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실패연구소’를 세우는 등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처럼 담대한 도전·도발 정신이 자리 잡도록 하겠습니다.”
18일 KAIST 제17대 총장으로 선임된 이광형(67·사진) 교학부총장(바이오뇌공학과 명예교수)은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KAIST의 미래 50년은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는 23일부터 4년 임기를 맞는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KAIST 산업공학 석사,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리옹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KAIST에서 교무처장·국제협력처장·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등을 거쳐 본인이 설립을 주도했던 바이오뇌공학과와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의 미래산업 초빙 석좌교수로 있다.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김영달(아이디스)·신승우(네오위즈)·김준환(올라웍스) 등 1세대 벤처 창업인을 다수 배출해 ‘KAIST 벤처 창업의 대부’로도 불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23일부터 4년간 KAIST를 이끌게 된 이 신임 총장은 “KAIST는 연구 주제를 선도하고 대표 기업을 배출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후츠파 정신으로 가슴 뛰며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후츠파란 담대하고 도전적이라는 뜻의 이스라엘어다. 이를 위해 이 총장이 내세운 것이 ‘질문하는 학생’이다. 학생들이 국내외 다양한 산업·연구 현장의 인턴 경험을 하고 독서 토론, 인문학과의 융합을 통해 ‘질문’을 하도록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바이오·의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연구하는 의사 과학자·공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병원을 다수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술 사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교내 창업 기업을 외국 자본과 시장에 연결하고 교수 연구실별로 최소 한 개의 창업을 권장하겠다”며 “기술 사업화 부서를 민영화, 인센티브 체제로 개편해 10년 내 연 1,000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미국 보스턴과 실리콘밸리 등에 KAIST 해외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해 공동 R&D와 기술 사업화의 허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케냐 외에도 이집트·터키 등에 KAIST 모델 수출에도 나서기로 했다.
연구 혁신과 관련, “남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세상 사람들이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을 때 KAIST는 ‘AI 이후(Post AI)’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행 따라 남들이 하는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최초 연구’에 더 가치를 두겠다”며 “실패연구소를 설립해 실패를 ‘교훈을 주는 성공’으로 해석하고 재도전의 용기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는 이 총장 외에 경종민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김정호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후보로 올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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