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리(002000)가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상고방그룹이 최대주주로 80%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앞서 다른 외국계 피인수 기업들처럼 비상장기업으로 전환해 이익 극대화를 노리거나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온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유리는 전 거래일 대비 21.12%(9,400원) 급등한 5만3,900원에 장을 마쳤다. 전일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한 게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주인 한국유리우는 29.91%(9,600원) 오른 4만1,700원에 마감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개매수가 예정된 만큼 주가 상승은 당연하지만 자진 상장폐지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국유리의 대주주가 외국계인 만큼 증권시장에 공개된 기업으로서 경영하는 것보다 이목을 피해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M&A 등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유리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유리 및 건축자재 기업인 프랑스 상고방그룹으로 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유리의 실적 하락세가 뚜렷해 최대주주 입장에서 상장폐지 유인도 충분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매출액 4,639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에 달하던 한국유리의 실적은 2015년 매출액 2,980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해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해 영업이익 174억원을 거뒀지만 부산 공장 매각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세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특히 실적 하락 국면에서 지난해 임금피크제를 두고 노동조합이 파업 결정을 하는 등 노사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고용 등에서 보다 자유롭게 경영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상장을 폐지할 요인이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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