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우리나라가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을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로 쏘아 올린다. 2029년 4월 지구 가까이 오는 소행성을 겨냥한 탐사선 발사도 검토한다. 드디어 2030년에는 우리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하고 2035년에는 소행성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한다. 2027년부터는 항법위성 8기를 순차적으로 쏴 2035년에 위성항법시스템(KPS·Korean Positioning System)을 구축, 정보통신기술(ICT)과 군사안보 주권을 확립한다.
우리나라는 위성 기술은 세계 7위 수준으로 부상했으나 발사체 자립이 관건이다. 그동안 위성을 띄울 때마다 스페이스X나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러시아 소유스 발사체 등에 의존했다. 때로는 일본 발사체를 이용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기지에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핵심인 1단(75톤 추력 로켓 4개 묶음)의 최종 성능을 직접 확인했다. 오는 10월 1.5톤 더미를 실은 누리호 첫 발사를 앞두고 1단부의 마지막 연소시험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누리호는 2단부는 75톤 추력 로켓 1개, 3단부는 7톤 추력 로켓 1개로 구성돼 있으며 위성은 그 위에 싣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축이 울린다는 말이 실감 났다. 127초 동안 진동이 굉장했다”며 “우주가 다른 나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당당한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수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서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꿈이 쑥쑥 자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매번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다른 나라 발사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내년 5월에는 180kg 위성과 1.32톤 더미를 싣고 누리호 2차 시험을 한다. 오는 5~6월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직접 1.5톤 위성을 발사한다. 이어 2030년 달 착륙선 발사를 위해 누리호 옆에 고체로켓 부스터를 부착하거나 4단부로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개량한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천리안2B호와 최근 차세대 중형위성1호 발사 등 위성 기술을 상당히 축적했다”며 “발사체자립에도 성공하면 우주강국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해외에서는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활용과 우주 인터넷 서비스 등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주탐사 경쟁도 불붙어 중국이 작년 말 달에서 시료를 채취해 귀환했고 아랍에미리트의 탐사선이 지난달 화성에 도착했다. 우주 군비경쟁도 가열돼 미국은 2019년 말 우주군을 창설했고 인도는 2019년 3월 인공위성 요격 시험을 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뉴 스페이스 시대 대한민국 우주개발 전략’을 보고하며 “미국·러시아·유럽연합·중국·일본·인도에 이어 2030년 세계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글로벌 우주기업을 배출하겠다. 우주는 멀지만 우주가 일상이 되는 내일은 머지않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우주탐사에서 달과 소행선 탐사를 추진하고 오는 5~6월 예타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총 4조원 규모의 KPS 사업을 벌여 2035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차·드론·금융거래·스마트그리드·농업 등 산업 생태계와 군용 무기 정밀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가안보 위성사업의 경우 내년까지 425위성 사업. 2029년까지 초소형위성 군집 체계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내년 초 발사하는 차세대 중형위성 2호는 민간의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주관하도록 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차세대 중형위성 1호라는 표준플랫폼을 민간에서 활용하면 소형 위성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누리호 기술도 민간에 이전해 민간 주도 발사서비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우주부품시험센터 기능 강화, 민간 발사장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도 총리 산하로 격상하기로 했다. 현재는 과기정통부 내 우주국도 없어 우주개발의 일관성·책임성·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발사체와 위성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원대한 계획 못지 않게 우주정보 가공 서비스와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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