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감시 책임을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사업자에 넘기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과도한 책임 부과”라고 반발하고 나서 관련 법안 발의와 입법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제3정조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20일 신경민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입법 토론회를 열어 일명 ‘가짜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인터넷 여론에 관대한 견해를 보였던 집권 여당 민주당이 관련 규제 법안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대 국회 들어 포털 사이트 운영사에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거나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인터넷 규제 법안은 주로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발의했다. 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짜뉴스로 지방선거 과정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 속에 당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이 발의할 법안의 핵심은 인터넷 사용자가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기사나 글을 신고하면 포털 사이트 운영사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또 각 사업자가 가짜뉴스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등 조처를 했으면 해당 내용과 횟수, 결과, 소요 시간 등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분기마다 작성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 운영사가 반기마다 자율적으로 발표했던 투명성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가 이 같은 의무를 어길 때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도록 규정을 뒀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와 가짜정보의 해결책은 투명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마련돼야 한다”면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 역시 “(법안 발의를 계기로) 포털 뉴스 댓글 기능이 필수적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포털 규제 법안 발의 움직임에 학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처’라며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가짜뉴스나 가짜정보 확산 문제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일이 생기면 무조건 국가가 나서는 악습을 타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규제를 만들더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우선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든 독일 입법 사례도 국내 규제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팀장은 “독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 법안은 혐오·증오 발언 등 ‘범죄적 내용’을 인터넷 사업자가 거르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짜뉴스 전체를 사업자에게 걸러내도록 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박 의원의 발의 법안이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라며 반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전무는 “(가짜뉴스를 거르는) 절대 규칙이 없는 상황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어떤 제한을 가해야 맞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사용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댓글 정책 이용자 패널’ 구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도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동영상 플랫폼이나 SNS에서의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특히 문제가 되는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비판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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