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를 매각해 성공 신화를 쓴 이상록(사진) 너브 회장이 3년 만에 국내 화장품 시장에 복귀한다. 이 회장은 그동안 1조원이 넘는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분야 등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으며 이번 복귀에 따라 화장품 업계 인수합병(M&A)에도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월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리바이프(Revipe)’를 신규 설립했다. 경업 금지 조항으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던 이 회장이 카버코리아를 매각한 후 처음으로 내세운 화장품 업체다. 남대문 시장에서 화장품 소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카버코리아를 설립한 이 전 회장은 2013년 AHC의 아이크림 상품으로 홈쇼핑 대박을 이뤄내면서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2016년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컨소시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수천억원을 손에 넣었고, 이듬해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에 잔여 지분을 넘기면서 추가로 1조원이 넘는 매각 대금을 확보했다.
리바이프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바이프는 이 회장이 보유한 서울 논현동 빌딩에 사무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이 개인자산관리를 위해 설립한 패밀리 오피스 ‘너브’와 창업투자회사 로그인베스트먼트 등이 모두 이 건물에 입주해 있다. 리바이프의 대표이사는 이 회장이 설립한 다수의 회사에서 경영진으로 등재돼 있는 최욱진씨다. 최 대표는 로그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와 너브 감사, 연예기획사 앤드마크 감사를 맡고 있다. 이미 화장품 업계에는 이 회장의 신규 브랜드 론칭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리바이프는 최근 브랜드매니저(BM)와 패키지 디자인, 물류, 온라인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력직을 중심으로 인재를 흡수하며 조직 확대에 나섰다.
이 회장은 베인캐피털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경업 금지에 합의해 그동안 화장품 사업에 나서기 어려웠다. 경업 금지는 기업 M&A 때 매각자 측이 동종 업계에서 똑같은 사업을 벌이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이다. 통상 경영권 매각 이후 3년으로 설정한다. 이 회장은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패션·화장품 전자상거래업체인 ‘피피비스튜디오스’를 인수하며 재기를 준비해왔다.
리바이프는 앞으로 화장품 시장에서 M&A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 번의 벤처 신화를 기대하는 국내외 투자자들도 이 회장이 진출하는 새로운 사업에서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장품 시장 복귀에 따라 이 회장의 투자 이력도 주목받고 있다. 너브가 2대 주주로 있는 마스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은 최근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 이후 이 회장 측의 지분가치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너브는 10여개 M&A·벤처캐피털(VC)투자펀드에 출자해 유한책임투자자(LP)로 부상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