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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라이프 큐레이터 선언] 백화점 1층서 장보고 휴식...고객 '취향저격'

<중>고객의 라이프를 공유하라

신세계 업계첫 1층에 식품전문관

통상 4층 이상이던 리빙매장도

체험형 쇼룸으로 꾸며 1층 꿰차

대형마트는 맛집·카페·서점 등 입점

고객 체류시간 늘려 온라인에 대적





# 1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는 ‘명품 백화점’으로 잘 알려진 본관 못지않게 별관 1층에 있는 1,000평 규모의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로 유명하다. 과일과 채소는 물론 트러플과 캐비어 등 고급 식재료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매장 곳곳에 휴식 공간을 갖춰 쇼핑을 하다 소시송에 와인 한 잔을 즐기는 고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미국 홀푸즈마켓은 지난해 4월 ‘먹거리’에 초점을 맞춘 500번째 매장을 애틀란타에 개장했다. 4층 규모의 매장 각층에는 남부의 인기 햄버거 체인 ‘팜 버거’ 등 레스토랑 4개를 입점시켰으며, 옥상은 통째로 야외 푸드홀로 만들었다. 고객들은 맥주와 와인, 피자, BBQ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서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문을 연 푸드마켓의 수산코너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1층에 문을 연 푸드마켓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상품 공급에 초점을 맞췄던 1세대, 자체 상표와 단독 상품을 앞세웠던 2세대를 지나 이제는 고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3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판매 공간보다 식음 매장을 개선하고 다양하고 트렌드에 맞는 ‘키 테넌트(key tenant·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점포)’를 입점시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 고객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맞춤형 큐레이터를 자처하며 온라인에 대적할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식품·리빙으로 ‘얼굴’ 바꾸는 백화점=백화점은 그동안 점포의 얼굴격인 1층에 화장품과 향수를 배치해 고객을 윗층의 패션 매장으로 유인하던 공식을 과감히 깨고 있다. 고객의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백화점을 찾는 이유도 상권마다 달라지면서 1층도 따라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영등포점 1층에 식품 전문관 ‘푸드마켓’을 선보였다. 과일, 채소, 수산, 정육은 물론 기존에 없던 베이커리와 카페까지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영등포점을 찾는 고객의 10명 중 6명이 생활 장르와 식품 장르를 함께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변화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쇼핑 코스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신관에 문을 연 더콘란샵 2층에 위치한 VIP룸 전경.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백화점 4층 이상에 이던 리빙숍도 1층으로 내려오고 있다. 국내 리빙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생활 전반으로 리빙 제품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강남점 1~2층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 콘란샵’을 열었다. 세계적인 유명 가구 브랜드 제품부터 오디오, 침구, 홈웨어까지 리빙 관련 전반의 상품을 큐레이팅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진열 방식에서 벗어나 쇼룸으로 꾸며 고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만들었고 VIP룸에서는 고객의 취향에 맞춘 자체 제작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앞으로 상권에 맞춘 특화점 개발은 물론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백화점 1층에 테마형 전문관을 도입할 계획이다.

◇커피숍·양판점·유명맛집 품는 마트=이마트는 올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한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판매했던 대형마트 고유 기능은 점포 내 40% 면적에서만 수행하고 나머지 60%가량은 맛집, 카페, 서점 등으로 채운다. 올해 첫 리뉴얼 타자인 월계점은 이미 지난달 푸드코트를 변신시켜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식음 브랜드를 유치하고 혼밥족을 위한 1인석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전체적으로 변화를 주자 매출과 객수(1월1~8일)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뛰었다. 집객력이 큰 스타벅스와 일렉트로마트도 리뉴얼 매장에 오픈을 서두를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 리뉴얼을 마친 창동점은 대규모 스타벅스 매장과 일렉트로마트를 입점시켜 재오픈 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

롯데마트는 상권별 특징을 반영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롯데마트 이천점은 20대 고객이 전국 기준 대비 높고 고임금 근로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이천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실을 갖추고 그로서란트(식료품 매장과 레스토랑의 결합) 매장 등을 선보였다. 또 앞서 오픈한 양평점의 경우 판매 물건이 있어야 할 1층을 도심 속 숲 공간으로 꾸며 한 개 층 전체를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유통점들이 상품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던 시절은 끝났다”며 “이제는 고객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오프라인을 찾는 고객들을 발길을 묶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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