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다.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 대비 무역의존도가 68.8%(2017년 기준)에 달한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이 경제가 멈춰 섰고 중국도 위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쇼크로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1.4%로 급락했다. 타격이 지난 3월부터 본격화해 4월 수출이 급감한 것을 고려하면 2·4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분기 연속 역성장은 카드사태 당시인 2003년 상반기가 마지막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지난 23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제시했던 전망치(-0.2%)보다 1%포인트 끌어내린 수치다. 정부는 얼어붙은 수출로 인한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기를 어떻게 헤쳐가야 할까. 차기 국회를 이끌 여야 ‘경제통’ 당선인들의 처방을 들어봤다.
━ 디플레파이터 홍성국: 코로나로 자국 이기주의 가속 '소부장' 투자가 답 |
총선에서 세종갑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홍성국 당선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삶과 경제 상황이 정상화될 경우 과거처럼 V자 반등으로 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당선인은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역임한 여의도 증권가 인사다. ‘수축 사회’ 등의 저서로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해왔다.
홍 당선자는 국가 간 이기주의 강화를 코로나19 이후 대두될 새로운 변화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신자유주의가 약화되면서 국가 간 이기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 같은 세계적 조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전 세계 기업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단가를 이유로 글로벌 소싱 체계를 통한 부품 조달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자국 내 소싱을 통한 안정적인 부품 조달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영업이 혹독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책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자영업자의 공급 과잉과 이들의 경제적 출혈이 심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영업자의 출혈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동경제 전문가 유경준: 사회안전망 투자 확대가 성장정책 |
미래한국당 후보로 서울 강남구병에 출마해 승리한 유경준 당선인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우리 경제를 탈바꿈하기 전에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하는 ‘포용적 성장’이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유 당선인은 국내 대표 노동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21대 총선에서 강남병에 공천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과 빅테이터, 자동화 등 빠른 기술 진화에 맞춰 산업 규제를 없애야 기업들이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의 등장으로 고용이 불안해진 택시 기사가 대표적이다.
유 당선인은 “기술진보가 빠르고 창조적 파괴, 혁신, 규제완화가 일어나고 소외되는 사람도 많은데 이분들을 포용할 대책 없이 규제완화만 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실업을 했을 때 유럽처럼 이를 심층 진단하고 재취업을 도울 고용보험, 실업대책, 사회안전망 투자가 전혀 안 돼 있다”며 “기본소득은 재정으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생산적인 곳에 우선 쓰고 그 이후에 논의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 고졸신화 '삼성 우먼' 양향자: 산업계 생존 위해 규제혁신 절실 |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까지 거쳐 ‘고졸 신화’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을 양향자 당선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게 규제는 다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무역대국으로 대외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경제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양 당선인은 “지금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라며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세계는 또 한 번의 대공황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이기도 한 양 당선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어려움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계가 코로나 위기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했다. 또 양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180석을 주신 것도 코로나19 위기, 나아가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 국회에서 규제혁신을 이끌어 우리 산업을 한 단계 도약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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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전문가 윤창현:부동산發 가계부채 우려 증폭 "대비해야" |
국내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금융통’으로 불리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2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다. 윤 당선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인 후유증과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적인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인 우리 경제에 코로나19 충격이 덮친 데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들어온 빨간불을 알렸다. 부동산발 가계대출 부실화다. 코로나19로 우리 경제는 무역이 끊기고 글로벌 기업도 휘청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소비가 위축되며 자영업도 벼랑 끝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지만 가계대출 부실화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직장과 소득을 잃으면 갚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으려면 전국을 지역별로 나눠 일부 지역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명분에 집착하는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단기에는 경제에 고통스럽지만, 위기에서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윤 당선인은 “당장 무너지고 힘들어진 분야를 구조조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은 효율을 높이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고비용을 부르는 노동비용·세금비용·규제준수비용을 줄여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일자리·임금대책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 카카오뱅크 성공신화 이용우: 돈 풀어 쓰러진 사람부터 살려야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고양정 당선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말도 안 되는 경제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국가채무비율 40%와 41%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일단은 코로나19로 한 대 얻어맞은 경제를 다시 세우고 그 후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당선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낸 경제 스페셜리스트다. 지난 2017년에는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으며 ‘카뱅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이후 민주당 영입인재로 발탁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 당선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에 대해 ‘충격이 와서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일단 돈을 부어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한 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한국 경제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당선자는 “수요가 곳곳에서 줄면서 일부 항공·자동차 업계는 이미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다음은 고용이 문제다. 대기업 자금지원이 안 된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고용이 줄면서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곧 수요인데 수출이 안 되고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고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시간의 문제, 타이밍의 문제”라며 “바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수요 증진→기업 생산량 유지→고용 지속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는 매출과 인력을 줄이려고 하는 회사들을 적극 지원하면서 고용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견기업 일군 여성경제인 한무경: 중소기업 자금난·줄도산 위기 기업에도 '재난지원금’ |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한무경 당선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피해가 심각한 중소기업 상황부터 얘기했다. 한 당선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41세의 나이로 창업해 효림산업을 중견기업으로 일군 기업인으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 당선인은 기업인답게 말 했다. 그는 “6~7월이 되면 큰 피해가 시작될 것”이라며 “주요 수출국가인 미국과 유럽에서 하반기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를 대비한 주문이 끊기고 있고 매출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있던 돈으로 연명했지만 이제는 돈이 끊긴다”고 강조했다.
국민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처럼 기업도 대출형태보다 경영난을 지원하는 ‘재난경영자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져 내수를 살린다면 기업에 주는 경영자금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그는 “기업이 돌아가야 근로자도 같이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중소기업에게 국민처럼 지원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기업정책이 규제 일변도에서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정책은 기업이 지키지 못하면 제재, 벌금, 과징금, 심지어 구속까지 된다”며 “그것보다 우선적으로 52시간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잘하고 있다’고 해야 기업도 기가 살고 근로자도 기가 산다”고 판단했다.
/구경우·하정연·김인엽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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