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정보기술(IT) 기업 인성정보(033230)가 원격의료 사업의 해외 시장 집중을 위해 헬스케어 사업부를 인적분할 한다. 국내는 십수년째 규제에 막혀있는 데다 최근 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등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며 속도가 안 나자 결국 해외 사업에 ‘올인’ 하기로 했다.
12일 인성정보는 헬스케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하이케어 메디컬)을 만든다고 밝혔다. 인성정보 헬스케어 사업부 관계자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우선 추진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며 “글로벌 사업을 위해 해외 기업들과 제휴,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과 협력하더라도 전제조건은 글로벌 사업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정보는 2005년부터 원격 의료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선 규제가 심해 2010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7년 간 큰 성과가 없었지만 2017년 미국의 퇴역군인 홈케어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나 내년께 새로 미국 내 한인교포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구지역 요양원에 원격 의료와 모니터링에 필요한 헬스케어 기기와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이 또한 한시적 서비스에 그쳤다.
현재 국내 의료법상에선 의료인 간 원격의료만 가능하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나 원격 모니터링은 금지돼 있다. 미국서 의사와 환자 사이 원격 모니터링을 하는 인성정보의 사업은 국내서는 불법이다.
인성정보 측은 “원격의료 사업관련 법적 규제로 연간 15억 수준 적자를 보고 있다”며 “이번 분할 결정도 전문회사로 따로 떼어 내 별도로 투자를 유치하거나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격의료는 코로나19로 규제 철폐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올 초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으로 속도가 느려진 상태다. 특히 의사협회가 정부의 의사 인력 확충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원격의료 현실화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에서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음으로 14일 전국의사총파업을 예정대로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설립, 비대면 진료 육성 방침 등을 발표하며 의협이 제동을 걸고 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