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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가 살길이라 믿었는데…새해벽두부터 유통 규제 시작된다

與,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

영업시간·품목 조정 법안 추진

업계 “뉴노멀 시대에 역행” 비판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집중된 규제를 e커머스(전자 상거래) 업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이 160조 원 규모로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규제 카드를 꺼내 드는 데 대해 뉴노멀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6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존 상생법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대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 경우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 상공인들이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쿠팡이나 마켓컬리, 신세계 SSG닷컴, B마트 등 일정 구역에 물류 창고를 설치해 판매·배송 사업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난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신규 점포를 내려는 코스트코에 ‘개점 일시 정지’ 권고를 내린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영업시간이나 판매 품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즉 각 업체가 운영하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 당일·새벽 배송 서비스 중 일부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커진 온라인 시장은 시간이나 장소 등의 제약을 받지 않아 오프라인 채널보다 파급 효과가 커 규제 필요성이 있다”며 “비대면 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골목 상권과 중소 상공인의 매출이 줄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국내 e커머스 업계에서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발목을 잡을 셈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판매·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편익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생법에서도 중소 상공인과의 상생은커녕 대형 마트 매출만 줄어든 결과를 냈다”며 “해당 개정안은 국내 온라인 시장의 발전만 저해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유통 업체들의 사업 무게 중심이 e커머스로 옮겨진 가운데 상생법 개정안은 이들에게 이중 규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특히 대형 마트 사업자가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전개할 경우 같은 법안으로 동시에 규제받을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는 기존 상생법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운영 시 해당 지역의 중소 상공인과 상호 협약을 통해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의 조정, 상생 보상금 지급 등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형 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을 하고 있고 심야 시간에도 영업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상생법 개정안으로 온라인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점포 내 PP센터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영업시간이나 판매 품목에 제한받을 수 있다.



게다가 전통 시장도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유통 환경이 바뀌고 있는 지금,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대형 온라인 플랫폼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뒤지는 법안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유통 시장은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플랫폼을 규제하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중소 상공인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중개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추진 중이고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온라인 쇼핑몰이 수수료와 광고비 부과 기준이나 상품 배열·순위 방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올해 안으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오프라인 규제도 수위를 더 높여 유통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4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전통 상점가 경계로부터 최대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면 서울시 전체가 유통 규제 지역에 포함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전통 시장 반경 1㎞ 이내 구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며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전통 시장 반경 1㎞에서 2㎞로만 확대돼도 사실상 서울시 전체가 유통 규제 지역에 해당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유통 업체들의 출점이 제약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백주원·박민주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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