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034220)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시황 악화로 창사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확대로 내년에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올 3·4분기까지 누적 손실만 1조원에 육박해 투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4분기에 매출 5조8,217억원, 영업손실 4,36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같은 영업손실액은 LCD 패널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 등으로 4,920억원의 영업손실(회계 기준 변경 전 수치)을 기록한 지난 2011년 3·4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연간 기준 누적 손실액은 역대 최고였던 2006년의 9,452억원(회계 기준 변경 전 수치)의 1.5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4분기에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2·4분기에는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해 3개 분기 누적 손실액만 9,374억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초까지 희망퇴직을 통해 전체 인력의 6분의1가량인 5,000여명을 내보낼 예정이라 올해 사상 첫 연간 기준 손실액 1조원을 넘어 최대 1조5,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LCD 패널가격 하락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9월 245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32%가량 떨어진 167달러로 폭락했다. LG 디스플레이가 패널 가격 하락에 대응해 LCD 공장 가동률을 줄인데다 플라스틱 OLED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까지 더해져 실적이 악화됐다. TV용 패널 매출 비중 또한 직전분기 대비 9%포인트 감소한 32%를 기록했다.
지난달 취임한 정호영 신임 사장으로서는 가득 쌓인 숙제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우선 LCD 라인을 OLED로 급속히 전환해야 한다. 서동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P7, P8 LCD TV 패널 공장 다운사이징을 기본으로 근본적인 방향을 고민 중이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가시화할 것”이라며 LCD 라인 감축 입장을 밝혔다.
OLED 진영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TV 시장 공략을 위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OLED 생태계 확대가 예상된다. LCD 패널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중국의 BOE가 올 7월부터 10.5세대 공장 생산량을 25%가량 줄이고 일본 샤프 또한 중국 광저우에 건설한 10.5세대 LCD 공장 가동을 6개월가량 늦추며 LCD 가격 하락세가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 또한 호재다. 다만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라인 증설 및 파주 10.5세대 OLED 라인 가동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은 부담이다. LG디스플레이는 콘퍼런스콜에서 “당초 예정된 설비 투자액을 5,000억원가량 줄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서 CFO는 “정 사장 취임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범위와 속도 차원에서 근본적인 방법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올 상반기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19.9%에 달해 인력 감축이 절실하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로의 전환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실적 개선을 확신했다. NH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OLED 부문에서 올해 1조1,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190억원 규모의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전체 실적 또한 내년 영업이익 3,228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2021년에는 7,948억원으로 이익 폭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OLED TV 시장 규모가 600만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며 OLED에 기반한 실적 개선 전망에 힘을 보탰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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