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답답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나 정책을 탓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 활동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고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말하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한 영향이 크다. 한마디로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첫째, 성장에서 ‘지속가능성’으로 핵심 어젠다가 변경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적 가치와 환경문제를 핵심가치로 삼는 자본주의 4.0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 ‘중단없는 소비’가 올드노멀이라면 뉴노멀에서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투명성’과 ‘윤리의식’이 높아진다. ‘지속가능성’은 뉴노멀의 핵심용어다.
둘째,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일의 철학이 변하고 있다. ‘노력하면 반드시 결과는 따라온다’는 슬로건은 ‘지나친 열정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문구로 대체되고 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무시됐던 시대가 ‘올드노멀’이었다. 그러나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보다는 가슴 뛰는 오늘을 사는 ‘카르페디엠’ 철학이 뉴노멀 시대의 철학이 되고 있다. 조직에서 먼저 승진하고 미래에 큰돈을 버는 일을 하기보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셋째, 전 문화에서 ‘융합’으로 가치 창조 메커니즘이 변하고 있다. 과거 고성장 경제에서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쪼개면 수익이 창출되는 시장이 많았다. ‘선택과 집중’이 성공의 열쇠였다. 그러나 상품이 물처럼 흔하고 모바일 쇼핑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넓은 시야로 사물을 보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해졌다. 한 개의 전공, 한 개의 직장, 단일 경력에 ‘올인’하는 것은 이제 위험한 발상이다. 이전 직업과 직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용해 다음 직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인재가 되는 시대다. 스펙보다는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경영과 관리의 시대가 저물고 융합과 창조의 시대가 오고 있다.
넷째, 권위에서 ‘창발(emergence)’로 세상의 성공 방정식이 변하고 있다. 창발은 조그만 변화가 거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복잡계 용어다. 상사와 임원의 과거 성공경험과 지식의 효과성이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디지털 지식으로 무장한 후배들이 선배들을 지도해야 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부각되고 있다. 연결성과 변동성이 커진 복잡계적 시장에서는 지방 출신 상인도 진정성과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다섯째, 소유에서 공유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상품이 부족한 시절에는 ‘중단없는 소유’를 추구하며 자본주의가 발달해 왔다. 그러나 환경 오염·빈부격차 같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공유라는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자신의 차와 집을 제공해 돈을 버는 공유경제 비즈니스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구별을 모호하게 한다. 주객비분리 즉 ‘공유’가 뉴노멀 시대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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