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집중유형분석 심리테스트,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만 업체 시크알테크(seekrtech)가 개발한 이 테스트는 지난달 말 링크 형태로 SNS를 타고 돌며 반짝 유행했는데요. 급기야는 2월 27일과 28일, 코로나19 관련 이슈로 채워져 있던 포털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시크알테크 관계자에 따르면 이틀간 한국에서 심리테스트에 참여한 사람은 총 800만 명.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7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 심리테스트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유는 사실 명확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외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찾기 시작한 거죠.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서울대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폰폰 테스트 등이 갑작스럽게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크알테크의 삐샤오캉 대표 역시 “많은 분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힐링거리를 찾다 보니 저희의 테스트가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테스트의 유행 초반엔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대구 지역에서 테스트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인기를 끌었다기엔 이 심리테스트, 꽤나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할 때마다 예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그에 맞는 음악까지 재생되는데요. 테스트를 끝내면 나오는 분석 결과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이 심리테스트는 5명이 한 팀을 이뤄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3개월 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삐샤오캉 대표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다 정성스럽게 기획됐다”며 “테스트 결과도 MBTI 성격 유형 분석을 참고해 알고리즘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발 초기엔 구글 폼을 활용해 정확성과 분포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 심리테스트, ‘forest’라는 애플리케이션의 광고인 거, 다들 알고 계셨나요? 테스트 끝자락에 나오는 버튼을 클릭하면 앱 다운로드 화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forest’는 핸드폰 사용량을 줄여 시간 관리를 돕는 앱인데요. 씨앗을 심고, 나무를 키우는 일종의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는 콘셉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시크알테크는 왜 하필 심리테스트를 광고 수단으로 삼게 된 걸까요?
삐샤오캉 대표는 “심리테스트를 통해 마케팅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초기에 시도한 직접 광고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시크알테크는 광고 예산이 수익을 초과하는 사태를 낳자 ‘바이럴 마케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사용자가 직접 클릭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반응형 웹 마케팅’에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반응형 웹 마케팅’ 역시 첫 시도에서는 대차게 실패했습니다. 원래 앱을 이용하던 유료 가입자들만 공감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는 게 문제였죠. 이후 ‘대중성’과 ‘공유 유도성’에 방점을 두고 새로운 방안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게 심리테스트였다고 합니다. 시크알테크는 공유의 4가지 요소를 △가치관을 나타낼 수 있는 것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것 △기뻤거나 놀랐던 일 △대화주제가 될만한 것 등 4가지로 판단했는데, 심리테스트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고 본 거죠.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나만의 꽃 심기’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 말 출시 하루 만에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테스트에 참여하며 한차례 열풍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최고 동시 접속자는 5만 명을 기록했죠. 그러다 이번에 중국어, 영어에 이어 한국어로 테스트가 번역되고, 코로나19와 우연히 시기가 겹치면서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주변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일본어로 지원되기 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테스트에 참여했고, 일본 내 앱 다운로드 수 역시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대만에선 심지어 한류를 타고 이 테스트의 ‘재열풍’이 불었습니다. 시크알테크는 수많은 한류스타가 인스타 스토리에 테스트 결과를 공유한 걸 보고 ‘이때다 싶어’ 대만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했고, 그 결과 대만에도 다시금 유행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에 오른 이틀 간, ‘forest’ 앱은 평소의 50배에 달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는데요. 반짝 치솟았던 심리테스트의 인기가 사그라든 후에도 이전의 5~10배(일 평균)의 다운로드 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마케팅 전략은 대성공 아닐까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친구들과 공유했던 심리테스트 뒤에 한 회사의 치열한 마케팅 스토리가 숨어있었다는 사실, 눈여겨 볼만한 것 같습니다.
/정민수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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