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20년간 세금 8억547만달러(약 9,070억원)를 감면해 달라는 요청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지 로펌을 통해 지난 1월 중순 텍사스 주 정부와 오스틴시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프로젝트 실리콘 실버(Project Silicon Silver)’로 알려진 공장 증설에 따른 고용·투자 계획을 밝혔다. 오스틴에 투자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는 총 170억달러(약 19조원)를 지역 정부에 제시했다. 건물과 토지 등에 대한 투자는 50억6,900만 달러, 장비 투자 99억3,100만 달러다. 부지 규모는 640에이커(258만9,9988㎡, 약 78만평)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텍사스 외에도 애리조나와 뉴욕을 공장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 문서에서 오스틴 증설 투자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86억달러(약 9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직접 고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물론,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과 해당 지역으로 거주를 옮기는 주민들이 내는 세수 등을 모두 포함한 가정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공장 완공 이후 10년간 신설된 공장의 정규직 고용인원을 1,800명으로 추정하는 등 고용효과를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 문서에서 증설 예정인 공장에는 지금까지 미국서 생산하지 않았던 반도체 첨단 공정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오스틴시와 트래비스카운티에 향후 20년간 8억 547만달러(약 9,070억원)를 감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 문서에서 여러 번에 걸쳐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텍사스 주의) 대안으로서 애리조나와 뉴욕은 물론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는 한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다른 후보지와의 입지조건을 최종 검토한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과거 25년간 텍사스에 공장을 짓고 제조업을 발전시켜왔다는 점, 지역 커뮤니티와 강력하게 결합해 왔다는 점 등도 세금 감면의 이유로 들었다.
한편 지난 1996년 건설을 시작해 1998년 준공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최초 설립 당시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했지만, 2011년부터는 10나노(nm)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텍사스주에 몰아친 한파로 전력 공급망이 망가지면서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전력회사 등으로부터 정전 방침을 미리 듣고, 손실에 대비했다”며 피해를 최소화 했다고 밝혔지만, 십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공장은 멈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전기와 깨끗한 물 공급이 어려운 텍사스 주가 다른 공장증설 후보지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텍사스 주 정부가 강력한 세금 감면으로 화답해 삼성전자를 오스틴에 잡아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정전과 단수 등으로 입지조건이 심각하게 훼손된 텍사스 주로서는 경쟁 대상인 다른 주에 삼성전자라는 대어(大漁)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가 제안한 세금 감면 요청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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