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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밀집 강남 화재에 취약…비상소화장치 등 설치해야"
사회 사회일반 2024.10.28 19:08:47전문가들은 화재에 취약한 강남의 지리·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취약 지점을 파악한 뒤 소방 차량 및 진화 용품 등 소화장치를 인근에 배치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올해 4월 발표된 ‘서울시 화재 취약 지역 예측 및 소방력 공간 최적화 연구’ 결과 인파가 집중되는 논현동은 소방서 및 119 안전센터와 직선거리가 1.5㎞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공간적 배치와 도로 특성을 반영한 도로 네트워크를 분석하자 대다수의 건물이 화재 진압 골든타임인 5분 내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강완모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와 임도혁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석사 과정생은 “음식점 등 다중 이용 업소와 업무용 건물의 밀도가 높은 강남구의 공간적 특성이 화재 발생 빈도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화재 시 골든타임 내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건물 특성과 네트워크 분석, 시간대별 유동 인구를 고려해 주요 지점에 소방 차량을 근접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강남은 2021년 11월 기준 소방 호스, 진화용품 등 비상 소화장치가 65개소 설치에 그쳐 25개 자치구 중 하위권에 해당했다”면서 “주요 취약 지점에 대한 비상 소화장치 설치로 화재 초기 대응과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종아 SH도시연구원 박사는 “강남은 1970~1980년대 계획도시지만 당시 지하 매립 시설까지 완벽하게 계획되지는 않았다”며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건물의 노후화 수준이나 지하·의료시설 등 시설 현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단독] 화재·교통사고·범죄 1위…'안전 실종' 강남
사회 사회일반 2024.10.28 17:40:43서울 강남구가 화재·교통사고·범죄 등 안전 측면에서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집중 속에서도 정작 지역의 안전 인프라는 등한시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지적정보학회의 ‘서울시 화재 취약 지역 예측 및 소방력 공간 최적화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간의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 출동 건수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는 1932건을 기록해 전체 화재 출동 건수 1위로 조사됐다. 특히 강남구는 화재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건물 특성 등을 고려한 평균 화재위험지수에서도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골든타임 내에 도달하지 못하는 건물 수도 9515채에 달하는 등 화재취약성지표 전반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생활범죄에서도 강남구는 상위권에 속했다. 올해 1월 송경택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 자치구별 생활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는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성매매 단속 건수 119건과 교통사고 발생 건수 9563건으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자본이 집중되면서 시민의 자산을 노린 경제범죄도 들끓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강남구에 접수된 사기범죄는 3만 6375건으로 서울 내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
5대 강력범죄 최다 발생 '불명예'…가상화폐 연계 사건도 빈번
사회 사회일반 2024.10.28 17:32:17첨단 기업들이 자리해 지능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강남은 살인·강도 등 5대 강력 범죄에서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 범죄와 연계돼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까지 적신호가 켜진 만큼 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에서 발생한 5대 강력 범죄는 총 6763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1921건으로 가장 적게 발생한 도봉구와는 4842건이나 차이 났다. 강남 3구를 구성하는 나머지 자치구인 송파구(5223건)와 서초구(4522건)도 각각 2위와 4위에 올랐다. 강남 일대에는 다양한 규모의 정보기술(IT)·금융 기업들이 포진한 만큼 이른바 ‘지능 범죄’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등 금융거래를 빙자한 절도·강도·폭력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해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3월과 4월에는 강남 한복판에서 가상화폐 판매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불러내 폭행하고 현금을 수억 원을 갈취해 도주한 일당이 연이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자살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서울시 구별 자살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에서 발생한 자살 사망자 수는 128명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많았으며 송파구가 124명으로 뒤를 이었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에서 발생한 자살은 전체의 15.06%에 달했다. 한국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면서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겨지는 강남이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점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가 많으면 문제가 불가피하게 터져나올 수 있지만 단순히 인구문제로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통계와 지역 특성을 더 면밀히 분석해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강남의 '민낯' "청소년 정신과 예약 수 개월 밀렸다…'공부 잘하는 약 처방만 15만 건"
사회 사회일반 2024.10.28 17:31:09교과 성적을 높이기 위해 의료용 마약류에 손을 대고,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정신과를 찾는 학생들이 서울 강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선망하는 ‘교육 1번지’지만 정작 학생들은 마음의 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 화려한 외양에 가려진 그늘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얀센의 ‘콘서타’ 처방이 이뤄진 곳은 강남구(6만 6227건)였다. 이어 송파구(4만 5104건), 서초구(4만 4873건) 순으로 이른바 ‘강남3구’에서만 15만 건이 넘는 처방이 이뤄졌다. 콘서타는 본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지만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콘서타 처방 건수는 전국적으로도 2019년 36만 3763건에서 2023년 120만 1701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콘서타는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돼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콘서타의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은 뇌 속의 도파민 농도를 높여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지만 오남용 시 두통, 불면증, 식욕 감소 등 부작용은 물론 심각한 경우 환각, 망상, 자살 시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1년새 3배가 늘었는데 93.3%가 식욕억제제와 ADHD 치료제 등 향정신성 약물 사범이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마음의 병을 앓는 학생들도 서울에서 강남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3구에서 아동·청소년을 진료한 정신과 병원은 215곳, 환자 수는 2만 3374명으로 서울 전체에서 각각 36%, 35%를 차지했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대치동 일대의 소아청소년 정신과 병원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다. 학교폭력도 빈번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의 학폭 심의 건수는 48건으로 21년(18건), 22년(33건) 이어 쭉 증가해 노원·강서·은평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송파구도 44건으로 강남구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도한 입시 경쟁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가 무한 경쟁, 승자 독식의 실력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단순히 입시 제도를 개선한다고만 해결될 게 아니다”라며 “강남은 이 같은 경쟁사회의 최정점에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유아용 VIP룸까지…백화점 슈퍼리치 잡기 경쟁
산업 생활 2024.10.27 15:27:52“5층 짜리 건물의 한 층에는 자신의 슈퍼카 여러 대가 주차 되어 있고, 다른 층에는 부인의 각종 명품을 진열해 놓았더군요" 20년 넘게 자산운용업에 종사해온 김 모 씨는 잘 알고 지낸 고객의 초대를 잊을 수 없다. 남들은 임대하기에도 부족한 건물을 오로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비워둔 것이다. 김 씨는 “오랫동안 대기업서 직장 생활하면서 임원도 해봤지만, 대기업 임원은 현직에 있을 때나 법인 카드로 실컷 긁을 뿐이지 은퇴하면 모임에서 사라진다"면서 "진짜 승자는 성공한 기업 오너와 그 가족들”이라고 토로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기업 자문을 하는 한 변호사는 “대기업이 아니어도 알짜배기 중견·중소기업 오너 2~3세들의 씀씀이는 엄청나다”라면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을 팔고 현금만 수천억원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강남 집중이 심해지면서 최상류층이 자신들을 나머지 계층과 구별 짓는 사회적 현상은 소비 전반에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반짝했던 명품 소비는 최근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최상류층의 구매력은 더욱 강해졌다.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들이 슈퍼리치 대상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백화점 3사 점포 중 강남 지역에 위치한 신세계(004170) 강남점, 현대 압구정점, 롯데 잠실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3개 점포 모두 급격하게 감소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2021년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39.6%에 달했으나 올 들어 9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 압구정점은 40%에서 13.2%로 줄었고 롯데 잠실점은 40%에서 5%로 낮아졌다. 하지만 럭셔리 주얼리는 매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롯데 잠실점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반클리프 아펠·그라프 등 럭셔리 주얼리는 2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손목시계가 개당 2억 원을 훌쩍 넘는 오데마피게가 청담동에 입성하는 등 청담동 명품거리가 주얼리·시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이다. 한 백화점 VIP 고객은 “요즘에는 가방보다 오래가면서 자녀에게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럭셔리 주얼리에 손이 더 간다”고 말했다. 구매 단가가 수백만 원으로 비교적 낮았던 명품 패션을 사던 수요는 주춤해진 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최상류층이 득세하는 것이다. 백화점 역시 이들을 잡기 위해 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블랙, 신세계백화점은 트리니티, 현대백화점은 자스민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최상류층 고객을 관리한다. 에비뉴엘 블랙은 서울 기준 1년에 3억 4000만 원 구매, 트리니티는 매출 상위 999등 고객을 이듬해 1년 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은 이들이 가입할 때나 명절이 되면 25만 원 상당의 한우나 송이버섯, 유명 작가의 그룻 등을 가입 선물로 제공한다. 최상위 등급 회원만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VIP라운지 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은 병당 10만원인 샴페인과 치즈 등을 제공하고, 신세계백화점은 150만원대 유아용 침대인 스토케 슬리피가 구비된 유아전용 공간 파미에스위트를 VIP고객에만 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역시 VIP마케팅의 핵심 요소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무료 발렛 주차인데 주차한 뒤 차량에 방향제를 놓아두는 등 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한 VIP고객은 “백화점에서 해주는 발렛 서비스 때문에 금액을 나눠서 여러 백화점 VIP에 가입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VIP 역시도 계층이 나뉜다. 1년간 구매 실적을 바탕으로 선정하는데 최상류층은 연초에 이미 연간 금액을 채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연말까지 금액을 채우면서 매년 오르는 등급 커트라인을 백화점에 묻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고객은 “하루에 1억 원 가까이 쓸 수 있는 VIP들도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며느리 모임도 여는데 자산가는 자산가끼리, 전문직은 전문직끼리 따로 만난다”고 귀띔했다. 백화점보다 청담동 단독 매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 고객은 “단독 매장은 백화점 VIP 같은 혜택은 없지만 오픈런할 필요가 없고 더 많은 직원에게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판매원들은 신상품이 나오면 VIP 고객에게 먼저 알려주고 젊은 고객들은 매장에서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오기도 한다. 매주 수백만 원씩, 1년에 1억 원어치를 사는 단골도 있다. 호텔 업계 역시 럭셔리 마케팅에 나섰다. 파르나스호텔의 플라워브랜드 에플로어는 온라인에서 99만 원짜리 꽃다발을 팔고 있고 스위트룸을 꽃으로 장식한 숙박 상품은 1박에 260만 원부터 판매 중이다. 하얏트 호텔의 최상위 브랜드인 파크 하얏트 서울은 지난 7월 아르마니 프리베 향수 컬렉션과 미식 협업을 선보였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키지나 프로모션을 계획할 때에도 좀 더 프라이빗하면서도 이색 경험을 하려는 럭셔리 호캉스의 수요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
"의대 힘들게 뭐하러" "장마철엔 미국집"…강남 슈퍼리치들의 '그사세'
산업 생활 2024.10.25 07:41:32“강남 부자들도 등급이 있어요. 학벌이나 직업이 필요 없는 ‘넘사벽’이 있고 그 아래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의대 열풍의 대치동 사람들이죠.” 서울 강남구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토박이 박 모(39) 씨가 보는 최상류층은 직업이 없어도 초호화 소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찐부자’들이다. 이들은 부모는 역삼동 단독주택에 살고 자신들은 압구정동 아파트에 살면서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그사세)’에서 오래 거주한 그는 주로 미국에 거주하면서 날씨에 따라 강남을 오간다. 이들은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치고 싶다” “직업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면서도 실제로 소비를 줄이거나 취업을 하지는 않는 대신 인문학 모임을 가지면서 결핍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 힘들게 의사를 뭐 하러 시키나. 변호사는 나한테 술 따르는 사람”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강남 집중이 심해지면서 최상류층이 자신들을 나머지 계층과 구별 짓는 사회적 현상은 소비 전반에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반짝했던 명품 소비는 최근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최상류층의 구매력은 더욱 강해졌다.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들이 슈퍼리치 대상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백화점 3사 점포 중 강남 지역에 위치한 신세계(004170) 강남점, 현대 압구정점, 롯데 잠실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3개 점포 모두 급격하게 감소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2021년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39.6%에 달했으나 올 들어 9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 압구정점은 40%에서 13.2%로 줄었고 롯데 잠실점은 40%에서 5%로 낮아졌다. 하지만 럭셔리 주얼리는 매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롯데 잠실점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반클리프 아펠·그라프 등 럭셔리 주얼리는 2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손목시계가 개당 2억 원을 훌쩍 넘는 오데마피게가 청담동에 입성하는 등 청담동 명품거리가 주얼리·시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이다. 한 백화점 VIP 고객은 “요즘에는 가방보다 오래가면서 자녀에게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럭셔리 주얼리에 손이 더 간다”고 말했다. 구매 단가가 수백만 원으로 비교적 낮았던 명품 패션을 사던 수요는 주춤해진 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최상류층이 득세하는 것이다. 백화점 역시 이들을 잡기 위해 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블랙, 신세계백화점은 트리니티, 현대백화점은 자스민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최상류층 고객을 관리한다. 에비뉴엘 블랙은 서울 기준 1년에 3억 4000만 원 구매, 트리니티는 매출 상위 999등 고객을 이듬해 1년 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은 이들에게 25만 원 상당의 한우 등을 선물로 제공한다. 한 VIP 고객은 “백화점에서 해주는 무료 발렛 주차 때문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VIP 역시도 계층이 나뉜다. 1년간 구매 실적을 바탕으로 선정하는데 최상류층은 연초에 이미 연간 금액을 채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연말까지 금액을 채우면서 매년 오르는 등급 커트라인을 백화점에 묻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고객은 “하루에 1억 원 가까이 쓸 수 있는 VIP들도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며느리 모임도 여는데 자산가는 자산가끼리, 전문직은 전문직끼리 따로 만난다”고 귀띔했다. 백화점보다 청담동 단독 매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 고객은 “단독 매장은 백화점 VIP 같은 혜택은 없지만 오픈런할 필요가 없고 더 많은 직원에게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판매원들은 신상품이 나오면 VIP 고객에게 먼저 알려주고 젊은 고객들은 매장에서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오기도 한다. 매주 수백만 원씩, 1년에 1억 원어치를 사는 단골도 있다. 호텔 업계 역시 럭셔리 마케팅에 나섰다. 파르나스호텔의 플라워브랜드 에플로어는 온라인에서 99만 원짜리 꽃다발을 팔고 있고 스위트룸을 꽃으로 장식한 숙박 상품은 1박에 260만 원부터 판매 중이다. -
문전성시 이루는 삼성동 9000원 함바집…강남 전체 소비는 줄었다
산업 생활 2024.10.25 05:40:00유통 업계가 슈퍼리치 대상 영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매출 감소분을 슈퍼리치의 큰 씀씀이로 상쇄하기 위해서다. 24일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 전체 매출은 2020년에 비해 42% 감소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명품 수요가 크게 꺾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약 24% 감소했다. 이 기간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카드 결제 건수 역시 2020년에 비해 35% 줄었다. 명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올해 3분기까지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한 번에 1000만 원 이상 카드를 긁은 건수는 2020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VVIP들은 통 큰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쓰는 1회 평균 결제 금액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실제로 청담동 명품거리 내 귀금속 업종 1회 평균 결제 금액은 몇 년째 변동 없이 8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매년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결제 금액이 줄어든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강남구 내 전체 소비가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강남구 전체 지역의 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반면 1만 원 이하 소액 결제 건수는 오히려 7% 늘었다. 강남권 전역에 ‘짠물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2022년 엔데믹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강남구 삼성동의 한 함바집은 한 끼 9000원 가격에 가성비 한식뷔페를 제공해 인근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물가 및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강남 일대 직장인들이 고물가에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가성비 식당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강남구 내 전체 요식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다. -
"상속·절세 수단으로" …서민층 떠난 종신보험, 강남3구선 수요 꾸준
경제·금융 보험 2024.10.24 17:54:54보험 업계에서 강남 고객들은 ‘큰손’으로 통한다. 보험 상품을 단순한 보장이 아니라 절세와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고액 자산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점포와 설계사들을 강남 지역에 집중 배치해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서울에 있는 전체 지점 중 37.4%를 강남 3구에 배치했다. 강남 3구 지점에 소속된 설계사는 서울 전체 설계사의 37.5%를 차지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생명보험 설계사 3명 중 1명은 강남 3구 소속인 셈이다. 서울에 25개의 자치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 업계가 강남 3구에 얼마나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랜 불경기와 고령화·저출생 등의 영향으로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사망보험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강남은 얘기가 다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달 먹고살 돈도 없는데 무슨 종신보험에 가입하냐는 분위기가 요즘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지만 강남 지역 고객들은 다양한 이유로 생명보험을 찾고 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 수요가 있는 고객층에 영업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보험 상품을 상속과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들은 최근들어 부쩍 ‘CEO 보험’ ‘경영인 정기보험’ 등의 이름을 붙인 상품을 만들어 “상속세 재원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보험금으로 현금·건물·토지·주식 등에 대한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고액 자산가들에게 종신보험은 상속세 절감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상속의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험 상품이 편법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법인이 경영인 보험에 가입하고 피보험자를 대표이사로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하면 법인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비용으로 처리돼 비과세 대상이 된다. 보험료 납입이 끝난 뒤 대표가 은퇴하면 법인은 보험을 해약해 해지 환급금을 퇴직금으로 준다. 해지 환급금은 법인의 수입이므로 과세 대상이지만 이 돈을 곧바로 퇴직금으로 주면 비용으로 잡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부유층들은 재산을 불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서 “서민층이 사망보험 시장에서 이미 떠난 상태라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유층을 상대로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집중 소개하는 게 영업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라고 했다. -
수백억 쥐고도 가계부 쓰며 분산투자…"꼼꼼한 'J형'이 다수"
경제·금융 은행 2024.10.24 17:53:49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지역에 근무하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이 상속과 증여에 집중하는 현상에 대해 “부의 영속성을 이어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속·증여를 위한 장기 플랜을 구축하는 것이 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강남 3구에서 근무하는 PB들의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A 은행 강남 PB센터 지점장은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 등 비용이 조금이라도 낮을 때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부의 대물림과 맞닿아 있다. C 은행 강남 PB센터의 D 팀장은 “(강남 지역) 60대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가 3명이라면 2명은 학업을 위해, 또는 직장을 구해 해외에 나가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들을 위해 미국 또는 영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산 많을수록 안전 투자 선호…“가계부 쓰며 지출 관리”=고액 자산가들은 자산을 더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할까. PB들의 공통된 답은 “노(NO)”다. PB들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원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자수성가해 부를 일궜든, 코인 투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로 대박을 친 2030세대 ‘영리치’든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부의 수성(守城)’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B 은행 강남 PB센터의 한 팀장은 “매달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자산가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16가지 성격유형(MBTI) 분류로 보면 철저한 ‘J(계획)형’인 셈이다. A 은행 지점장은 “채권 비중을 70%로 높게 두고 나머지는 주식이나 원자재 상품 등을 포함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며 “기대 수익률도 연 4% 정도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B 은행 팀장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라든가 건강보험료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절세 상품을 찾는 수요도 높다”고 했다. 코인 투자 등으로 단기간 내 자산 규모가 불어난 자산가라도 투자 성향은 ‘안정 추구’다. D 팀장은 “(자산가) 스스로가 높은 수익률로 부를 쌓은 만큼 (부를) 까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강남 3구의 자산가들은 얼마나 부자일까. PB들은 강남 고액 자산가의 경우 평균 현금 30억~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B 은행 팀장은 “(자산가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총 2~3곳에 돈을 나눠넣는 것을 감안하면 현금만 100억 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도 있다”며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자산 규모는 더욱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와 조심이 몸에 밴 고액 자산가들=PB들은 자신이 직접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는 강남 3구의 고액 자산가들은 대부분 성격이 내향적이고 차분하다고 전했다. MBTI 분류로 보면 ‘I(내향)형’인 셈이다.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실속을 챙기고 주목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갑질’ 역시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거나 세간의 주목을 받을까 봐 자산가 스스로 먼저 조심한다는 것이다. A 은행 지점장은 “20~30대 ‘영리치’ 고객들은 전화 대신 메신저를 선호하고 (고객을 위한) 과한 접대나 친절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의 성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과시욕이나 특권 의식은 엿보인다는 것이 PB들의 분석이다. D 팀장은 “(PB센터) VIP 회원증은 (자산가들에게) 일종의 ‘명함’”이라며 “20~30대 자산가들은 PB센터에서 친구들과 식사 또는 술자리를 하는 등 혜택을 은근히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사는 게 편하다”=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자산가들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몰려 산다. 돈이 많으면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을 법도 한데 왜 이리 모여 사는 것일까. 강남 PB센터들의 PB들은 “자신과 소득, 성장 배경,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심리가 크다”며 “고액 자산가가 강남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D 팀장은 “비강남 지역에서 돈을 번 후 자녀 입시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입성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평소 다니던 백화점의 강남 지점이 더 크다는 이유로 강남에 사는 고객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강남에 한번 입성하면 경제적으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떠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했다. 그는 “강남에 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 성공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 같은 심리적 충격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
PB센터 절반이 강남3구에…"고객이 은행 옮겨도 끝까지 관리"
경제·금융 은행 2024.10.24 17:50:53시중은행들이 서울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의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잡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산관리 특화 점포인 프라이빗뱅커(PB)센터를 경쟁적으로 오픈하고 각 은행별 ‘에이스’를 집중 배치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2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전국 PB센터 77곳 중 38곳이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말 기준 인구 약 7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한 강남 3구 고객을 위해 전체 PB센터의 절반인 49.4%를 강남 3구에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PB들에 따르면 강남 3구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각 은행 PB센터의 최우선 과제는 고액 자산가 확보. 강남 3구 고객들의 평균 투자 규모는 약 10억 원으로 2억~3억 원에 불과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게 현장 PB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강남권 PB센터의 한 지점장은 “초고액 자산가를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점의 자산관리 규모가 수백억 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강남권 자산가들은 ‘충성도’가 낮아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없이 수십억 원을 인출해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다른 금융사로 간 고객이라도 잠재 고객으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은행 PB들에게는 강남 3구가 치열한 경쟁의 장임과 동시에 기회의 발판이기도 하다. 강남 3구, 이 가운데서도 초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지점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경우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고액 자산가 대상 점포에 근무하는 한 PB는 “고액 자산가를 상대한다고 월급을 더 많이 받지는 않지만 PB라면 한 번쯤은 VIP센터에서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을 만나보고 대화를 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강남자산가 최대 관심은 '상속'…현금보다 건물 선호
경제·금융 은행 2024.10.24 17:49:09“서울 강남 자산가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상속’입니다. 60대 이상 고객들은 현금보다 빌딩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A은행 강남 프라이빗뱅커(PB) 센터 지점장)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24일 강남 3구에 위치한 시중은행들의 PB센터에서 근무하는 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PB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자산가들 중 절반에 가까운 45%(KB금융경영연구소 ‘2023 한국 부자 리포트’)가 몰려 있다. 취재진이 만난 PB들은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로 상속·증여를 꼽았다. B은행 강남 PB센터의 한 팀장은 “고령층 자산가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기업 사장·회장들이고 2030 ‘영리치’는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라며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지금 재산을 증여하는 게 나은가, 나중에 상속하는 게 좋으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 불패’로 상징되는 부동산 부자가 모여 있는 지역 답게 부동산은 자산 증식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상속의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C은행 강남 PB센터의 D팀장은 “빌딩을 몇 채씩 보유하고 있다 보니 법인을 별도로 세워 상속하는 방법과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방법 중 어떤 방식이 나을지 상담을 해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자녀들 역시 현금이나 주식 등은 부동산에 비해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빌딩·아파트·오피스텔 등으로 상속받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D팀장은 “부모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늘려오는 모습을 직접 보며 성장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금 분야에서도 최고세율 상향과 과표 인하 등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율 개편이 가장 뜨거운 주제다. A은행 강남구 PB센터 지점장은 “수시로 정부 정책에 대해 문의가 들어온다”며 “최근에는 상속세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추세를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오픈런 대신 VIP룸서 '신상 쇼핑'…백화점서 하루 1억 쓴다
산업 생활 2024.10.24 17:46:55“강남 부자들도 등급이 있어요. 학벌이나 직업이 필요 없는 ‘넘사벽’이 있고 그 아래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의대 열풍의 대치동 사람들이죠.” 서울 강남구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토박이 박 모(39) 씨가 보는 최상류층은 직업이 없어도 초호화 소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찐부자’들이다. 이들은 부모는 역삼동 단독주택에 살고 자신들은 압구정동 아파트에 살면서 여러 채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그사세)’에서 오래 거주한 그는 주로 미국에 거주하면서 날씨에 따라 강남을 오간다. 이들은 “자녀에게 결핍을 가르치고 싶다” “직업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면서도 실제로 소비를 줄이거나 취업을 하지는 않는 대신 인문학 모임을 가지면서 결핍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아이들 힘들게 의사를 뭐 하러 시키나. 변호사는 나한테 술 따르는 사람”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강남 집중이 심해지면서 최상류층이 자신들을 나머지 계층과 구별 짓는 사회적 현상은 소비 전반에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반짝했던 명품 소비는 최근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최상류층의 구매력은 더욱 강해졌다.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들이 슈퍼리치 대상 마케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백화점 3사 점포 중 강남 지역에 위치한 신세계(004170) 강남점, 현대 압구정점, 롯데 잠실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3개 점포 모두 급격하게 감소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2021년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39.6%에 달했으나 올 들어 9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 압구정점은 40%에서 13.2%로 줄었고 롯데 잠실점은 40%에서 5%로 낮아졌다. 하지만 럭셔리 주얼리는 매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롯데 잠실점의 경우 올해 9월까지 반클리프 아펠·그라프 등 럭셔리 주얼리는 25%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손목시계가 개당 2억 원을 훌쩍 넘는 오데마피게가 청담동에 입성하는 등 청담동 명품거리가 주얼리·시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이다. 한 백화점 VIP 고객은 “요즘에는 가방보다 오래가면서 자녀에게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럭셔리 주얼리에 손이 더 간다”고 말했다. 구매 단가가 수백만 원으로 비교적 낮았던 명품 패션을 사던 수요는 주춤해진 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최상류층이 득세하는 것이다. 백화점 역시 이들을 잡기 위해 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블랙, 신세계백화점은 트리니티, 현대백화점은 자스민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최상류층 고객을 관리한다. 에비뉴엘 블랙은 서울 기준 1년에 3억 4000만 원 구매, 트리니티는 매출 상위 999명 고객을 이듬해 1년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은 이들에게 25만 원 상당의 한우 등을 선물로 제공한다. 한 VIP 고객은 “백화점에서 해주는 무료 발렛 주차 때문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VIP 역시도 계층이 나뉜다. 1년간 구매 실적을 바탕으로 선정하는데 최상류층은 연초에 이미 연간 금액을 채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연말까지 금액을 채우면서 매년 오르는 등급 커트라인을 백화점에 묻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고객은 “하루에 1억 원 가까이 쓸 수 있는 VIP들도 있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며느리 모임도 여는데 자산가는 자산가끼리, 전문직은 전문직끼리 따로 만난다”고 귀띔했다. 백화점보다 청담동 단독 매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한 고객은 “단독 매장은 백화점 VIP 같은 혜택은 없지만 오픈런할 필요가 없고 더 많은 직원에게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판매원들은 신상품이 나오면 VIP 고객에게 먼저 알려주고 젊은 고객들은 매장에서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오기도 한다. 매주 수백만 원씩, 1년에 1억 원어치를 사는 단골도 있다. 호텔 업계 역시 럭셔리 마케팅에 나섰다. 파르나스호텔의 플라워브랜드 에플로어는 온라인에서 99만 원짜리 꽃다발을 팔고 있고 스위트룸을 꽃으로 장식한 숙박 상품은 1박에 260만 원부터 판매 중이다. -
강북 버스노선 없애고 강남엔 신설…지하철역도 최대 9배 차이
사회 사회일반 2024.10.21 17:35:35‘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강남과 강북 간 교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보행 환경은 물론 각종 교통 관련 편의 시설에서도 강남권이 앞선다. 단순히 아파트 값 상승을 넘어 ‘주거 환경 자체가 좋아 강남에 입성했다’는 비율이 10년 새 2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 서울의 균형 발전을 위한 강북권의 기반 시설 확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도시철도 노선도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으로 지하철역을 가장 많이 보유한 자치구는 송파구(28개)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 자치구별 지하철역 정보(1~8호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1호선 운영 구간 노선,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하는 9호선 노선, 경전철(우이신설선·신림선) 노선의 역 수를 합산했다. 포털 역 정보 주소를 기준으로 했고 환승역은 중복 집계했다. 신분당선이나 수인분당선 등 애초부터 경기·인천과 서울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철도 노선은 제외했다. 송파구 다음은 23개를 보유한 중구였다. 21개를 가진 강남구·동작구·영등포구는 공동 3위를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강서구(19개), 서초구(17개), 마포구(16개), 노원구(16개), 종로구(15개)였다.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자치구는 노원구를 제외하면 강남권이나 도심권으로 채워졌다. 단거리 운송 수단인 경전철을 제외하고 보면 ‘강북 소외’는 더 여실히 드러난다. 송파구·중구·강남구에는 경전철이 없기 때문에 숫자가 변하지 않지만 강북구는 11개에서 3개로 대폭 줄어 꼴찌가 된다. 각종 버스 노선에서도 강남과 강북 간 격차가 확인된다. 서울시가 김혜지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치구별 시내·마을버스 경유 노선 수에서 강남구가 125개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구(122개), 종로구(117개), 서초구(104개), 마포구(100개)가 뒤를 이었다. 중랑(58개), 노원구(59개), 도봉구(59개) 등 강북권은 강남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남권으로 인구가 쏠리면서 버스 노선도 재편되고 있다. 운송 업체인 대원여객은 서울시 사업개선명령에 따라 올해 8월 경기 의정부와 서울 종로를 오가던 106번 간선 시내버스와 경기 군포와 서울 신사를 연결하던 542번 간선 시내버스 노선을 없앴다. 대신 용산역과 강남구 개포동을 오가는 노선(040번 간선)과 강동구를 달리는 노선(3324번 지선)을 신설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3323번 지선 버스 노선은 하반기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대규모 입주를 고려해 잠실새내역까지 연계하도록 연장됐다. 보행 환경에서도 강남과 강북 간 격차가 크다. 서울시 보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보도 면적에서 강남 3구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강남구 92만 4853㎡, 송파구 80만 840㎡, 서초구 78만 1274㎡로 이들은 전체 면적(1078만 6293㎡) 중 23%를 차지했다. 금천구(20만 6138㎡)와 강북구(20만 9486㎡)가 최하위권이다. 자치구의 재정 여력 격차 때문에 교통·보행과 밀접한 안전 시설에서조차 강남과 강북 간 격차가 존재한다. 버스정류소 등에 설치되는 냉난방 시설인 ‘스마트쉼터’ 상위 보유 자치구(올해 5월 기준)는 1위 성동구(53개), 2위 강남구(32개), 3위 중구(19개) 순이었다. 노원(1개), 성북(1개), 강북(2개)은 각각 2개 미만으로 최하위권이었다. 기후동행쉼터(계절별 재난 상황 시 추위·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개방한 편의점 휴게 공간) 수도 강남구가 1위(49개)였다. 성북구는 13개, 강북구는 16개에 그쳤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물안개 분사 장치(쿨링포그) 역시 서초구(20개)와 강남구(7개)가 1~2위(공동)인 반면 성북구는 1개로 공동 꼴찌를 기록했다. 그늘막 숫자도 올해 4월 기준으로 송파구(268개), 강남구(239개), 서초구(232개)가 1~3위다. 각종 시설이 강남권에 쏠리면서 주거 환경 때문에 강남으로 전입하려는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서울시 전입지 이동 사유별 인구 이동 자료를 토대로 2013년과 2023년의 강남구 전입자 이동 이유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강남의 주거 환경을 꼽은 비율이 10년 새 2.91%에서 6.95%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교육 때문에 전입했다는 응답 비율도 6.15%에서 9.27%로 증가했다. 반면 주택을 이유로 전입했다는 응답은 37.38%에서 33.84%로, 직업 때문에 전입했다는 응답은 23.38%에서 21.81%로 소폭 감소했다. 그동안 투자가치와 직주 근접성 면에서 강남을 선호했지만 점점 교통, 편의 시설, 교육 등 주거 환경 요인이 강남 집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강남 테헤란로를 주축으로 여러 인프라, 상권, 주거 단지가 형성됐고 대치동을 중심으로 교육 여건도 부각되면서 전국적으로 강남으로 사람이 몰렸다”며 “강남과 인접한 서초구·송파구로 부자들이 몰리면서 강남 공화국이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지역고교 출신 서울대생 고작 13%…"사회통합·지역인재전형 더 늘려야"
사회 사회일반 2024.10.17 18:10:00“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로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서울대 등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8월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같은 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지역별로 학생을 선발하자”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후에도 이 총재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교육 당국도 아닌 한은의 이 같은 제안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파격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총재 역시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교육 문제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강남 3구에 집중된 지나친 교육열이 입시 경쟁은 물론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입시 제도의 개선 없이는 사회 난제를 풀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한은 연구진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처음 나온 방안은 아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 총장이던 2002년 제안한 ‘지역할당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정 전 총장의 제안은 ‘지역균형선발’이라는 이름으로 2005학년도 대입에 도입돼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가 현재 전체 모집 정원의 약 20%를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이를 입학전형 대부분으로 확대 적용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지역균형전형만으로는 특정 지역 쏠림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2018년 서울대 진학생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출신 일반고 졸업생은 전국 졸업생의 15.6%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3%를 차지했다. 강남 3구 출신 졸업생 비중은 전국 졸업생의 3.6%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서울과 비(非)서울 간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대 진학생 중 서울 출신 비중은 37.2%로 2018년(32.3%) 대비 4.9%포인트 늘었다. 지역균형선발제에도 불구하고 읍면 지역 출신은 13.4%에 불과하다. 올해 서울대 전체 신입생 중 강남 3구 출신 비율(13.11%)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은 이 같은 결과는 대학 진학률에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과 2018년에 소득 계층별 상위권 대학(상위 8개 대학 및 의·치·한·수의대) 진학률을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사이 상위권 대학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됐다. 2018년 역시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92%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 지역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은이 제안한 방안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제안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관련해 서울대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대입전형 체제와 특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지원자 선호에 따라 모든 모집 단위에서 할당이 가능한 지역별 지원자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망을 허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통합전형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새 제도를 도입해 지역별 학생 비율로 선발할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역균형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사회통합전형·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여서 학생을 선발한다면 강남 집중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불안한 의대 증원 로드맵…지방유학 줄고 다시 대치동으로 몰린다
사회 사회일반 2024.10.17 18:06:43“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이 불확실해지면서 요즘 학원가에서는 (의대) 홍보를 잘 안 합니다. 입시설명회에서도 의대는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방침에 대해 못 미덥다고 얘기하는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입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학원가가 조용해졌다”며 최근 달라진 학원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5월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확정되면서 대치동 유학 문의가 급감했다. 오히려 지방 유학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맞물려 지역인재전형 선발 정원이 늘어나 지방 의대 문턱이 낮아지면서 ‘서울 이주’ 계획을 철회하는 학부모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4∼2026학년도 의대별 지역인재전형 비율’에 따르면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59.7%다. 50%였던 2024학년도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2026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61.8%로 2025학년보다 더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비수도권 의대에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으로 높일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완화하기 위해 2014년 도입, 2016학년도 대입부터 시행된 제도다. 의대가 위치한 지역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을 다니고 해당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현행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는 의무적으로 신입생의 40% 이상(강원·제주권 2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원가에서는 강남 쏠림 현상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정부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증원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지방 유학 문의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대치동 이주 상담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 발언 이후 입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이 의정 갈등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대 증원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리면서 강남 집중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A 대표는 “의대 정원 증원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됐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강남이 2000년 초반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교육특구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까지 감안하면 강남 집중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면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고교 내신은 5등급 절대평가제로 전환된다. 다만 성적 부풀리기 등의 우려를 감안해 5등급 상대평가도 병행한다. 이에 따라 내신 1등급을 받는 학생 비율이 현재 4%에서 앞으로는 10%로 2배 이상 증가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내신 1등급을 받기 쉬워진 것이다. 그간 강남 3구 등 특정 학군지 학생들은 내신 경쟁이 치열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고등학교를 그만둔 학생 수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2379개 고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퇴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총 2만 57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고교 재학생(127만 6890명)의 2.0%다.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은 2019년 2만 3812명(1.7%), 2020년 1만 4455명(1.1%), 2021년 2만 116명(1.5%), 2022년 2만 3980명(1.9%)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고교 유형별로는 일반고에서 1만 7240명이 떠나 전년(1만 5520명) 대비 11.1% 늘었다. 자율형 사립고에서도 전년(338명)보다 11.8% 늘어난 378명이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외국어고와 국제고를 그만둔 학생은 366명으로 전년(317명) 대비 15.5%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 3구가 학업 중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일반고 기준 강남구(2.68%), 서초구(2.68%), 송파구(2.17%)의 학업 중단 비율 모두 전체 평균(2.0%)을 훌쩍 넘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의대 정원 증원이 불확실해지면서 지역인재전형도 물음표가 됐다”며 “수능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교육 인프라가 훌륭한 강남과 같은 학군지에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학군지 내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 내신 1등급을 얻기가 어려웠지만 대입 개편으로 교과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기 쉬워졌다”며 “결론적으로 보면 ‘강남 불패’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어떤 의미로는 더 심화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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