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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전국민 '호갱'만든 단통법, 주요 문제점 짚어보니







전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1인 1스마트폰’ 시대. 통신 관련 지출은 가구당 평균 12만 3,000원으로 가계 전체 소비지출의 5%를 차지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자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통신비를 지원하기도 했죠. 그런데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통신비,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계시나요?



우리가 매달 납부하는 휴대폰 청구 금액은 크게 ‘단말기 할부금’과 ‘휴대폰 이용 요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휴대폰 기기 값과 통신비가 합쳐진 건데요. 여기서 ‘단말기 할부금’은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에서 매긴 가격인 ‘출고가’에서 대리점이나 통신사에서 지원되는 가격인 ‘지원금’을 뺀 가격을 말합니다. ‘휴대폰 이용 요금’은 개통 시 선택한 요금제인 ‘기본월정액’에 스팸 알림, 컬러링, 분실파손케어와 같은 ‘부가서비스 금액’을 더한 후, ‘약정 할인’, ‘결합할인’, ‘기타 제휴 할인’ 금액을 뺀 가격을 말하고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고요? 이렇듯 통신비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우리는 보조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쓰지도 않는 부가 서비스에 가입된 건 아닌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통신비를 납부하게 됩니다. 거기다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누구는 1/5 가격으로, 누구는 반값에, 누구는 원가 그대로 주고 사는 현상도 발생하는데요. 모두 이동통신 3사의 가격경쟁 때문입니다.

◇ 이동통신 3사의 등장…시작된 통신 전쟁

그렇다면 국내 이통 3사는 도대체 언제부터, 왜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 걸까요? 1982년, 한국통신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한국 통신은 KT의 전신인데요. 설립 2년 뒤, 한국통신의 자회사 격인 공기업, 한국이동통신이 등장합니다.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에 인수되죠. 이후 선경그룹이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국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KT와 SK텔레콤 간 경쟁구도가 형성됩니다. 이후 신세기통신, 한솔텔레콤, LG텔레콤 등이 새롭게 생겨나고, LG텔레콤을 제외한 통신사들이 모두 KT와 SK텔레콤으로 인수되며 KT, SK, LG의 3파전 구도로 자리 잡게 되죠.



이들은 이동통신 3사로 불리며 통신 경쟁을 지속했고, 통신사와 대리점의 고객 유치를 위한 가격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점별·조건별로 지원금이 천차만별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해‘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현상’이 발생했죠.

특히 번호 이동, 신규 가입에 대한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통신사들이 2년 약정이 끝나고 휴대폰을 바꾸려는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번호 이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인 2012년에는 번호 이동 건수가 이동통신 시장 활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일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2012년에는 당시 출고가 99만 원이던 갤럭시S3 모델이 일부 대리점에서 17만 원으로 판매되는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가를 주고 산 사람들은 호구 고객이 됐다며 ‘호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말았죠.



호갱을 잡기 위한 판매점 직원들의 과도한 영업도 문제였습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다니는 여성을 주로 공략해 폰을 빼앗고, 가게 안으로 잡아당기는 등 물리적 호객 행위도 만연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휴대폰 판매점 직원들은 ‘폰팔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불리곤 하죠.

◇ 6년 간 논란 끊이지 않은 단통법, 주요 내용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법률을 공포하게 됩니다. 바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인데요. 일명 단통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단말기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산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꾀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2014년 10월 도입됐습니다. 결국 핵심은 “누구나 단말기 가격과 지원금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같은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게 하겠다”라는 거죠.



지원금은 특정 요금제로 일정 기간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단말기 값을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5만 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단말기 값에서 30만 원을 차감 받는 방식이죠. 단통법에서는 출시된 지 15개월 이내의 이동통신 단말장치 공시 지원금을 최대 33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선택 약정은 공시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중고 단말기, 해외구매 단말기, 제조사를 통해 구매한 단말기 등 휴대폰 구입 가격에 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금제의 25%를 통신료에서 할인받는 새로운 약정 제도를 만든 거죠. 소비자가 12개월, 24개월 중에 선택 가능하며 매달 요금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받게 됩니다.



통신사가 아닌 판매점이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은 공시 지원금의 15% 범위에서만 지급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습니다. 그 이상 지급되는 돈은 불법 보조금이 되는 거죠. 휴대폰 판매자는 고객을 유치할 경우 해당 통신사에서 ‘리베이트’라는 수고비를 받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이 리베이트의 일부를 자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지원하면서 박리다매 형식으로 고객을 유치했지만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해졌죠.

◇ 단통법이 개척한 저가 시장

단통법은 등장이 무색하게 초반부터 상당한 질타를 받았습니다. 오히려 시행 전보다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거였죠. 물론 단통법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국내에도 비로소 저가폰 시장이 생겼다는 점인데요. 단통법 시행 직후만 해도 40만 원 이하 스마트폰 비중이 12.4%였던 것에 비해, 1년이 지난 후 비중이 29%까지 높아졌습니다. 이전에는 고스펙 스마트폰에 어마어마한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저가폰이 설자리가 없었지만, 단통법이 생긴 이후 보조금이 감소하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저가폰들에게 기회가 생겼죠. 중저가 스마트폰이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top10에 진입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고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뜨면서 저가 요금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습니다. 고가 스마트폰을 사는데 집중해 비싼 요금제에도 스스럼없이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저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자 저가 요금제도 저절로 관심받게 된 거죠. 저가 요금제가 떠오르자, 이통 3사의 통신망과 설비를 임대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통신사도 생겨났습니다. 우체국 알뜰폰, KT엠모바일, SK텔링크, LG헬로비전 등이 이에 속하죠.

◇ ‘일부 호갱’에서 ‘전국민 호갱’으로?

하지만 부작용은 더 컸습니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 마케팅 예산에 여유가 생기고, 이 여유자금이 요금제 가격 경쟁으로 투입돼 요금제 가격이 인하되리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죠.



이통사가 수입이 남으면 요금제를 인하할 거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이통사들은 ‘다 같이 돈을 쓰지 말자’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은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는데요. 모두가 공평하게 비싼 값을 주고 휴대폰을 사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결국 2017년, 존속기한인 3년이 지나 단통법의 하위규정인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음에도 이통사 지원금은 30만 원대를 넘기지 않고 있습니다.

단통법의 실효성에는 또 다른 의문도 존재합니다. 바로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단통법이 시행된 지 7년 차에 이르렀지만 불법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긴커녕 공짜폰을 넘어 택시비를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규제보다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통사의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 7월 방통위가 이통 3사에게 부여한 과징금은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인 512억입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45%라는 역대 최고 감경률이 적용된 금액이죠.

이통3사가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면서 5G 사용자를 빨리 늘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번호 이동과 같은 경쟁이 아닌 신규 가입을 유도했다는 점이 감경 사유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통신 생태계의 위기 상황 또한 과징금을 줄이는데 한몫했고요. 아무리 상황을 고려한다지만, 과징금의 절반을 깎아주는 방통위의 결정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죠.

과징금에도 불구하고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이 아닌 불법 보조금을 늘리는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하는 공시 지원금의 경우 단 10만 원씩만 지급해도 마케팅 비용이 수백억, 수천억 원 단위로 증가합니다. 가입자 유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요. 반면 불법 리베이트를 특정 유통망에 살포하면 100억이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도 가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 단속 피하기 위한 각종 은어 등장…판매점 음지화

이에 불법 보조금을 지원하는 판매점 정보도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습니다. 2005년 쇼핑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시작한 뽐뿌가 대표적인 사례죠. 단통법 이전부터 휴대폰 대리점 판촉, 보조금 정보가 활발하게 올라오던 이 사이트는, 단통법 이후에도 각종 우회 은어를 사용하며 단속을 피해 불법 업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이폰12도 예외는 아닙니다. 단속의 눈을 피해 아이폰을 헐값에 판매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선 해당 매장을 ‘성지’라 칭하고, 이 매장의 위치를 ‘좌표’라고 부릅니다. ‘성지’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면 가격 언급 및 촬영은 당연히 금지이며 명함이나 사원증을 통해 직장을 인증하는 단계까지 거쳐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신용카드 정보가 요구되기도 하죠. 이는 모두 불법 매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폰파라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 문제 많은 단통법…폐지 가능성은

결국 단통법은 심판대에 오르게 됩니다. 단통법 무용론이 계속되자 11월 2일, 야당은 단통법 폐지 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단통법을 폐지하고, 소비자 보호와 경쟁 활성화 등 순기능이 담긴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폐지가 아닌 개선을 통해 차별적 지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사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각각 분리 공시해 지원금 체계를 투명하게 하는 ‘분리 공시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죠. 분리 공시제가 도입되면 지원금 부담 주체가 투명하게 밝혀져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도 있고, 약정 해지로 인한 위약금 신청 시 단말 제조사 장려금은 제외해 위약금을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을 둘러싼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폐지냐 개정이냐를 떠나서 통신 3사, 유통협회,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죠. 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든 골칫덩어리 단통법, 이번에는 과연 무사히 잘 해결될 수 있을까요?
/정민수기자·김수진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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