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오픈뱅킹’을 앞세우며 제2의 ‘페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단순 결제 시스템을 넘어 출금·이체는 물론 송금까지 지원하는 오픈뱅킹 도입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가 유통업계 최초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론칭한데 이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역시 연내 오픈뱅킹 도입을 예정하고 있어 결제 플랫폼 기반 사업 확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1일 SSG페이는 지난 3월 오픈뱅킹 도입에 따라 ‘송금’ 메뉴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은행 계좌조회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오픈뱅킹은 SSG페이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 이체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SSG페이 앱 메인화면 상단의 ‘송금’ 탭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 동의 후 계좌를 연동하면 별도의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 없이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 간단한 본인인증만으로 계좌 송금이 가능하다. 연동된 계좌의 거래내역과 송금 이용내역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SSG페이 관계자는 “앞으로 순차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의 사용 편의성과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라며 “5월 중 연락처 송금, 다건 송금, 예약 송금, SSG머니 혹은 계좌로 송금받기 등 추가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며 휴대폰을 흔들어 송금하거나 상대방에게 송금을 요청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2014년 첫 선을 보이며 1,450만명(2020년 3월 기준)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스마일페이도 오픈뱅킹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일페이는 쇼핑에 특화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옥션·G9뿐만 아니라 마트, 외식, 패션, 뷰티, 레저, 교통 등 폭넓은 온·오프라인 가맹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베이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신라인터넷면세점에 맞춤형으로 구현한 ‘신라페이’를 선보이는 등 스마일페이 시스템의 우수성을 활용한 시스템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며 “스마일페이의 지속적인 확장성을 위해 연내 오픈뱅킹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간편결제 서비스 시스템인 ‘엘페이’도 현재 오픈뱅킹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달 초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PG사업 ‘쿠페이’ 등을 포함한 핀테크 사업부를 분사한 쿠팡은 현재 구체적인 오픈뱅킹 진출 계획은 없다. 그러나 핀테크 사업 전문성을 높인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금융관련 확장성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자회사 ‘쿠팡페이(가칭)’의 신임 대표로 선임된 경인태 대표는 “신설되는 핀테크 자회사는 고객들에게 보다 편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간편결제를 넘어 고객을 위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금융 사업 확장 가능성을 높였다.
유통업체들이 ‘페이’를 넘어 오픈뱅킹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고객 ‘록인(lock-in)’ 효과와 함께 핀테크 등으로 사업 확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업계 선두 주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만으로는 고객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객은 한 번 쓰기 시작한 페이만 계속 쓰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유통업체들은 오픈뱅킹 등을 도입해서라도 고객을 잡아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로 금융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 요인이 된다. 실제로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도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페이먼트 사업 뿐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중소 판매업자에 대한 대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현섭·박민주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