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결제대금 지급은 시중 대형 마트보다도 두 배 넘게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저희가 ‘을’이니 뭐 어쩌겠어요.”(협력업체 A사 대표)
“높은 수수료 탓에 위메프 납품을 포기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도 없는 이커머스의 수수료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협력업체 B사 대표)
이머커스에서 촉발돼 뜨겁게 달아오른 1원 전쟁의 뒷면에는 협력업체의 눈물이 숨겨져 있다. 유통업계의 갑질 논란은 비단 백화점과 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단돈 1원이라도 더 싸게’를 외치는 출혈경쟁이 격화될수록 이커머스 업체들의 ‘갑질’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구매력 커진 이커머스, 또 다른 ‘갑질’ 논란의 당사자로 = 쿠팡은 협력사들 사이에서 ‘절대 갑’으로 통한다. 경기침체와 온라인 쇼핑문화의 확산으로 협력사들이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공급하는 매출은 반 토막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협력사들의 물품을 대량 매입을 하는 곳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뿐이다. 유통업계에서 쿠팡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쿠팡의 결제대금 지급은 50일에서 늦으면 60일까지 걸려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결제가 이뤄지는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2배 이상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마트나 백화점들이 매입을 줄이고 있으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커머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1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쿠팡에 물량을 계속 공급해도 되나 의구심이 들면서도 대안이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높은 수수료도 납품업체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완구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은 위메프에 납품하고자 수수료를 알아보다 결국 납품을 포기했다. 11번가나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등의 수수료가 13% 수준인데 반해 위메프의 수수료는 무려 18.7%에 달했기 때문이다. A 사장은 “이커머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로운 갑질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의 경우 수수료율이 높을 수 있지만 평균 수수료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대론 장사 못하겠다”…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이커머스 업체와 손을 잡지 않으면 판로가 막힌다고 생각하는 판매자들은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까지 이머커스에 대한 불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따르면 쿠팡에서 구매대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한 판매자는 쿠팡이 대행상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글을 작성한 판매자는 “쿠팡이 배송예정일로부터 사흘이 지날 때까지 구매대행상품의 배송이 완료되지 않으면 무조건 판매자에게 사전 통지 없이 주문 건을 취소하거나 고객이 단순 변심으로 환불·취소요청을 해도 무조건 주문취소를 하겠다고 한다”며 “해외직구상품이나 구매대행상품은 해외에서 배송돼 이미 세관의 통관을 기다리거나 통관돼 국내 발송절차를 밟고 있는 시간일 수도 있는데도 무조건 취소 해버리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개인판매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인판매자들은 최저가에 팔아서 수수료에 기타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데 쿠팡은 갈수록 배짱 운영을 고집한다”며 “이제 더 이상 쿠팡에서 장사를 못하겠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판매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는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외구매대행 상품의 경우 배송 특성상 한 달 넘는 기간이 걸려 소비자들이 기다림에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을 만들긴 했지만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보리·박성규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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