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게 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신임 장관이 꼬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확실한 공급 카드로 꼽히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는 선을 긋고 있어서다. 재건축은 이번 정부에서 다주택자와 함께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혀있는 듯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아파트값의 인과관계가 뒤집혔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이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기보다 재건축이 억눌린 상황이라 신축 아파트 값이 올라 주변의 재건축 값도 오른다는 것이다.
< 변창흠 장관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주택자의 투기 결과로 실수요자들이 살 수 있는 집이 부족했을 뿐 절대 공급량은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이 정부 정책의 근간을 이뤘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으니 재개발·재건축을 촉진 시킬 필요도 없었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오히려 투기 세력의 시장교란, 원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고, 2017년 이후 문 정부 역시 재건축 규제가 우선됐다.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본격적인 공급 논의가 이뤄진 끝에 8·2 공급대책이 발표됐다. 다만 당시에도 재건축 완화 카드는 없었으며 오히려 김현미 장관은 지난해 7월 10일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브리핑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입장은 변 신임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변 장관은 5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 ‘신속한 공급’을 강조하면서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활용한 공급방법을 제시했다. 여전히 재건축 공급은 빠졌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논리는 물러서더라도 재건축은 안된다는 입장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셈이다.
<재건축 규제가 신축 가격 끌어올려?>
정부에서 보는 ‘재건축의 부작용’은 결국 시장 자극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조합원이 수익을 얻기 위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결국 주변 아파트 가격도 함께 올라간다는 논리 구조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관련 자료에서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 상승 → 기존주택으로 수요 이동 → 기존주택 상승 → 분양으로 수요 이동 →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재건축의 높은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끌어 올려 전체 주택 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시작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재건축을 규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통한 가격 관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6·17 대책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위해서는 2년 간 실거주 요건을 부과했다. 앞서 2018년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강화하면서 재건축 절차 진행은 더 어려워졌다.
학계에서는 선후관계가 틀린 설명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통해 질적으로 나아지고, 평형이 커질 재건축 기대 아파트 가격이 일반 아파트보다 비싼 것이 정상”이라며 “따라서 오히려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수준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을 억제하면 할 수록 기존 강남 주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에 강남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집값까지 오르는 구조가 지속 된다”며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면 강남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에 재건축, 곳곳서 신고가>
통상 정비사업은 서울 연간 신규 아파트 공급량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2025 서울주거종합계획에서도 2025년까지 계획된 공급량(46만 2,000~47만 7,000 가구) 중 정비사업 물량이 33만 9,000~35만 4,000가구에 이른다. 전체 아파트 공급의 73% 수준이다. 이 같은 정비 사업의 한 축이 재건축이라는 점에서 재건축 규제는 곧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 지난 2019년 7월 김 전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확대 가능성을 예고하자 서울시내 신축 주택이 급등한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실제 재건축 규제가 강화하면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은 주택공급기관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2025 종합주거계획에서 2018년 시행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관련 “2030년 이후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건축 자체가 귀해지면서 최근에는 진척이 있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가격이 급등하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한양 8차 전용 205㎡는 지난달 54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48억 5,000만원이다. 이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의 단기 가격 상승에 휘둘리지 말고 꾸준히 재건축을 포함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서울 전체에 똘똘한 한채가 많아져 내 집이 좀 덜 똘똘해질 거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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