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선 빨리 재출시하고 싶죠. 하지만 우리(크래프톤) 문제가 아닌 인도의 문제다보니…”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크래프톤이 ‘중국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여파로 지난 해 10월 중국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공동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가 종료된 가운데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경제와 만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인도에서 서비스 종료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재출시 일정에 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23일 서울상의 총회에서 만난 장 의장은 “인도의 정치적 문제라는 뜻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 재개 여부는 인도와 중국간 외교 관계에 달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 이후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제작과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는 점을 들어 ‘텐센트 게임’으로 분류하고 차단했다.
인도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크래프톤에 직격탄이 됐다. 인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용자가 가장 많던 국가다.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9월까지 인도에서 전체 24%인 1억8,550만 건이 다운됐다. 크래프톤은 인도 서비스 재개를 위해 지난 해 11월 현지 법인을 세우고 자체 유통에 나섰다.
하지만 서비스 재개 일정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인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업데이트가 끊겼다. 텐센트와 크래프톤의 ‘특수관계’도 문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6.4%를 보유해 장 의장에 이은 2대 주주다. 마샤오이 텐센트 부사장이 크래프톤 등기임원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사가 바뀐다 해도 텐센트와 연관성이 높은 게임인 만큼 인도 정부가 재출시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장 의장이 “인도의 문제”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이 노력해도 중국과 인도의 외교 관계 개선 없인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의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크래프톤은 지난 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498억 원, 영업이익 1,675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3%, 465.1% 늘어났지만, 직전 분기에 비해선 매출이 7.7% 줄고 영업이익은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인도 서비스가 종료된 지난 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제외한 다른 게임들의 실적도 아쉽다. 지난 해 12월 출시한 엘리온이 고전 중이고, 지난 해 일본에서 출시한 ‘빅 배드 몬스터즈’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음 달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 IPO 성패는 배틀그라운드의 탄탄한 실적을 토대로 한 미래 가치에 달렸다”며 “포스트 배틀그라운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타국의 외교적 문제에 발목잡힌 크래프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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