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정책의 절반 이상이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데 치우쳐 있지만 이같은 정책은 오히려 고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 전체의 고용률을 높이려면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기보다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역할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고용률 및 노동시장정책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5년 기준 한국과 OECD 국가의 고용률과 노동시장정책을 비교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5.7%로 OECD 국가 전체인 66.4%에 비해 다소 낮았다. 노동시장정책 지출도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0.68%로 OECD 국가 평균인 1.37%보다 절반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정책 중에서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주목했다. 노동시장정책은 적극적·소극적 정책으로 나뉘는데, 그중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노동시장서비스, 훈련, 고용 인센티브, 고용유지 및 재활, 직접 일자리 창출, 창업인센티브 등 고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직접 일자리 창출’에 전체 지출의 55.6%가 집중돼 있다. OECD 평균(14.4%)보다 4배 가까이 큰 수준이다. ‘직접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도로와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를 만들거나 일자리 사업을 통해 직접 고용을 늘리는 정책이다.
문제는 이같이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의 노동시장정책은 오히려 고용률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보고서가 2000~2015년 OECD 국가들의 고용률과 노종시장정책, 경제성장률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직접 일자리 창출’ 정책 지출이 GDP 대비 0.1%포인트 늘면 고용률은 2.4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업알선, 직업상담 등 기업과 근로자의 일자리를 중개하는 ‘노동시장서비스’ 정책은 GDP 대비 0.1%포인트 늘 때 고용률을 3.53%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지출의 절반 이상을 ‘직접 일자리 창출’에 쓰고 ‘노동시장서비스’에는 11.1%만 할애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OECD 국가들은 훈련(24.6%), 노동시장서비스(24.3%), 고용인센티브(19.8%)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인 경기 위축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침체됐을 때는 단기적으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직접 일자리 창출이 중요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구직자가 적성에 맞는 일자리와 매칭되어 장기 근속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확대하는 한편, (고용률 제고 효과가 높은 정책을 중심으로) 집행 구성을 정비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경제 전체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서기보다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 회복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연구원은 “민간 부문에서 투자 확대 등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신규일자리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업종을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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