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를 앞세워 ‘K-만두’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CJ제일제당(097950)이 이번에는 베트남 대표 간식 ‘스프링롤’을 국내로 들여온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활용해 한식 전파자를 넘어 해외의 다양한 식문화를 역으로 선보이는 ‘안내자’로 나선 것이다. CJ제일제당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스프링롤로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높은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생산한 ‘CJ까우제’의 스프링롤을 이달 초 국내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CJ까우제는 지난 2016년 말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베트남 1위 냉동식품업체로 스프링롤, 딤섬 등을 주로 판매한다. 이는 중국·미국·베트남·독일·러시아 등 CJ제일제당이 해외 식품회사를 인수한 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로 수입하는 첫 사례다. 베트남에서 비비고 만두와 기존 동남아식 만두(스프링롤·딤섬)로 ‘투 트랙’ 전략을 펼치던 CJ제일제당은 이번 스프링롤 수입을 통해 ‘쓰리 트랙’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셈이 됐다.
스프링롤은 ‘다양한 국가의 미식’을 콘셉트로 한 ‘고메’ 브랜드로 출시됐다. 종류는 ‘새우 스프링롤’ 한 가지다. 이달 초부터 롯데마트 전 점에 입점했으며 내달 중 홈플러스에도 들어설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숙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가장 대중성 있는 스프링롤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며 “비비고 만두의 제조 노하우와 냉동식품 1위 회사인 까우제의 스프링롤 기술력이 만나 한국인의 입맛에 알맞은 한국 전용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메 스프링롤의 가장 큰 특징은 ‘수제’ 제품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해 자동화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다. 대신 현지인들이 기계에서 뽑아낸 외피 안에 채소, 새우 등을 넣고 손으로 직접 말아 스프링롤을 완성한다. ‘정성’을 강조한 수제 제품이지만 CJ제일제당은 품질 균일화를 위해 향후 자동화 설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수요가 늘어나면 아예 국내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
스프링롤은 베트남에서 생산되지만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탱글탱글하고 큼직한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 국내에서 구매하고 있는 업체를 통해 원료를 조달받았다. 더 다양한 채소를 사용해 식감도 개선했다. 인공조미료는 넣지 않고 새콤달콤한 베트남 피시소스로 현지의 맛을 구현했다. 또 기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국내 소비자를 고려해 튀기는 공정이 아닌 익히는 제조과정을 거쳤다. ‘한국 맞춤형 스프링롤’을 위해 총 9개월의 연구개발 시간을 투자했다.
식품업계는 스프링롤, 딤섬 등 현지식 만두가 한국식 만두의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시아 음식 등 이국적인 ‘에스닉 푸드(Ethnic Food·각국 전통식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달앱 ‘요기요’에서 지난해 인기 메뉴를 분석한 결과 동남아 음식이 1위를 차지했다. 주문 수는 전년 대비 무려 875%나 증가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입증됐지만 현재 현지식 만두 시장은 참여업체가 적은 ‘블루오션’ 시장이다.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 냉동 스프링롤·딤섬 시장의 규모는 약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스프링롤, 딤섬 등은 외식 때나 맛보는 음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주거나 안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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