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들어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쿼터’를 높이는 법안이 줄이어 발의되고 있습니다. 현행 목표 비율인 30%보다 높은 것이 법안들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공공기관 채용을 통한 지역 인재 육성을 가지고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 법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30%? 묻고 더블로 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역인재 확대를 핵심으로 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 법률안은 21대 국회 들어 총 5건이 발의됐습니다. 모두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현행 30%보다 높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장철민 의원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3분의1로 높이고 채용 실적에 따라 공공기관에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급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같은 당 박영순 의원은 법안에 채용 비율을 35%로 규정했습니다. 야당도 가세했습니다. 홍문표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공기관이 현행 비율(30%) 이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법에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고, 같은 당 전봉민 의원은 법안에서 아예 채용 비율을 50%로 늘렸습니다. 양금희 통합당 의원은 해당 지역에 있는 초중고교를 다니고 주소 등록기간이 10년 이상인 청년은 지역인재 채용 대상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지역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 출신자가 지역 인재 채용 대상이 돼버리는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이 비율의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신입사원 가운데 3명을 특정 지역 출신으로 정하는 것도 사실 적다고 보기 어려울 텐데, 이를 절반까지 늘리겠다는 건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사실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확대 법안이 이번에 처음 발의된 건 아닙니다. 지난 20대 국회 때인 2016년과 2017년에도 의무채용 비율을 현행보다 늘려야 한다는 법안들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지역 인재 쿼터도 지금과 비슷한 30~40%대 입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담당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당시 담당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의무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타 지역 대학 출신의 취업기회 제한 △공공기관 구성원의 지역적 편중 현상 △지역별 대학 졸업자 수 차이로 인한 우수 인재 확보 애로 등을 꼽았습니다. 즉 이미 부작용을 지적 받은 법안들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또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가 됐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통과될 법이어야 하기 때문일까요?
‘인국공 사태’가 쏘아 올린 ‘공정채용’, 여전히 둔감한 정치권
사실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수도권 등 타 지역 출신의 취업기회를 제한하는,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력과 관계없이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에서 우대를 받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입니다.
최근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사태를 보며 청년들이 분노했던 지점은 ‘기준이 없는 고용 정책’입니다. ‘인국공 사태’ 출발점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유래 없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그래서 ‘엄빠(엄마 아빠) 찬스’로 취업 기회를 손 쉽게 얻는 데 극도의 분노를 나타내는 청년층과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인국공 사태를 ‘둘 중 누가 옳으냐’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보다, 인국공 사태로 얻어야 할 시사점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공정한 취업 기회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떤 조정 능력을 보여줘야 하느냐’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에선 이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거 지역 인재들 취업도 안되고 힘들다는데 공공기관 몇 개 내려보내서 여기 취업시키면 좋은 거 아니야?’ 이 같은 ‘선심성’ 생각의 발로는 아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있습니다. 해당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진 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여러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 하나가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없는 지역은 서러워서 살겠나.” 해당 법안들은,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균형발전이 목표인데도 말이죠.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