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100명 중 85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해 ‘핀셋 부자 증세’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오는 2022년에는 정부 재정수지를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경제가 경제학자와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신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재정 정책에 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정부는 2020년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내총생산(GDP)의 3.5% 규모인 67조 원을 쏟아부으며 확장 재정 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14조 3,000억 원)을 비롯해 일부 연령층 통신비 지원 등이 담긴 2차 재난지원금(7조 8,000억 원)이 지급됐다. 이 같은 재정지출 여파로 2020년 국가 채무는 846조 9,000억 원으로 GDP의 43.9%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새해 예산 또한 전년 대비 8.9% 증액된 558조 원으로 편성하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해 재정 확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대해 응답자의 44%는 ‘재정 투입 규모는 적절했으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1차 재난지원금 선정 대상 때부터 이어진 ‘재정 포퓰리즘’ 논란이 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특히 응답자의 30%는 ‘재정 투입 규모가 지나친데다 효율성까지 떨어진다’고 답했다. 재정 투입 규모가 부족하고 효율성까지 떨어졌다는 지적도 11%였다. 정부 재정지출의 효율성이 높았다는 지적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 29일 발표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관련해 선별 지급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85%에 달하는 등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한 전문가는 “확대 재정 정책이 불가피하다면 한계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업종 전환 및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방향과 같은 미래지향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특정 취약 계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전 국민 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을 한시바삐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GDP 대비 43.9%에서 새해에는 47.3%까지 치솟게 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채무 비율 상승 폭은 정부 예상 대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는 2022년에는 재정지출 기조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2021년 당장 채무 비율을 정상 기조로 되돌려야 한다는 비율 또한 8%에 달했다. 늦어도 2023년에는 재정 기조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23%에 달했으며 2024년을 마지노선으로 택한 비율은 8%를 기록했다. 2025년 또는 그 이후라고 응답한 비율은 13%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관리하는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을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문가의 87%가 재정준칙 시행 이전에 재정지출 기조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해서는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84%에 달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 대다수였다.
정부가 조세 저항이 덜한 부유층을 상대로 핀셋 증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출범 후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22%→25%),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42%→45%),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 인상(3.2%→6.0%) 등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증세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응답 전문가의 64%는 핀셋 부자 증세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보편 증세를 추진할 것이라는 응답도 21%나 됐다. 증세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12%에 그쳤다. 한 전문가는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역행하지 않는 규제와 세금 중심의 국가 주도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 영역의 성장 동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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