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간 코스피에서만 6조 3,000억여 원을 순매도하는 등 증시에서 매도세가 강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정유·화학·철강 등 경기민감주들의 투자 비중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초부터 이날까지 기관투자가들은 정유·화학·철강 등 통칭 ‘시클리컬’ 업종으로 분류되는 경기민감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유통·소비재주를 주로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KB금융(105560)과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주도 많이 사들였다.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최근 국제 유가 강세로 주목받고 있는 에쓰오일(S-Oil(010950))이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4.16% 급등한 63.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산유국들이 4월 원유량을 소폭 증산하기로 합의하면서 2019년 4월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증권가는 올해 초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는 순간부터 정유주의 회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 업체들의 정제 마진이 좋아져 기업 실적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관은 2월 초부터 이날까지 에쓰오일을 약 2,384억 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런 매수세에 힘입어 에쓰오일의 주가도 고공 행진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초 6만 6,3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이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이날 8만 6,800원으로 종가 마감했다. 한 달간의 주가 상승률이 30.9%에 달하는 셈이다.
기관은 롯데케미칼(011170)(2,216억 원), OCI(010060)(1,175억 원), POSCO(005490)(1,023억 원), DL(000210)(537억원) 등 경기회복세에 따라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화학·철강·건설 업종도 많이 사들였다. 이들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산업 활동이 재개되고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 등이 늘어나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들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해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업종으로 꼽히는 유통·소비재 기업들의 비중도 늘린 모습이다. 기관은 지난 한 달여간 신세계와 아모레퍼시픽을 각각 1,352억 원, 687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기술·성장주에 대해서는 매도 우위가 강했다.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2조 2,369억 원 순매도)였는데 이는 연기금(1조 7,336억 원)의 비중 축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뒤를 이어 네이버(5,959억 원), LG화학(5,465억 원), 기아차(3,009억 원), 삼성SDI(2,443억 원), 카카오(2,351억 원)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민감 업종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시기부터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2월 이후 불거지고 있는 금리 상승 우려에도 위험 자산 선호가 유지되는 국면인 만큼 경기민감 업종의 상대적 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 6조 3,127억 원, 코스닥에서 6,764억 원을 순매도해 양대 증시에서 7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에서 3조 1,594억 원, 코스닥에서 1,900억 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에서 10조 5,385억 원, 1조 3,424억 원을 순매수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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