원을, 50대는 3억 5939만 원을 받는다. 20대는 낸 것에 비해 1.69배를 받는 데 비해 50대는 2.59배를 타는 셈이다. 50대의 경우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최대 5571만 원까지 수령액이 줄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아 20대보다 보험료 증가 속도가 빨라도 이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는 그동안 9%의 낮은 보험료율을 부담한 데 비해 20대는 연금 개혁에 따라 가입 기간 대부분 13%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세대별로 기여와 혜택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청론직설] “창조적 파괴 ‘메기’ 기업이 저성장 극복…정부는 혁신 지원해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9.23 17:50:53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온 가운데 미중 갈등, 주요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중동 확전 위험 등이 겹치면서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인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창조적 파괴를 이끌 수 있는 ‘메기’ 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 환경이나 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의 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 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보여주기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지속적인 개혁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당도 국가적인 의제를 놓고 정쟁을 만들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2.5% 정도다. 지난해 1.4% 저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에 불과하다고 본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분기 0.2% 감소하며 침체 징후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정보통신기기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호조가 힘겹게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부진하다. -향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또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는데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건설사·증권사·상호금융사 등 이미 드러난 부실 외에 추가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위험)’이 존재한다면 하반기 경기 전망은 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글로벌 무역 위축 위험, 중동 확전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엔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 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도 우려되는 대외 리스크다. -윤석열 정부 3년 차를 맞아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재정 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원자력발전·방위산업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들에 대해 세일즈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학과의 수도권 정원을 늘린 것은 다른 정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반면 가계부채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실기했다고 본다. 건설 경기를 살려 부동산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 상승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수 부양 등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정부 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재정 건전성 유지와 책임성 강화라는 기본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경기가 부진하면 적자재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고 경기가 좋아지면 세수 확충을 통해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 정부의 경기 안정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정부가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제주체이다. 물론 과감한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취약 계층 지원 등 소득 창출 효과가 높은 곳에 재배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의 감세 정책 추진이 건전 재정 기조와는 상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내수가 부진할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완화적 재정 정책이 재정지출 증대와 감세다. 세입이 충분하지 않을 때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 이자율을 상승시킨다. 그러면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 감세는 그런 부담 없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있다. 필요한 감세는 시행하면서 세원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가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출범 초기에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대규모로 꾸릴 정도로 규제 개혁에 진심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효율적인 가격 규제를 개혁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14년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 지난 정부부터 동결된 전기요금 등이 대표적이다. 3대 개혁 가운데 근로자의 노동시간 선택을 보장하려는 노동 개혁은 방향을 잃었고 교육개혁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가시적인 결과가 최근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개혁안이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항상 고통스럽기 때문에 어느 정부도 이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국민적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좌고우면하거나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국가 미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과 미리 충분히 논의하고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삭감됐다가 복구됐지만 ‘R&D 카르텔’ 운운하는 바람에 과학기술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시설·교수진 등 부족한 교육 역량을 감안하면 내년이 더 걱정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가 많다. △어느 경제나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 하락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제는 성장 속도보다 내용, 양보다 질이 중요한 단계를 맞았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의 주체인 기업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개입이 경제성장을 선도하기에는 경제 규모가 이미 너무 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 방향이 바람직한가. △첫째,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해 경제활동인구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정년 연장, 노인·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기업의 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과 R&D 촉진, 규제 완화, 연금·노동시장 개혁 등의 정책을 통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유로존이 저성장에 빠진 반면 미국은 경제 규모가 큰데도 성장률이 더 높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공격적으로 재정을 투입했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지원 규모가 작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큰 타격을 받았다. 근본적으로는 혁신 역량의 차이다. 미국은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풍부한 자본 시장, 노동시장 유연성과 고숙련 노동자 유치 등을 바탕으로 구글·아마존·메타와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은 빠른 고령화에다 제조업·관광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성장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의 대외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이나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등은 결국 미국 내에서 고용하고 생산하라는 것이다.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해 관세 장벽을 극복하거나 보조금 혜택을 누려야 한다. 미국의 원산지 규정을 감안한 생산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제3국 생산과 우회 수출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이는데. △‘알려진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을 때에 비해서는 불확실성이 적고 어느 정도 대응 방법도 알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 인상, 수입제한 등 더 전통적인 무역정책 수단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가 IRA 혜택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경우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바라보고 미국 현지의 전기차 배터리 등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지만 관세장벽은 우회할 수 있다. 또 감세 정책을 선호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소비·투자 등 민간 부문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미중 전략 경쟁과 경제 블록화 현상 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광물 등 전략물자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해외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이전해 미중 갈등을 회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한중 간 우호 관계가 동북아 지역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설득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그 규모나 역동성 측면에서 외면할 수 없는 경제 파트너이다. 디커플링(탈통조화)보다는 디리스킹(위험 경감)으로 한중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미중 모두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He is… 1963년 경기 수원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제학과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금융학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여야 "모수개혁부터 빨리하자" 한목소리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4.09.19 17:48:17여야가 국민연금 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논의를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급한 모수 개혁부터 해결한 뒤 구조 개혁을 하자는 것으로 국회에서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진척이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미래연구원과 인구전환포럼이 공동 주최한 ‘연금 개혁의 쟁점과 기본 원칙’ 세미나에서 “(연금 개혁안 중) 모수 개혁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도 연내 모수 개혁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 개혁을 이어가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되는 것은 되는 대로, 필요한 것은 더 빨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안을 출발점으로 빨리 논의를 시작하자”며 “국민의힘은 모수 개혁부터라도 합의하는 데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모수 개혁을 먼저 매듭짓는 데 여야 의원이 의견을 함께한 셈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정부안(13%)보다 높은 15%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당 규모의 적립금이 유지되면서 낸 것보다 더 받는 것이 재정 안정의 조건”이라며 “이 두 가지를 충족하려면 소득대체율 40% 수준에 보험료율이 15%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 65세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장기적으로 만 68세까지 올리고 기금 수익률은 1%포인트 개선한다는 것을 전제한 결과다. 김 교수는 “이번에 13%까지만 인상한 뒤 나중에 더 올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5년·10년 뒤에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 지출은 늘어날 테고 고령화율도 높아지기만 할 것”이라며 “10년 뒤 재정 여건이 지금보다 나을 리가 없기 때문에 지금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목적세를 신설해 보험료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사회보험 지출은 보험료로 감당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면 재원과 용도가 분명한 목적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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