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 오너 일가가 두산퓨얼셀(336260) 지분 10%가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주식 증여를 앞두고 급한 불을 우선 끄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주주 측의 오버행(대량 매각 대기 물량) 이슈를 남겨 공모 유상증자를 앞둔 두산퓨얼셀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숙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 블록딜을 위해 지난 5일 진행한 수요예측은 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9인은 보유하고 있는 두산퓨얼셀 지분 1,100만주가량을 시장에 내놨다. 두산퓨얼셀 지분율 20%에 달하는 4,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물량이다.
수요예측에 들어온 기관투자가의 참여 물량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560만주에 그쳤다. 매각가는 전일 종가에 할인율 최고치인 18%를 적용한 주당 3만5,465원을 제시했지만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 기관과 해외 기관 물량은 각각 160만주와 400만주로 집계됐다. 예정된 두산퓨얼셀 유상증자 발행가(3만4,200원)와 비교할 때 가격 매력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13인은 오는 12월 두산중공업(034020)에 보유하고 있는 두산퓨얼셀 지분 23%(약 1,276만주)를 무상 증여할 예정이다. 다만 오너 일가가 갖고 있는 두산퓨얼셀 보유 주식 중 90%에 이르는 3,800만주가 금융권의 담보로 잡혀 있어 이를 해지해야 했다. 오너 일가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질권 해지에 쓸 예정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주주의 오버행 이슈를 깔끔히 해소하지 못한 점은 두산퓨얼셀 유상증자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12월 3,400억원 일반 공모 증자를 앞두고 있다. 특수관계인은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일반투자자의 참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버행 이슈로 투심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자 전까지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두산그룹 측 지분은 사실상 없다. 블록딜 후 오너 일가가 보유하게 되는 두산퓨얼셀 주식수는 3,840만주다. 이중 2,600만주는 3월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질권으로 잡혀 있다.
남은 지분 역시 이번 블록딜의 보호예수(락업) 조항으로 향후 3개월 동안 거래가 금지된다. 투자업계에서는 락업 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 특수관계자 보유 물량이 블록딜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두산그룹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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