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017670) 대표가 국내 상륙을 추진 중인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에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25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디즈니와는 많이 멀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라며 “분명한 건 디즈니가 웨이브를 경쟁자로 정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동안 다른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디즈니와의 제휴를 추진해오던 SK텔레콤이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발언은 SK텔레콤이 디즈니에 대항할 만한 경쟁력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 사업 현황 발표에서도 “웨이브가 넷플릭스보다는 가입자 수준에서 뒤쳐져 있지만 훨씬 더 나은 OTT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강국현 KT CUSTOMER 사업부문장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와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디즈니플러스와 스튜디오지니가 합작해 만든 것을 디즈니가 배급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가 있다면 공동 투자할 수 있다”고 협력 가능성을 열어놨고, LG유플러스 역시 다각도로 디즈니와 제휴를 위해 접촉하고 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역시 최근 “많은 소비자가 쉽고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차원에서 고객에 직접 서비스(D2C)하는 방식을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며 “서비스 보안, 셋톱박스 등 기술적인 호환 등 주요 사항을 고려해 적합한 통신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올해 SK텔레콤을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전환하고, 지배구조 개편의 큰 그림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는 지배구조 개편을 반드시 실행해 주주 여러분께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게 제 목표”라며 “지배구조 개편 준비를 거의 다 했고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함께 4~5월께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 시장의 유동성이 좋을 때 빠르게 기업공개(IPO)를 해야 한다"며 "원스토어의 IPO가 먼저 진행될 것이고 ADT캡스, 웨이브가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매각 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전체를 바라보며 전략을 유동적으로 구사하려는 것"이라며 "11번가는 IPO 보다 유통 시장의 합종연횡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 유영상 MNO 사업대표가 사내이사로, 윤영민 고려대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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