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주무부처와 공기업의 자체 결정으로 증원할 수 있도록 한 자율정원조정제도를 도입 2년 만에 조기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공공 부문 비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정책을 원상복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의 총대를 멘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부가 뒤늦게 ‘묻지 마 증원’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개최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자율정원조정제도 조기종료 안건을 상정했지만 공운위 위원들 간 의견 대립으로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자율정원조정제도는 지난 2018년 4월 청년일자리대책의 일환으로 3년 한시로 도입됐다. 이는 공공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기재부를 거치지 않고 주무부처와 협의만 하면 공기업이 자체적으로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재부에는 증원 결정을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38개 공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활용한 공기업의 증원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게 기재부의 인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공기업 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도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부처와 산하 공기업이 증원 결정을 내리면 이를 기재부에 알려야 하지만 이조차 지키지 않은 기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최근에야 자율정원조정제도 적용 기관을 대상으로 증원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실태조사 이후 안건을 공운위에 다시 올릴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공운위 위원은 “조직 생리상 인원을 늘리려는 것은 당연한데 이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기재부와 공공기관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공공기관 비대화가 제어되지 못할 가능성을 외면한 채 섣불리 제도를 도입해놓고 뒤늦게 번복하면서 정책 혼선을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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