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을 비롯한 국내 화학 기업들이 액화석유가스(LPG) 원료 기반의 생산을 늘리면서 LPG 도매업체 E1이 웃음 짓고 있다. LPG 도입을 늘리는 화학업체 대부분이 E1의 저장시설이 있는 여수·대산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0만톤이었던 LPG 투입량을 올해 100만톤으로 늘리고 오는 2022년 180만톤, 2023년 220만톤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김연섭 롯데케미칼 경영지원본부장은 “설비투자를 통해 순차적으로 LPG 투입을 늘릴 것”이라며 “2023년 LPG 투입 비중을 31%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다변화하는 것은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천연가스를,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나프타 기반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운영해왔으나 여기에 프로판가스(C3 LPG) 기반의 설비 도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학사들이 NCC에 가스분해설비 도입을 확대하는 가운데 NCC 신·증설이 여수 또는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E1의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LPG를 직도입할 수 있는 SK가스와 E1 가운데 E1이 여수와 대산에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가스는 울산에 LPG 저장시설을 두고 주로 울산 지역 공장에 LPG를 공급한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LPG 추가 수요를 E1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연구원은 “여수·대산 화학단지에서 올해 14만3,000톤, 2021년 157만9,000톤, 2023년에는 452만톤의 LPG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E1의 여수·대산 화학단지향 판매량도 올해 174만2,000톤에서 2023년 611만9,000톤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화학사들이 LPG 도입량을 늘리는 것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북미에서는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분해시설(ECC), 중국에서는 석탄화학시설(CTO·MTO) 등 저가 원료 기반의 증설이 이뤄지고 있어 원가 절감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난방용으로 많이 쓰이는 LPG는 여름철에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때 LPG 도입을 늘리면 원료비를 줄일 수 있다. LPG 가격이 국제유가와 별개로 움직이는 만큼 유가 변동이 심한 시기에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화학제품용 LPG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화학제품용 LPG 소비량은 2017년 1·4분기 899만1,000배럴에서 매년 늘어나 올 1·4분기에는 약 81% 늘어난 1,631만1,000배럴에 달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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