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사모 부동산 펀드의 고공비행이 멈췄다. 세제 혜택 폐지와 강력한 대출규제, 정부의 감독 강화 등으로 투자대상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호황을 이어가던 부동산 사모 운용사들은 공모운용사 전환, 사모 재간접 리츠 확대 등을 통해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102조8,656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사모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지난 18일 102조2,794억원으로 5,862억원 줄었다. 감소액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매달 5,000억~1조5,000억원씩 늘며 고공비행을 이어온 사모 부동산 펀드 설정액의 증가세가 멈춰선 점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성장세 둔화에 최근 정부 규제 강화와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예고가 맞물리며 시장 위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부동산 펀드와 리츠가 소유한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을 올 6월부터 신규 사모펀드(PEF)와 사모 리츠에 대해서는 폐지했다. 6월 이전 설정돼 존속기간이 남은 기존 사모상품에 대해서는 매년 자산의 20%씩을 합산과세 대상으로 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편입하고 이후 신규설정되는 펀드는 전체 자산에 대해 바로 합산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분리과세 폐지 이전부터 사모 부동산 펀드의 수익률 유지가 어려워지며 상품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토지가격이 낮은 지방의 상업용 부동산보다 서울, 특히 강남권역 부동산에서 세율 부담이 확대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사모상품의 경우 공모상품 대비 연간 약 0.5~1.08%의 수익률 열위가 예상된다”며 “대부분의 사모상품이 목표로 하는 연간 배당수익률이 5~7%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부동산 운용사들은 공모전환과 기존 공모 리츠에 사모 부동산펀드를 담는 재간접 방식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 관계자는 “분리과세와 대출 규제 적용 등으로 사모 부동산 펀드 시장이 위축되며 신설 부동산 운용사들은 딜을 못 따거나 예정됐던 딜이 막판에 깨지고 있고 규모가 있는 운용사들은 공모 펀드 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베스타스자산운용과 마스턴자산운용·제이알투자운용 등이 공모 운용사 인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당국은 사모 펀드 조사 등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공모 전환 인가도 조속히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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