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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무리 많아 봤자"…소외계층 위해 상금 2.7억 기부한 '이 남성', 누구?
국제 국제일반 2024.12.21 01:00:00중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모옌이 최근 다른 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소외계층에 기부한다고 밝혀 화제다. 19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모옌은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제19회 ‘애심상’을 수상하며 상금으로 19만 달러(약 2억 7557만 원)를 받게 됐다. 모옌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금 전액을 심장병 환아와 자폐아를 키우는 가족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모옌은 “이 상의 상금 얘기를 듣자마자 상을 받고 싶었다”며 “이 상금이면 약 60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행동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고 집이 아무리 커도 잠자리는 하나일 뿐”이라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인터뷰가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전파해야 할 가치다”, “모옌에게 상금을 더 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모옌은 '붉은 수수밭'과 '개구리' 등의 작품을 집필한 작가로 2012년 중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약 20년 전부터 상금 등을 기부하며 자신은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노벨문학상 수상 뒤에도 원고료와 인세 등을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했다. 최근까지도 자선 행사 등에 참석하며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모옌이 받은 ‘애심상’은 홍콩·마카오·대만자선재단에서 2006년 창설한 상으로 2020년부터 전 세계 중국인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중화권에서 상금 액수가 가장 큰 자선재단의 상이기도 하다. -
"돈 많아 봤자"…상금 2억7000만원 곧장 기부한 中 노벨상 작가 정체
국제 정치·사회 2024.12.20 15:54:33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단국대 초빙교수인 모옌(莫言)이 최근 또 다른 수상에서 받은 상금을 심장병 환아들에게 기부한다고 밝혔다. 19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모옌 작가는 지난달 말 제19회 '애심상'을 홍콩에서 수상하며 상금으로 19만달러(약 2억7557만원)를 받게 됐다. 모옌은 한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금 전액을 심장병 환아와 자폐아를 키우는 가족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상의 상금 얘기를 듣자마자 상을 받고 싶었다"면서 "이 상금이면 약 60명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행동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은 없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용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고 집이 아무리 커도 잠자리는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전파해야 할 가치다", "그에게 상금을 더 줘라"는 등 찬사를 쏟아냈다. 1955년 중국 산둥성에서 태어난 모옌은 '붉은 수수밭'과 '개구리' 등의 작품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약 20년 전부터는 문학상 상금 등을 기부하며 자신은 검소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단국대 초빙교수로 임명됐으며, 2012년 중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에도 저작권 인세 등을 기부해 심장병 환아 치료에 힘써왔다. -
[하은선의 할리우드 리포트] 밥 딜런이 된 티모시 샬라메
서경스타 영화 2024.12.20 07:00:00뉴저지의 한 병원으로 무작정 찾아가 ‘포크의 아버지’ 우디 거스리를 만나고 그를 위해 작곡한 노래 ‘Song to Woody’를 부른다. 자신을 ‘바비 딜런’으로 소개하며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자작곡을 들려주는 장면부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진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은 포크 세대에게 연말 최고의 선물이다. 밥 딜런의 대표곡들을 라이브로 연주해 영화의 깊이와 진정성을 더했다. 티모시 샬라메가 이 곡들을 배워서 직접 연주했음이 놀랍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밥 딜런을 그저 흉내 내지 않아 기쁘다.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 가사를 엉망으로 만들거나 하모니카 솔로를 추가하고 템포와 페이스를 다르게 조절한 공연 장면들은 실제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 같은 감흥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처음 본 밥 딜런의 이미지는 1963년부터 65년 사이 잭 크레이머가 찍은 사진 중 하나였다. 정리 안 된 부시시한 곱슬머리가 상징적인 흑백 사진이었는데 가장 먼저 기억에 남았다”며 “항상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에 기타를 배우고 피아노와 하모니카 연주를 습득하며 1960년대 미국 포크 음악의 정신에 빠져들 수 있는 좋은 핑계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인물 탐구가 연구로 느껴지지 않고 집착이 되어버렸다. 5년이란 시간을 할애해서 그의 경험을 호흡했다. 한 번 들어가면 돌아올 수 없는 세계, 완전히 밥 딜런이란 종교에 빠져 버렸다”고 뒤돌아봤다. 20대 중반을 밥 딜런으로 산다는 건 배우에게 축복이다. 2019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을 만난 후 수년간 촬영이 지연되면서 준비 기간이 길어졌고 티모시 샬라메는 기타와 하모니카를 모두 마스터할 수 있었다. 맨골드 감독에게 배우가 직접 노래하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 매너리즘과 성대모사의 연속도 허용되지 않았다. 보이스 코치인 에릭 베트로와 함께 수많은 공연과 인터뷰를 무한 반복 시청하면서 숙성한 와인과도 같은 밥 딜런의 다층적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티모시 샬라메는 “수년 간의 연습이 자신감을 주었지만, 어느 순간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손에 스스로를 맡겼다. 밥 딜런에 대한 탐구를 위해서는 정형화된 뮤지컬 전기 영화는 잘못된 방식이라 직시한 그를 그냥 믿었다”고 밝혔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 방랑자에서 로큰롤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4년 여정을 그린다. 제목은 포크록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에 등장하는 후렴구에서 따왔다. 1960년대 초 미국은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을 내세운 사회·정치·문화적 격변을 겪으며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에 있었다. 로어 맨해튼(그리니치 빌리지와 첼시)을 중심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모던 재즈의 꽃을 피우고 레니 부르스의 풍자 코미디, 팝아트의 대표주자 앤디 워홀과 유명한 팩토리 스튜디오, 그리고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가 촉발한 포크 음악 운동이 시작된 시기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들썩였던 2024년, 할리우드 리포트를 밥 딜런의 반전·저항정신으로 마무리한다. 노래에 문학을 더한 포크록 가수 밥 딜런에게 2016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한림원은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밥 딜런은 냉전이 삶의 모든 측면을 뒤덮고 있던 중요한 순간에 등장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결국 전 세계를 재앙 직전까지 몰고 갔고 1963년 JFK(케네디) 암살은 미국의 순수성을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민권 운동은 탄력을 받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하기 직전, 딜런이 링컨 기념관에서 공연한 워싱턴 행진으로 민권운동이 시작됐다. 이 시기는 낡은 규범과 새로운 이상 사이의 첨예한 충돌을 반영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지만 딜런은 자신의 신념을 음악에 담아 한 세대에 불을 지폈고, 이후 60년 동안 그는 상징적인 인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은 시대를 초월한 그의 노래와 가사를 계속해서 재현해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밥 딜런은 예술적 규범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문화 전반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
[로터리] 유전자도 바꿀 수 있는 사랑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4.12.18 17:49:54베스트셀러인 ‘행복의 기원’에서는 인간의 행복 또한 유전자에 저장된 기능으로 인간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라고 표현돼 있다. 삶에 필요한 돈을 벌고 현실을 버티는 과정에서 행복이라는 쾌감을 느끼도록 뇌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성취를 가져오는 사건으로부터 쾌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과정으로 재진입하게 되고 이때 인간의 생존 확률은 높아진다. 만약 유전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어떨까.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은 35년간 마라톤을, 한 명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이들의 운동량 차이를 비교해보면 근육량·체지방·혈당 같은 신체 지표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량까지도 달랐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는 같지만 운동을 하고 하지 않음에 따라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양은 달랐던 것이다. 근육의 형태나 비율도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였다. 건강한 삶은 생존에 더 유리하다. 그러나 인생에서 경험, 그에 따른 가치관 등이 달라졌기에 그들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선택지로 35년간 달려갔을 것이다. 운동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갈리는 인생의 분기점이 있을 수 있다. 영화 ‘가타카’에서는 열성 유전자를 지녀 부적격자로 분류되는 청년이 신분을 감추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우주항공회사에 입사해 엘리트 요원으로 평가 받으며 결국 그의 꿈이었던 우주탐사를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 수정으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근시이며 기대수명이 약 30세로 짧았던 그는 유전자 조작으로 약점을 없애고 태어난 수영 시합에서 익사할 뻔한 동생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물론 청소년기까지의 시합에서는 항상 졌지만 말이다. 인간이 행복이라는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진화됐다고 하더라도 선택지는 늘 같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용범위 안에서 살아가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상과 현재와의 괴리에서 스스로 불꽃이 되는 길을 택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달려간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한림원 강연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는데 어쩌면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세팅된 값이 같더라도 인간은 각자 다른 선택과 결과를 내놓는다. 그래서 수많은 소용돌이 속에서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실로 연결된 사람들은 더없이 귀하다. -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무라카미 하루키, 모교 日와세다대서 명예박사
사회 피플 2024.12.18 17:45:37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자주 언급돼온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5)가 모교 와세다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하루키는 전날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대에서 열린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다나카 아이지 와세다대 총장으로부터 학위 증서인 학위기(學位記) 등을 받았다. 와세다대가 소설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준 것은 처음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그는 1968년 와세다대 제1문학부에 입학해 연극을 전공했으며 재학 중 재즈 다방을 운영했고 1975년에야 졸업했다. 검은색 학위복과 청바지에 운동화를 착용하고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하루키는 “고맙지만 이상한 기분도 든다”며 “나는 형편없는 학생이어서 수업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고 대학에 폐만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런 졸업생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도량이 큰 대학”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그는 “지금까지 명예박사 학위를 6개나 받았지만 얻은 것은 없다. 일본에서는 처음 받은 것이 모교여서 기쁘다”며 “와세다대에 오지 않았다면 소설 같은 것은 안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는데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와세다대는 하루키가 기증·기탁한 자료를 보관하는 국제문학관을 2021년 개관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로 불리는 이 문학관은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하루키 문학의 이미지에 맞춰 리모델링했다. -
오월정신은 위대했다…강기정 시장 "계엄·내란 사태서 대한민국 구한 광주시민 감사"
사회 전국 2024.12.16 17:12:16광주광역시가 12·3 계엄·내란 사태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시민들의 용기를 ‘가치행정’으로 뒷받침 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오월정신의 외연 확장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왜곡·폄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히는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16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공포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에 근거해 이날 ‘제1회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앞서 11개로 흩어져 있던 조례를 1개로 통합하고 진상규명, 왜곡대응, 시민협력 등 미비했던 내용을 새롭게 정비했다. 정신계승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한 사항을 심의·자문한다. 정신계승위원회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광주시를 비롯해 5·18기념재단,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관련단체, 시민사회단체, 시의회, 학계, 법조계, 종교계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80년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여러 기관·단체를 아우를 수 있는 종교계의 박상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목사)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강기정 시장은 이날 지역 국회의원, 5개 구청장 등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12·3 비상계엄을 막고 탄핵소추안 가결을 가능케 한 힘인 오월영령과 광주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전했다. 광주시는 이날 열린 정례조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 ‘책읽는 도시 광주’ 조성을 위해서는 골목서점인 독립서점이 살아나야 한다며 한강 작가 도서 등 총 600권(도서 300권, 도서구매권 300매)을 구매해 ‘독립서점 도서전시회’를 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980년 ‘광주’의 경험과 교훈은 2024년 대한민국을 구했고, 특히 5·18을 경험하지 않은 10대부터 2030까지 모든 시민이 용기를 냈다”며 “인간의 존엄과 나눔과 상생, 포용의 가치에 걸맞은 행정으로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고, 오월정신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13일 제8차 5·18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5·18민주화운동 8차 보상금 신청자’ 69명에게 보상금 8억 2400만 원을 지급 결정했다. 학사징계, 해직 언론인 등에 보상금 지급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 3건에 대해 국회 진행상황과 5·18민주화운동 분과위원회 활동사항 등 4건을 보고했다. 재분류 신체검사자에 대한 장해등급판정심의·보상금 등 지급결정(안) 등 7건의 심의·의결했다. -
박정렬 저작권보호원장 "불법 콘텐츠로 28조 소멸…창작 동력 꺼트려"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12.13 18:51:39“K콘텐츠 창작과 저작권 보호는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아요. 두 바퀴가 균형을 잡아야 제대로 나아갈 수 있죠. K콘텐츠를 향한 전 세계의 사랑이 지금처럼 뜨거울 때 이 열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저작권 보호에 더욱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K콘텐츠 보호의 최전선에 선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보호원에서 만난 자리에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2016년 설립된 저작권보호원은 저작권 침해 단속과 수사 지원 등 저작권 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관련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적 권리이기 때문에 해외는 저작권자가 권리 침해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를 저희처럼 공적 기관에서 수행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보호원은 저작권자로부터 권리 침해에 대응하는 권리를 위임받고 있죠. 창작자들이 일일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화 관련 공공기관임에도 결코 말랑말랑한 곳은 아니다. 첨단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저작권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내외 온라인 콘텐츠 불법 유통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첨단기술을 활용해 증거 자료 확보 등으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뒷받침한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2008년까지 미국무역대표부(USTR)로부터 매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으로 분류됐다”며 “그만큼 저작권을 포함한 지재권 보호에 소홀하고 관심도 낮았지만 2008년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이 발족하고 저작권보호원이 설립되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불법 복제물 이용률은 5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저작권 보호에 대한 종합 인식도 역시 꾸준히 나아지는 추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K콘텐츠, 지식재산권 무역흑자 견인…11년 연속 흑자 박 원장은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힘입어 저작권 무역수지가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류는 우리나라 지적재산권 전체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경상수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억 8000만 달러 흑자로 이 중 저작권 흑자는 22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허권과 상표권 같은 다른 분야의 적자를 저작권 흑자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저작권 흑자 폭은 3년 만에 거의 7배 수직 상승했다”며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려면 창작물을 보호하는 데도 더욱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해외로부터의 저작권 침해 대응이다. 저작권 침해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불법 복제본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호원은 동남아시아 3개국에 별도 사무소를 운영하고 현지 로펌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 외에도 해외 언어별 대응 전담팀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모니터링 대상 언어 또한 기존 6개국에서 올해 아랍어와 스페인어·러시아어로 확대한 데 이어 내년에 추가로 늘릴 예정이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보호원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지난해 해외 K콘텐츠의 불법 유통량이 영상 1억 1100만 개, 웹툰 2억 3900만 개로 각각 파악하고 있다. 박 원장은 “현재 해외 1만여 개 사이트를 상시 감시 대상으로 분류해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해외 사이트에서도 일부 콘텐츠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저작물이 미국의 한 사이트에 불법으로 올라와 있어 문제가 됐다”며 “미국 저작권법(DMCA)에 따라 침해 저작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저작권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정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불법 복제물 이용률이 19.5%인 점을 감안하면 콘텐츠 산업 매출액 147조 원 가운데 28조 원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누가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콘텐츠 제작자들이 창작의 동력을 잃게 되고 그 결과 질 높은 콘텐츠가 제작되지 않으면 소비자 역시 이를 향유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는 “우리나라 저작권은 등록 절차나 별도 표시 없이도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는 ‘무방식주의’ 원리를 따른다”며 “사용 허락 없는 콘텐츠 이용 자체가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해 예방과 차단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이용할 때 제값을 당연히 치르는 ‘내돈내산’ 하는 인식과 자세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강 "韓 절망적 상황은 아냐…시민들의 용기에 감동"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3 18:26:43“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림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가 ‘비상계엄으로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고 한 질문에 대해서 답하면서다. 지난 한 주 ‘노벨 주간’을 마감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인들을 향해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안심시킨 셈이다. 한강은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강은 이날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집필 동기와 관련, ‘독재자의 딸’ ‘전두환’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것과 같은 배경이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이 책을 쓴 데는 여러가지 동기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강은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소설 ‘희랍어 시간’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가 ‘희랍어 시간’ 일부를 우리말 원문으로 낭독한 뒤에는 배우 카린 프란스 셸로프의 스웨덴어 번역본 낭독이 이어졌다. 특히 ‘희랍어 시간’이 스웨덴어 번역본으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러 와준 현지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한 셈이다. 이 작품은 실어증을 앓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만남을 그린 내용으로, 한강은 “유일하게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강은 이날 강연을 마지막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한강의 ‘노벨 주간’ 일정은 문학에 대한 사랑과 함께 비상계엄 이후 한국 상황에 대한 우려가 섞인 복잡한 것이었다. 앞서 한강의 첫 일정은 6일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이었다. 이날 한강은 제주 4·3 사건을 바탕으로 쓴 ‘작별하지 않는다’ 집필 당시 사용한 작은 옥색 찻잔을 기증했다. 한강은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딱 그 잔만큼 홍차를 마셨다. 찻잔은 저를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증식 직후 열린 국내외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입장한 한강은 최근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해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소년이 온다’ 집필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인간의 잔혹함과 존엄성이 극도로 평행하게 존재했던 시대와 장소를 ‘광주’라고 부를 때, 그 이름은 더는 한 도시에만 고유한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가 된다”라고 지적하며 이 소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시상식 다음 날 한국 기자들을 따로 만났고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는 게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글 쓰고 싶다”고 전했다. -
'계엄 후폭풍' 언급한 한강 "절망적인 상황은 아냐…시민들 용기에 감동"
정치 정치일반 2024.12.13 09:05:42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이 비상계엄 사태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 "그렇게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진행을 맡은 현지 번역가 유키코 듀크는 한강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awful)했느냐"고 물었다.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해 "이후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며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이미 지난 6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 청중 대부분은 스웨덴인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신념과 견해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강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윤 대통령 퇴진 집회 관련,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대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젊은 세대 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조금은 해줬을 순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과장"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강은 이어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강은 '소년이 온다'의 시작점이 된, 그가 아버지의 서재에서 처음 본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은 사진첩을 다시 언급하면서 "열두 살에 그 사진첩을 본 이후 품게 된 나의 의문들은 이런 것이었다"며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덧붙여 한강은 "장편 소설을 쓰는 일은 질문을 밀고 나가는 일"이라며 "질문과 감각, 그리고 그 시기에 저를 사로잡는 이미지를 통해 글을 쓴다"고 했다. -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했대"…시민들도 정치인도 다 '이것' 켰다
사회 사회일반 2024.12.13 00:00:00지난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부터 이튿날 새벽 4시 30분 해제까지, 6시간여의 비상계엄 과정에서 전 국민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한 손에 쥐고 유튜브를 주시했다. 신문·방송 등 전통 미디어도 특집뉴스를 쏟아냈지만 계엄사령부 포고령 3항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였던 만큼, 해외 기업인 유튜브 등은 계엄군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청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유튜브를 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며 반국민적인 계엄 선포"라며 "국민 여러분, 지금 국회로 와 달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특히 이 대표는 폐쇄된 국회 출입문 대신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생중계했다. 비슷한 시각 우원식 국회의장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는 긴급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또 이어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까지, 전 과정을 빠짐없이 생중계하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1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2월 첫주(2~8일) 유튜브 모바일 앱(안드로이드+iOS 기준)의 시청시간은 4억6668만시간으로 전주 대비 4.3%(1983만시간) 늘어났다. 주간 1인당 평균 이용시간도 706.58분을 기록, 모바일인덱스가 해당 데이터를 제공해 온 2021년 3월 이후 가장 길었다. 주간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이 700분대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계엄 해제 이후로도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이어지며 유튜브 시청은 주말까지 계속 늘어났다. 1인당 일평균 시청시간은 계엄선포 당일인 3일(125.63분)부터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인 9일(149분)까지 18.6% 뛰었다. 계엄에 가담했던 일부 군 장성이 유튜브에서 당시 상황을 폭로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여의도 집회의 생중계가 이어지는 등 각종 정치 현안을 다룬 콘텐츠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통해 전 국민의 감시가 요인 체포, 국회 장악 등을 꾀했던 계엄 세력의 좌초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도 지난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한국의 계엄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2024년 겨울의 상황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과거 계엄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
한강 "글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의 증거…일상 돌아가 '신작' 쓸 것"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2 17:22:49"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축제를 마친 소설가 한강이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후속 작품을 통해 독자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한강은 노벨 주간 초반과 달리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두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며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소설 집필 계획으로는 ‘눈의 3부작’ 마지막 편을 언급했다.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눈의 3부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내년 초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부작이 끝나고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이 꼽혔다. 한강은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을 ‘희망’으로 꼽았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를 추천하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을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한강도 받은 부커상…연말엔 '수상작' 읽어볼까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2 17:21:45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린다. 이 중 한강이 수상한 인터내셔널(국제) 부문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권 문학 작품의 작가와 번역가에게 돌아간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부커상 수상작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 수상작의 번역서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는 현대세계에서 탈출을 바라는 이들의 심리를 담아냄으로써 시간과 기억,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편안함을 느끼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 요법이라는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 가우스틴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에 다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이나 병의 여부와 무관하게 많은 이를 사로잡고,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데, 저자는 이를 ‘팬데믹’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핑계 삼아 다각도로 유럽의 역사를 조명하고, 동시에 그 속에서 개인이 느낀 기쁨과 환멸을 포착해 보여준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다.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인 저자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적 시간을 배경으로 열아홉 살의 카타리나와 쉰 셋 유부남 한스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려낸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관계는 음악과 예술에서 시작해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결코 다시는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한다. 영원히 이럴 것이라고 카타리나는 생각한다”와 같은 문장을 자주 반복하는데, 이는 마치 동독으로 대표되는 무너지는 구체제의 모습과 닮아있다. 저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은 ‘박물관’이 되었다”며 모두가 ‘해방’으로 이해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바라보는 작가의 ‘상실감’에 대해 고찰한다. 먼지처럼 처절하게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사라져가는 자신의 땅, 이웃, 터전을 보여준다. -
축제 마친 한강 "계속 쓰던대로 쓸 것… 기념관 사업 대신 책으로 만나달라"
문화·스포츠 라이프 2024.12.12 08:18:56"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대로 쓰려고 합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출판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나의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6일 진행한 전 세계 취재진 대상 간담회와 달리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만 진행돼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 신작으로 독자 만날 것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묻자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집필 과정에서 방향이 달라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한 바 있다. 이어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책으로는 장편 소설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과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로, 이는 지난 7일 강연에서 언급했다. "쓰고 읽고 듣는 과정이 희망을 증거하는 것" 그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동력에 대한 질문으로 ‘어두운 역사나 폭력이 반복될 떄, 어떤 이와는 도무지 연결될 수 었을 것 같을 때 어떻게 무력감을 이기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한강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며 “그게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고 해도, 꼭 어떤 사회적인 것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년이 온다’부터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 추천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경우 장편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 원하지 않는 이유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추진하는 각종 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것 외에는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서는 이 같이 마무리했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강 “언어 연결된다는 믿음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2 04:33:45“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Natur & Kaultur)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전날 노벨상 시상식 후 열린 연회에서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연결’이라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 “강연문을 작성하면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좌표를,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쯤 왔는지 스스로 파악하게 됐다”며 “앞으로 더 쓸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더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자신의 여러 작품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한 번역가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제 작품이) 번역된 언어가 28개 혹은 29개 되는 걸로 알고 있고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인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번역가들과 저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시련에 대해서도 전했다. 한강은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복잡한 삶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한다. 충돌이 있으면 충돌이 있는대로, 복합적이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한림원은 한강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낸 작가”라고 소개한 바 있다. 한강은 ”(작품 속에) 확신에 차있지 않고 내적갈등이 있거나 고통받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모습들이 현실 속의 우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문서로는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어떤 책으로 한강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아울러 한강은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다음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추진 중인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약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책 속에서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떤 의미를 공간을 만듦으로써 그 의미가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하는 것도 가시적인 방법일 수는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바라는 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신작과 관련해서 한강은 일정이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는 게 쉽지 않아서 계속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이번 겨울까지 쓰는 거였는데, (노벨문학상) 강연문도 써야 하고 여러가지 준비할 것이 많아 늦춰지고 있었다”며 “이 일들이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 쓰려고 했던 ‘눈 3부작’도 마무리하고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다음 소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12일 스톡홀름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한강 작품의 낭독 행사에 참석해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펼치며 노벨 주간을 마무리,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엄마 미소' 폭발한 한강…스톡홀름 아이들 시·노래에 "잊지 못할 기억"
문화·스포츠 문화 2024.12.11 22:56:34'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아주 맛없는 토마토가 될 거야 / 아무도 날 먹지 않게 / 아무도 나를 토마토수프에 넣을 수 없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거야.' 4학년인 애민(10) 군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 창작시를 낭독하자 한강(54)은 만면에 '엄마 미소'를 지었다. 애민 군은 또래 학생들과 함께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를 읽은 뒤 시를 썼다고 설명했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한강이 10∼15세 학생 100여명과 만나 문학을 주제로 교감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노벨문학상 기념책자 낭독회'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스톡홀름 링케뷔와 텐스타 등 2개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36년 전통의 행사다. 학생들은 10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부터 '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내 여자의 열매' 등 한강의 소설 4권의 발췌본 혹은 전체를 읽고 토론을 하는 등 두 달간 '한강 공부'를 했다고 한다. 사용되는 모국어가 마흔 가지에 달할 만큼 다양한 배경의 이 학교 학생들은 각기 한강의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표현한 시·그림·노래 등을 한강과 나눴다. 한 학생이 '흰'을 읽고 '내 인생을 달랐을 거다'라는 주제로 써봤다는 글귀를 낭독하자 한강은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귀 기울여 들었다. '4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랐을 거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홀로 됐기 때문이다. 엄마의 앞에는 무수한 위기가 닥쳤지만, 엄마는 잘 견뎌내셨고….' 한강은 이날 약 40여분간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여러 그룹의 학생들과 대화도 나눴다. 가장 어린 10세 학생들과 둘러앉았을 때는 '노벨상 타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책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인가요?' 와 같은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한강은 학생들에게 "나의 작품을 많이 읽고 대화를 나누고, 경험을 끌어내 나눠줘 정말 감동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앞으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도서관 방명록에도 감사 인사를 남기면서 "이들을 이끌어준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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