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호 도시재생사업지인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지역 내 일부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참여의사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 지역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동의서 작성 등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인데 서울시는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현재 이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만큼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창신·숭인 외 다른 도시재생지역에서도 공공재개발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주민들과 서울시 간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공공재개발을 두고 주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에서 이미 재정을 투입한 만큼 도시재생지역에서 재개발사업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주민들이 원해도 못하게 하는 행정조치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시재생, 공공재개발 대상 아니다 =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창신동 주민들이 공공재개발 사업 참여를 위한 동의서 작성·배포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지난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2013년 해제됐고 이후 2015년 전국서 처음으로 도시재생 활성화지구로 지정됐다. 완전 철거가 아닌 개선과 보존을 기반으로 도시정비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5년이 지난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전면적인 생활환경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공공재개발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은 물론 분양가 상한제에서도 제외된다. 정부는 최근 공공재개발 사업 대상에 정비구역 해제지역도 포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도시재생 사업이 이미 진행된 사업지는 공공재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1호 사업지인 창신·숭인 도시재생 사업지는 사업 기간이 이미 5년 차에 접어들어 약 2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된 상태다. 재생 사업을 통해 빈집을 사들여 거점 시설을 건설하고 하수관 정비와 집수리 등을 진행했는데, 공공재개발을 하면 준공 3년이 채 안 된 시설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 다른 도시재생 지역도 어려울 듯 = 공공재개발을 둘러싼 도시재생지역 내 주민 갈등도 예상된다. 공공재개발을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지들은 개발 해제지 가운데서도 재개발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극심한 곳으로 꼽힌다. 실제 일부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는 목소리를 내자 이에 맞서 창신 1·2동 주민 460여 명이 공공재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서울 내 다른 도시재생 사업지들도 공공재개발 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에는 창신·숭인과 같은 1단계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이 총 13곳이다. 이 중에는 도봉구 창동·상계, 종로구 세운상가, 성북구 장위동, 동작구 상도동 등 노후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이 대부분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다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바꾸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기존 재생사업에 투입한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한편으론 주민 다수가 공공재개발로 전환을 원하는 데 재생사업을 강행하면 행정조치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14일부터 공공재개발 후보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11월까지 후보지 1~2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동작구 흑석2구역과 성북구 성북1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 3곳이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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