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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샵 예약 앱이 편하다고요? 우린 너무 힘드네요"

네이버·카카오 헤어샵 예약기능 도입 3주년의 명암

무한경쟁 시스템에 50% 할인, 300원 커트까지 등장

앱 수수료, 카드 수수료...최저시급도 안 남아

예약, 결제, 평가 모두 공개되니 리뷰에 목숨걸기도

스마트폰 예약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미용실 예약이 한결 쉬워졌다. 가격과 서비스를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고, 추가요금에 대한 부담 없이 미리 결제한 뒤 매장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16년 미용실 예약·결제 O2O(online to offline) 앱을 출시했다. 2018년에만 103만 건(3년 누적 143만 건)에 달하는 결제량을 기록,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네이버도 같은 시기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도입했다. 정확한 통계는 밝히지 않지만 지난해 네이버 플레이스 예약 서비스 가맹점 수가 8만 개를 넘어섰다. 식당과 헤어샵 예약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이용자 수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용실 입장에서도 온라인 예약 앱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노쇼(No-show)’ 비율을 줄일 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 경쟁에 내몰린 디자이너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마포구 일대 헤어샵을 다니며 그들로부터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각 헤어샵 예약 플랫폼 별 할인 행사들




■기본할인에 추가할인, 포털쿠폰까지…300원짜리 커트도 등장

“한 달 동안 손님이 너무 몰려 진짜 쓰러지는 줄 알았어요.” (4년 차 헤어 디자이너 A 씨)

커트 전문 A 헤어 디자이너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네이버로 예약하는 경우에 한해 커트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합정동 번화가에 자리한 매장인데 남성 커트 요금이 단돈 1만 원이었다. 예약 손님은 물밀듯 이어졌다. 하지만 A 씨는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해당 샵은 7월이 되자 펌·염색 전용 1만원 쿠폰을 뿌리고 있다. 40~45% 기본 할인에 1만원 추가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카카오 앱에서는 일부 이벤트에 한해 최종 커트 가격이 단돈 300원에 불과한 상품도 등장했다. 마케팅 차원에서 포털사가 제공한 쿠폰까지 적용된 탓이다. 이와 같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벌어지는 할인 경쟁에 미용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홍대 인근에 미용실을 차린 B 원장은 요즘 손님 끌어모으려면 할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할인액도 파격적으로 내걸지 않으면 손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스타일과 가격에 민감해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예약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비교가 쉬워졌다. 가뜩이나 원료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미용실들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그는 “지금 가격도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최저 마지노선”이라며 “어쩔 도리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합정에서 만난 C 원장은 “싼 가격에 손님들이 몰리면 그만큼 디자이너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다들 앱을 통해서 헤어샵을 예약하니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카카오, 최대 25% 수수료...이것저것 다 떼면 최저시급액도 안 남아

# “솔직히 싫죠. 수수료만 엄청 떼이거든요.” (15년 경력 헤어샵 원장 B 씨)

손님들이 몰리면 몸은 고될지언정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지도 않았다. 기자가 만난 샵 원장들은 특히 카카오 앱을 통해서 손님을 받는 게 꺼려진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 중심에는 과도한 수수료 문제가 놓여있다. 수수료 문제는 헤어샵 예약 서비스 론칭 초기에도 논란이었다. 당시 한 미용업계 단체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높이지만 않는다면 훌륭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미용업계 바람과 달리 카카오는 앱 결제에 따른 수수료율을 점차 올려왔다. 서비스 초기 첫 방문 고객 12%, 재방문 고객 5%이었던 수수료는 현재 25%(첫 방문 기준)에 달한다. 카카오 측은 대신 재방문 고객 수수료를 없앴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재방문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업계 요구가 있어 수수료 체계를 바꾼 것”이라며 “매장 상황에 따라 수수료 체계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러나 몇몇 미용실 원장들은 여전히 “수수료 문제가 가장 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대에 매장을 둔 B 원장은 “앱 보고 오는 손님들은 타 매장과 비교가 손쉬워 한 번 방문 후 또 싼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첫 방문 고객’들이 대부분인 건데, 그렇게 되면 최대 25%에 달하는 애꿎은 수수료만 계속 지불하는 셈이다. 이미 정가의 50% 할인이 들어간 1만 원짜리 커트를 결제했다면, 앱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까지 공제돼 결국 7,500원 정도의 순익만 남게 되는 셈이다. 2019년도 최저시급 8,350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네이버의 경우 예약서비스 자체는 무료다. 다만 업주 선택에 따라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로 샵 요금을 받는 경우, 네이버는 건당 평균 2%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나마 카카오보다는 수수료율이 낮아 대다수 헤어 디자이너들은 카카오 앱에서 네이버 예약을 유도하는 일도 잦다. 다만 디자이너들이 카카오 쪽 손님을 네이버 플랫폼으로 유도하기 위해 카카오보다 더 큰 액수의 할인액을 제공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50% 할인’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네이버 예약에서 확인한 홍대 인근 한 미용실 예약 이벤트 내용. 50~75%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 샵 평가와 순위 공개…“리뷰에 목숨 걸어요”

# “리뷰를 보면 일부 사례를 홍보를 위해 부풀린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C 원장)

예약과 결제, 평가가 모두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다 보니 ‘리뷰’에 목숨 거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네이버에선 각 매장 별로 예약자들의 리뷰가 별점 평가와 블로그 리뷰 등을 통해 모조리 공개된다. 그렇다 보니 각 샵에선 고객 만족을 위해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다. 최근 네이버 예약을 통해 미용실을 이용했던 방 모 씨(30대)는 “평소보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컷과 염색을 했는데, 다양한 식음료와 손 팩 서비스까지 받았다”면서 “대단히 만족했었다”고 이용 소감을 말했다.

카카오는 분기별, 반기별, 연간에 나눠 예약 및 매출 우수매장을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해 인천 소재 미용실 원장이 2,188명의 고객을 유치해 매출 1등 왕관을 차지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커트로만 한 해 1,058명을 잘라 ‘커트왕’에 등극했다. 일단 타이틀을 얻게 되면 앱 상에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순위와 평가가 공개되고 전시되다 보니 디자이너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한 예약 앱 리뷰 사이트에는 “저렴한 가격이라 가봤더니 머리는 마음에 안 들고, 대신 화려한 말로 영업하면서 좋은 리뷰 써달라고 부탁하더라”며 적잖이 실망했다고 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예 예약 앱을 안 쓰는 미용실도 있다. 홍대 인근 헤어샵 D 실장은 “예약 앱을 하나 안 하나 큰 이득도, 장점도 없었다. 안 한다고 해서 큰 손해는 아니다”라며 “미용실은 단골 장사다, 우리는 일부러 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참여 매장들과의 상생방안을 고민해줬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 원장은 “이미 독점적인 예약 서비스 시장이 구축된 상황에서 뭐라 말할 순 없고, 조금이나마 디자이너들을 좀 생각해주는 서비스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현장 분위기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예약서비스는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를 제공하기 위한 무료 비즈니스 툴로서 입점료와 사용료도 부과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부과되는 수수료는 네이버페이 사용에 따른 결제 수수료에 불과하고,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검색 경험을 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헤어샵 관계자는 “앱 서비스에 따른 불편함을 느낀다는 업주들은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헤어샵들이 수익을 개선해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에 대해선 “첫 방문 고객 뿐만 아니라 재방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 운영에 힘쓰고 있어 앞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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